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 - 깨달음을 향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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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 - 깨달음을 향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2.10.0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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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깃발
정법의 깃발 승가공동체의 깃발
높이 드는 마음챙김이
깨달음 향한 여정의 첫걸음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란 존재의 실체, 즉 사성제의 진리를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깨닫기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초기불전 가운데서 특히  『상윳따 니까야』 는 어떻게 해서 깨달음을 실현하는가에 대한 분명하고도 명쾌한 가르침을 56개의 중요한 주제로 나누어 천명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자처하는 도인들을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떻게 깨닫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면, 이들은 보통 자신의 경지를 스스로 토해낼 뿐 자신이 얻은 깨달음의 과정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출리산방의 남쪽 뜰에는 노거수 토종 감나무가 있습니다. 지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강풍에도 잘 견디어 감 색깔이 붉어지고 무르익어갑니다. 적정한 온도, 수분, 영양분 등의 조건이 골고루 갖춰진 덕분이겠지요.
깨달음의 씨앗을 싹틔우고 성숙하게 하고 완성해가는 과정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일곱 가지 구성요소를 칠각지(七覺支, satta bojjhańga)라고 합니다. 
‘상윳따’  「계戒 경」 (S46:3)에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 수행의 결실로서 일곱 가지를 열거하고 있는데, 현생에서 구경의 지혜를 성취하거나(아라한), 죽을 때까지 구경의 지혜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수행자는 다섯 가지 낮은 단계의 족쇄를 완전히 없애고(불환자) 수명의 중반쯤에 이르러 완전한 열반에 들어간다고 보증하고 있습니다. 
칠각지는 단박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➀처음 일어나는 단계(자리 잡기 시작함), ➁성숙하는 단계(닦음), ➂정점에 도달하는 단계(완성)의 세 단계로 순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부처님의 교설입니다. 그런데 불멸 후 2,6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이설異說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중국의 선종에서 말하는 ‘돈오頓悟’, 또는 현응 스님이 말하는 ‘혁명적 깨달음’과는 그 경지가 다릅니다. 
저는 매일 아침 불·법·승 삼보를 반조하며 암송하는 것으로 명상을 시작합니다.  「마하나마 경」 (A6:10)을 읽고 나서 제 자신의 삶에 부처님의 깃발, 정법의 깃발, 승가공동체의 깃발을 높이 드는 마음챙김[念, sati]이야말로 깨달음을 향한 여정의 첫걸음임을 스스로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며 석가족의 왕인 ‘마하나마’가 세존과 그 제자들이 우안거를 끝낸 후에 곧 떠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세존을 뵙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과위를 증득하고 교법을 안 성스러운 제자는 어떻게 하면서 많이 머물러야 합니까?”
“마하나마여,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다음과 같이 여래를 계속해서 생각한다. 그분 세존께서는 아라한[應供]이시며, 완전히 깨달은 분[正等覺]이시며, 영지와 실천을 구족한 분[明行足]이시며, 피안으로 잘 가신 분[善逝]이시며, 세간을 잘 알고 계신 분[世間解]이시며, 가장 높은 분[無上士]이시며, 사람을 잘 길들이는 분[調御丈夫]이시며, 하늘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시며, 깨달은 분[佛]이시며, 세존(世尊)이시다.”
부처님의 열 가지 성스러운 이름, 즉 여래 십호를 경건하게 외우면서 불성佛性을 반조하면 흔들림 없는 청정한 믿음이 샘솟음을 저절로 느낍니다. 
세존께서는 이 경에서 불념佛念을 우두머리로 해서 붓다가 가르친 다르마[法], 붓다의 성스러운 제자들의 승가[僧], 자기 자신의 도덕의 성취[戒], 자기 자신의 관대함의 성취[布施], 신들의 자질과 유사한 자기 자신의 자질들의 성취 을 포함한 여섯 가지를 생각하면서 머물러야 한다고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에 나타난 여섯 가지 계속해서 생각함[隨念, anussati]의 주제는 불·법승·계·보시·천신입니다. 이런 여섯 가지를 계속해서 생각하면 탐·진·치에 휘둘리지 않고 환희가 생기고 희열이 생기며 몸이 편안하고 행복을 느끼고 삼매에 들게 된다는 게 설법의 요지입니다.  
초발심 수행자가 소욕지족의 생활을 유지하며 불법승의 삼보에 예경하고 계속해서 염하고 반조하면 그에게 염각지念覺支가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세속의 삶에서 우리 재가자들은 처와 자식, 친족, 재산, 명예, 권력 등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움켜쥐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마음챙김은 갈애의 표출이므로 수행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띠(sati, 念)는 탐욕·성냄·어리석음 등의 번뇌가 들어올 기회를 주지 않도록 수의守意, 즉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부수적으로 특정한 대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나가는 기능을 하고, 내용적으로는 마음이 지금·여기에 현존하는 것이며, 분별적인 사유[尋]나 숙고[伺]에 휩싸이지 않고 대상을 알아차리고, 수관하는(anupass) 아름다운 마음부수[心所, cetasika]의 하나입니다.
깨달음의 일곱 가지 요소는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신身·수受·심心·법法의 네 가지 마음챙김(sati)의 대상 가운데 어느 하나에 마음을 챙기고[➀念覺支],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심리현상들이 해탈, 열반에 도움이 되는 선법인지, 그렇지 않은 불선법인지를 간택하고[➁擇法覺支], 그래서 선법은 증장시키고 불선법은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 나갑니다[➂精進覺支]. 
이렇게 정진을 해나가면 크나큰 희열이 생기고[➃喜覺支], 이를 바탕으로 마음은 고요함을 체득하게 되고[➄輕安覺知], 본삼매에 들게 되며[➅定覺支], 그래서 제4선에서 성취되는 평온에 머물거나 모든 유위법들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는 평온을 얻게 된다[➆捨覺支]고 합니다.
아직 깨닫지 못한 자들이 깨닫기 위해서 닦아야 할 칠각지 가운데, 우두머리는 ➀염각지 입니다. 그 주제의 중심에 있는 여섯 가지 수념(anussati)을 매일 반복하면 마치 사막을 여행하는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만나서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쉬는 것과 같이 법열을 느끼게 됩니다.
희열이 있으면 몸은 편안하고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경험하는 마음이 삼매에 들어감을 알고 봅니다. 삼매에 든 마음은 두 종류가 있는데, 「마하나마 경」의 그것은 禪의 구성요소들이 견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근접삼매이고,  「계 경」의 그것은 본삼매를 뜻합니다. 

/恒山 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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