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불자 사색노트 -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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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불자 사색노트 - 바다
  • 김민재 객원기자
  • 승인 2022.08.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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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의지했던 것은 역시 삼보의 큰 품

 

불가(佛家)에서 바다는 의외로 익숙한 단어입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도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불러서 벗어나는 재난의 예시로 바다에서 겪게 되는 해난(海難)이 나오고 숫타니파타에서도 윤회와 괴로움의 은유로 바다가 나오며 이 거센 흐름과 바다를 건넌 사람을 성자라고 찬탄합니다. 오죽하면 고해(苦海), 이 사바세계를 괴로움의 바다라고 비유했을까요? 예로부터 이 바다는 위험과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해양과학대학계열의 학과에 재학한 업보로 인해 일상을 저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며 살아온 저에게는 바다가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피곤하고 땅에서 따로 하고픈 일이 있을 땐 윤회의 바다에서 피안의 섬을 찾는다는 경전의 비유도 이해가 되었고, 어떤 경우에는 이 지상에서의 귀찮은 일들을 떠나는 도피처 같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선박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선 이 티끌 같은 인간의 삶을 곱씹기도 했고, 물고기를 채집할 때는 불자로서 자책감도 들고 중생의 괴로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바다 생활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의지했던 것은 역시 삼보의 큰 품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수처작주라고 합니다만 그게 쉽게 된다면 중생 노릇을 지금까지 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배에서도 나름대로 부처님을 열심히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틈틈이 삼귀의 오계를 새기고 조금씩이라도 명상도 하는 버릇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배를 타면서 매일 자기 전 나름대로 머리맡에 조그마한 불상을 모시고 간이 예불을 드린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불상을 보면 제 행실에 염치도 느끼고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도 참 생깁니다. 
이렇게 바다에서 불상을 모셨으니 배에서 내린 지금은 이 고해에서 피안의 섬을 찾기 위해 제 내면의 부처님을 찾기 위해 힘 써볼 생각입니다. 언젠가 모두 저 언덕에 다다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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