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 - 도솔가(兜率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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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 - 도솔가(兜率歌) 예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5.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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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 즉위 19년(760년) 4월 초하루에 두 개의 해가 나란히 나타나서 열흘 동안이나 사라지지 않은 변고가 일어나서 일관이 임금께 “인연 있는 스님을 청해서 산화공덕(散花功德)을 지으면 재앙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었다고 합니다.
왕이 조원전(朝元殿)에 단을 열고 월명사(月明師)를 초빙하여 기도하고 글을 짓게 하였더니 스님이 불가(佛歌)가 아닌 향가로 <도솔가>를 지어 바쳤습니다. 조금 후에 해의 변괴가 사라졌고, 갑자기 한 명의 동자가 공손히 차와 염주를 받들고 나타났다가 내원의 탑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그 차와 염주는 남쪽의 벽화 미륵상 앞에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월명 스님의 지극한 덕과 정성이 미륵보살을 감응케 하고 보살의 신통력에 의해 두개의 태양 중 하나가 빛을 잃고 자취를 감췄다는 말입니다.

#2 ​미륵보살이 머무시는 곳은 욕계의 육천(六天) 가운데 네 번째인 도솔천(Tusitā Devā)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뿐만 아니라 위빳시(Vipassī) 부처님 등을 포함한 칠불(七佛)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시기 전에 머무신 곳입니다.
 『위방가』 에 의하면 도솔천의 하루는 인간의 400년에 해당하며 그 수명은 인간 년으로 환산하면 576백만 년이라 합니다. 경에 의하면 인간의 수명은 시대에 따라서 열 살에서 8만 4천 살까지 다양하다고 것입니다.
 「대전기경」 (D14)에 의하면 위빳시 세존·아라한·정등각의 시대에는 인간 수명의 한계가 8만 년이었다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전륜성왕 사자후경」 (D26)에서 열 가지 유익한 업의 길[十善業道]이 무성(茂盛)하면 인간의 수명이 증장하고 그 반면 열 가지 해로운 업의 길[十不善業道]이 치성하면 인간의 수명이 열 살이 된다면서 “인간의 수명이 8만 살이 될 때 미륵(멧떼야, Metteyya)이라는 세존이 출현하신다.”고 예언하셨습니다. 

#3 조계종 봉축위원회가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의 봉축표어로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을 선정했지만 한반도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협박이 지금 눈앞에 와 있는 상황이고, 나아가 동북아 및 세계평화질서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골품제 사회였던 신라의 경덕왕 때의 변괴가 정치적 위기 상황을 드러낸 것이라면, 시대만 다를 뿐 한반도에서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의 핵위협은 대한민국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지난 4월26일 한·미 두 정상 간에 ‘워싱턴 선언’에 따라 창설되는 ‘핵 협의 그룹(NCG)’이 있어서 안보 불안감이 다소 해소되기는 했지만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한다거나 핵무기 사용 과정을 공유하겠다는 명시적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한 이상, 북(北)의 핵위협을 타개할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서 아직 미흡한 감이 있습니다.

#4 이럴 때일수록 우리 불자들은 신심을 더욱 북돋우고 미래불인 미륵보살의 가피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경제 환경이 험난함에도 여의도 정치는 갈등과 분열로 치달으며 종합 예술의 순기능을 상실했고, 또한 사회 전반에 걸쳐 인성의 근본인 도덕은 땅에 떨어졌습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사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망가졌는지 성찰해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영겁의 세월 동안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불선의 마음들이 모여서 대립과 분열의 상相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5 오월은 부처님 오신 달입니다. 우리 불자들 다함께 남과 나의 관계가 유리된 채, 오직 물질적인 이해관계로만 맺어진 것으로 보아왔던 지금까지의 내 삶을 반성할 때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존재한다는 화엄경의 진리를 체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공선사께서 읊으신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시구, 즉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명구가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6 전설에 의하면 아상가(Asang, 무착)는 수행 중 도솔천에 올라 미륵보살의 계시를 받고, 이에 의해  《유가사지론》  등을 전지강설(傳持講說)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륵보살을 뵙고 우리가 처한 난제를 풀 수 있는 지혜를 여쭙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착 보살처럼 지혜와 신통력을 갖추지 못해 불가능합니다. 
 「미가살라 경」 (A6:44)에서는 도솔천에 가려면 “법의 흐름에 들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위빳사나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 지혜는 연기법의 순관과 역관을 통찰하고 나아가 오온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통찰할 때 일어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7 저의 책상머리에 놔두고 늘 읽고 있는  『청정도론』 은 계·정·혜의 삼학이라는 불교수행의 세 버팀목과 7청정이라는 불교수행의 일곱 절차를 그 근간으로 하는 유명한 불서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붓다고사 스님도 이 책을 지어서 쌓은 공덕으로 미륵을 뵙고 그 지혜로운 분께서 설하신 정법을 듣고 최상의 과(아라한)를 얻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 恒山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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