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길라잡이 (52) - 10가지 위빠사나의 지혜 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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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길라잡이 (52) - 10가지 위빠사나의 지혜 Ⅵ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08.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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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
유현

법들이 일어나고 사라짐[生·滅]을 관찰하는 지혜가 무르익으려면 3단계의 방법으로 상세하게 내관해야 합니다.  
즉 조건과 순간(찰나)의 두 가지로, 첫 번째는 (조건 따라) 지금·여기의 6문에서 법들의 일어남을, 두 번째는 그 사라짐을, 세 번째는 그 일어남과 사라짐[集法卽滅法]을 동시에 내관할 수 있는 힘(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조건(緣, paccaya)에 대하여는 연기의 가르침에서 간략하게 설명하였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고, 찰나(刹那, ksana)에 대하여 약간 언급하겠습니다. 
불교사전에 의하면 현대의 시간관념으로 환산할 때 1찰나는 대략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상좌부 불교에서는 물질이 머무는 찰나에 마음은 16번 일어나고[生] 머물고[住] 사라진다고[壞] 강조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마음은 1초에 대략 1,200번 일어나 머물다 사라진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아비담마』 에서는 찰나를 법의 고유성질을 드러내는 최소 단위의 시간으로 이해합니다. 마음은 유위법으로 찰나적 존재이므로 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찰나를 통해서 정신과 물질, 즉 오온의 생멸을 내관하는 능력은 일체지를 체득하신 부처님들의 고유한 영역이라 말합니다. 사쌍팔배四雙八輩의 성자들도 버거운데, 하물며 재가 수행자들이 찰나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법들의 특상을 내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중도포기는 금물입니다.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면 눈 한번 깜박이고 숨 한 번 쉬는 사이, 즉 순식간에 마음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기의 12가지 고리 중에서, <애·취·유(業)>의 세 가지 법들이 어떻게 업에서 생긴 물질의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지[俱生緣], 그리고 음식이 어떻게 물질의 무더기[色蘊]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를 살피면서 색온의 일어남을 내관합니다. 
세존께서 이미 존재하는 중생들을 유지하게 하고, 생겨나려는 중생들을 도와주는 특별한 조건이 된다는 뜻에서 음식(āhāra)이라 말씀하시면서 거칠거나 미세한 덩어리진 먹는 음식[段食], 감각접촉[觸食], 마음의 의도[意思食], 알음알이[識食]의 네 가지를 예시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애·취·유(業)>의 세 가지 법들이 어떻게 정신[수·상·행·식]의 무더기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촉觸이 어떻게 정신의 무더기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를 살피면서 정신의 일어남을 내관합니다. 
정신의 일어남을 내관할 때는 ‘음식’ 대신 ‘촉’이 들어갑니다. 12연기의 구조에서 “감각접촉으로 조건으로 느낌이 있다[觸緣受]”라는 여섯 번째 정형구에서 알 수 있듯이 감각접촉은 느낌, 인식, 심리현상, 알음알이라는 정신의 무더기를 일어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물질과 정신이 일어난 조건(원인)과 순간을 내관한 뒤에 사라짐만을 계속해서 내관합니다. 물질의 소멸은 다음의 네 가지 방법으로 내관합니다.
○ 무명의 소멸은, 갈애의 소멸은, 취착의 소멸은, 상카라의 소멸은, 업의 소멸은 ‘업에서 생긴 물질이 소멸하는 원인(조건)이 된다.’라고 내관합니다. 
○ 마음의 소멸이 어떻게 마음에서 생긴 물질이 소멸하는 원인이 되는지를 내관합니다.
○ 온도의 소멸이 어떻게 온도에서 생긴 물질이 소멸하는 원인이 되는지를 내관합니다. 
○ 음식의 소멸이 어떻게 음식에서 생긴 물질이 소멸하는 원인이 되는지를 내관합니다. 
이와 같이 네 가지 방법으로 도와 과를 증득할 때까지 내관해야 합니다. 모든 오염원(번뇌)이 소멸될 때까지 수행은 중단 없이 멈춤 없이 계속해야만 합니다.  
정신의 무더기들도 조건 따라 멸한다는 뜻에서 느낌, 인식, 상카라, 알음알이의 각 무더기의 멸함을 내관합니다.
무명이 멸하기 때문에 … 갈애가 멸하기 때문에 … 업이 멸하기 때문에 … 감각접촉이 멸하기 때문에 느낌의 무더기가, 인식의 무더기가, 상카라(sańkhārā)의 무더기가, 알음알이의 무더기가 각 멸한다고 내관합니다. 
수행자가 무명·갈애·취착·유(업) 등이 일어나기 때문에 무더기들(오온)의 일어난다고 보고, 무명 등이 소멸하기 때문에 무더기들이 소멸한다고 보는 것은 ‘조건(원인)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입니다.
나아가 생기는 특징과 변하는 특징에 터 잡아 무더기들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은 ‘순간(찰나)를 통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조건과 순간의 두 가지로 오온의 생멸을 함께 내관할 때 사성제의 진리가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조건을 통해 일어남을 본다는 것은 집성제를 보는 것이고, 순간을 통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본다는 것은 고성제를 보는 것이고, 조건을 통해 멸함을 보는 것은 멸성제를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이와 같이 두 가지로 일어나고 사라짐을 보는 법의 눈이 밝아졌기 때문에 수행자는 세간적인 도 닦음을 행하는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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