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이야기 -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스님은 얼마나 추우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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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이야기 - 이렇게 날씨가 추운데 스님은 얼마나 추우실까
  • 정이성
  • 승인 2023.02.01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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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무 추워서 꼼짝 못하겠네.
서울 사는 아들이 보일러가 고장이 났는지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친구는 문득 며칠 전 스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토굴이 너무 추워서 한참을 떨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이가 춥다니 당연히 걱정이 되고 거기서 또한 스님의 거처가 또 한 가지 걱정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기름값이 예년에 비해 크게 올라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스님은 불도 켜지 않는 장판 위에 무릎담요를 덮고 추위를 견디고 계셨다. 
친구는 눈이 더 많이 내릴 것이란 예보가 있던 지난 토요일에는 스님 거처에 꼭 기름을 넣어 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까운 주유소로 연락했다. 하지만 날씨도 춥고 길도 좋지 않아서인지 그날은 기름을 넣을 수 없다고 하니 한 번 마음 먹은 일이 흩어질까봐 친구는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그날 기름을 배달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내 기필코 스님 거처의 기름통을 꽉꽉 채워 넣어서야 안심을 하는 것이다. 
함께 스님을 찾아뵈었던 난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우리집 기름 떨어진 걱정만으로 늘 한숨 짓는 나이지만 친구가 스님을 위해 그렇게 마음을 내서 공양을 올렸다는 말이 내 일처럼 좋았다. 나도 언젠가 친구처럼 마음을 낼 수 있는지 결심도 하게 된다. 
다들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늘 헉헉거리는 삶인데 하면서 마음 내기가 쉽지 않은데  친구는 자신이 조금 참고 견디면 될 것을 하면서 따스한 마음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친구의 마음에서 오늘도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참회하게 되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나는 과연 얼마만큼 따스한 마음을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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