광한루 기둥에 기대어 춘향과 이도령의
슬픈 사랑을 그리며 읊다
광한루야 잘 있었느냐, 춘향이도 잘 있었고
흰머리 늙은 손이 너를 다시 찾아 왔다
춘향 놀던 옛 그네는 그 자리에 멈춰 있고
넓은 언덕 벼랑에는 들꽃만 피었구나,
매질한 고함소리에 춘향은 더 굳건하고
임 향한 일편단심 하늘아래 가득하다
부끄럽다 쓸쓸히 봄 흥을 노래하니
동쪽 바람이 어둡던 마음을 말끔히 씻어준다
오작교 훌쩍 건너 월매집을 당도하니
담장가 꽃가지에 봄은 저물려 하는구나
티끌속의 물거품과 허깨비 같은 푸른 꿈이
여기 와서 비로소 깨는 줄 알겠다
/ 준안 스님(서귀포 고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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