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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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5.1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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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격 주간으로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 수행의 세 가지 원칙 

사띠(sati) 수행은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단지 사띠할 뿐 대상에 대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지도 않고 일어난 그대로 평등심으로 주시하여 사띠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도망치듯이 없애려고도 하지 말고, 붙잡아 반응하고 휘말려 들어 들뜨지도 말고, 그것들에 치우침 없이 그대로 놓아둔 채 단지 사띠할 뿐입니다. 
또한 ‘나’, ‘나의 것’이라는 개념과 무관하게 모든 일어난 현상을 그대로 사띠합니다. 몸과 마음속에서 지금 일어나고 사라지는 변화를 주시하여 계속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사띠가 연속하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화되고 지속적인 수행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잘 훈련된 문지기가 되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자! 이제 이런 사띠의 연속인, 위빳사나 수행을 더 잘할 수 있는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슬로 모션> 
몸을 보통의 스피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천천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치 디스크 환자나 달팽이처럼, 수행자가 천천히 행동할 때 순간적으로 지금, 바로 그 수행 대상에 머물러 알아차려 관찰할 수 있고 담마(dhamma, 법)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실황 생중계>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마음으로 확인하는 것. 그것을 중단함 없이 면밀하게 사띠합니다. 마치 나무와 나무를 비벼 불을 만들어 내듯이, 하나의 사띠와 다음 사띠, 이 전 사마디와 다음 사마디 사이에 조그마한 틈도 생기지 않고 면밀하게 이어지도록 지속적으로 사띠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렇게 실천하면 잡념이 사라져 순간순간 집중력이 생겨납니다. 

<세 번째 감각의 변화를 사띠>
손을 들거나 걷거나 앉거나 할 때마다 몸의 감각이 바뀝니다. 생각할 때도 격렬하게 감정이 변해갑니다. 이러한 변화를 아무것도 해석하지 않고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태도로 수행하면 사띠의 힘은 성장할 것이고, 담마를 발견하지 못한 수행자는 담마를 보게 되어 확연히 사물의 실체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 세 가지의 원칙에 근거해 수행하는 것이 위빳사나 수행의 실천이 됩니다. 
위빳사나 수행은 사띠 수행이라고도 합니다. 사띠를 지닐 때 위빳사나 지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위빳사나 지혜는 물질적(육체적) 현상과 정신적 현상의 진정한 본질에 대한 이해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나에게 화를 낼 때, 상대방이 화내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화에 반응하는 내 마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화내는 일은 상대방의 일이고, 지금 내가 여기에서 해야 할 일은 그 화에 반응하는 내 마음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에게 내가 화내는 불선업을 짓지 않고 그에 따른 과보도 받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려 아는 것(지혜)이 반복되면 나의 삶이 조금씩 개선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위빳사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실제로 수행하는 수행자들이란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개념으로만 알고 실제적인 체험수행이 없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보람이 없습니다. 마치 잘 구워진 고구마를 군침만 흘리고 바라보는데 남이 가져다 먹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 수행하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규칙 

보디빌더들은 염분과 카페인을 멀리한다고 합니다. 먹는 음식, 못 먹는 음식 가려야 하고, 그걸 엄격하게 지켜야 훌륭한 근육이 생겨나고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멀리할 것이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멀리할 것을 피하는 규칙을 잘 지켜야 수행에서 힘이 길러집니다. <첫째> 생명체를 죽이는 일, <둘째> 훔치는 일, <셋째> 불건전한 성관계를 갖는 일, <넷째> 거짓말하는 일, <다섯째> 술이나 중독되는 약물을 섭취하는 일입니다.
첫 번째의 계(戒)을 지키려면 여름에 모기 한 마리도 잡으면 안 됩니다. 방문을 열어두고 전자모기향으로 모기를 방 밖으로 쫓아두고 방충망 모기장을 쳐야 됩니다. 두 번째의 계를 지키면 장난으로 뭘 훔쳐 오는 것도 없어질 것입니다. 세 번째의 계를 지키려면 상대를 대우해주고 떳떳하게 일대일로 연애하거나 결혼 생활하며 상대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그 밖에 복잡한 이성관계를 갖거나 혼외정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네 번째의 계를 지키려면 평상시에 말할 때 내가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는지, 상황을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의 계를  지키려면 아마 제일 힘들 거 같지만 술을 안 마시는 것입니다. “그럼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어쨌거나 술이 원인이 되어 거짓말도 하고 외도도 하고... 다른 지켜야 할 것들도 깨어버리게 합니다. 술 먹어야 하는 관계 속으로는 어떤 불이익도 감수할 각오를 하고 발을 들여놓지 않아야 합니다. 그럴 가치는 충분합니다. 할 작정이라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이걸 못 지키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겁니다. 보디빌더가 염분과 카페인을 삼가야 하듯이, 술을 마시는 것은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건상 술을 멀리할 수 없는 사람도 낙담하지는 마십시오. 술독에 빠져 살던 사람도 나중에 언제든 여건이 되고 결심하게 되었을 때 술 끊고 수행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자기 손으로 도저히 끊지 못할 만큼 술을 좋아하더라도 수행센터에 들어가 일정 기간 그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히 술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이 다섯 가지 피해야 할 일을 멀리하도록 매일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수행을 위한 튼튼한 토대를 닦는 작업이고, 매일 매일의 수행이 성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며칠 소홀했다면 또다시 노력해서, 언젠가는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지게 몸에 배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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