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촛불을 밝히면서
편집인 김승석
1989년 8월 1일 ‘제주법보’라는 제호로 제주지역에 전문 포교지 역할을 하겠다고 타종식을 하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불법정론 · 불국정토’의 구현이라는 창간 이념으로 언로言路를 열고 법등을 밝히며 제1319호까지 발행했습니다.
지난 입춘 후 임시 휴간을 공지하고 4월 초까지 8주째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누적된 경영적자로 존립의 뿌리까지 흔들리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33년 세월의 무게만큼 몸집은 커졌지만 경영 마인드는 이를 끌고 갈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본지 구성원 모두가 구독자 및 사부대중 모두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앞으로는 촛불이 커지지 않도록 심지wick를 바꾸고 기름이 마르지 않게끔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합니다.
이제 다시 촛불을 밝히려고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관음사 교구장인 무소 허운 스님을 발행인 겸 대표이사로 모시고 인적·물적 쇄신을 하고 월 4회 발간을 원칙으로 하되, 때로는 격 주간으로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늘 새롭게 흘러가겠습니다.
석가세존께서는 ‘진리(법, dhamma)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法燈明).’는 유훈을 남기셨습니다.
창간호의 화두는 ‘존자암 복원’이었습니다. 16나한 중 6번째 발타라 존자 머무시면서 전법을 한 신령스런 곳입니다. 그 정신을 오롯이 승계하고자 33년 전 사부대중의 중지를 모아 본지가 탄생하였던 것이고, 또 2018년에는 제주불교방송(BBS FM)까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법의 상속자가 되라고 강조하시면서 「코마둣사 경」(S7:22)에서 “참된 사람들 없는 곳은 집회소가 아니요 / 법을 말하지 않는 자들은 참된 사람이 아니로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거하고 / 법을 말하는 자들이 진정 참된 사람이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을 받들어 본지는 법들을 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또 이들의 법담을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법을 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창간 후 33년이 지나는 동안 신문을 둘러싼 환경은 말 그대로 변화무쌍했습니다. 포털과 유튜브, 그리고 최근 챗GPT까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탄생할 때마다 가시밭길의 험로가 예상되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언로가 중단되지 않도록 본디의 가치를 간직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정체성을 지켜 나아갈 것입니다.
끝으로, 5월 초 종이신문의 복간에 앞서 4월 중에는 인터넷 창을 새롭게 단장하고 각종 법회나 행사의 정보 등을 보도해 나가겠습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묻겠는데요 적작가 왜 발생했습니까? 구조 조정을 못해서 적자가 발생했습니까? 그래서 구조 조정을 하면 흑자로 돌아섭니까? BBS나 BTN 출범 때문에 운영이 어려워졌나요?
그리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하면서 신문을 상황에 따라 격주로 발행합니까? 그것이 새로운 대안인지, 독자들의 매월 빠져나가는 구독료는 어찌 할겁니까?
제주불교신문이 주식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몇몇 사람에 의한 신문을 발행하지 말고, 독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셔서 부디 제주불자들에게 귀한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주불교신문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