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 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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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 Ⅴ]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6.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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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앞에서 말한 네 가지 위빳사나의 집중수행법 이외에도 일상 어디에서든 가능한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 집중력이 단번에 증가하는 식사 시의 수행법 

이것은 밥 먹는 것을 상세하고 진지하게 천천히 사띠하면서 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행 방법이므로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먹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선 먹을 것을 ‘봄’, ‘봄’, ‘봄’하며 사띠하면서 명확히 색과 모양을 잘 관찰합니다. 그리고 젓가락을 잡으며 ‘젓가락 잡음’, ‘옮김’하며 젓가락을 옮기고, ‘잡음’ 하며 먹을 것을 잡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져옴’, ‘입에 넣음’, ‘손 내림’, ‘씹음’, ‘씹음’, ‘씹음’, ‘맛을 봄’ ‘씹음’, ‘씹음’, ‘맛을 봄’, ‘삼킴’, ‘삼킴’이라고 사띠하면서 먹습니다. 
만일 무슨 소리가 귀에 들리면 ‘소리 들림’, ‘소리 들림’이라고 사띠합니다. “입에 넣은 것을 다 먹고 나면 다시 젓가락을 쥐고, 옮기고, 잡고, 옮기고, 입을 열고, 넣고, 손 제자리로 돌아오고, 씹고, 맛보고, 삼키고….” 라고 사띠를 계속해 나갑니다. 행위를 모두 명확히 순서대로 알아차려 나갑니다.
이것은 대단한 수행이 됩니다. 그리고 이 수행은 매우 어렵습니다. 위빳사나 수행의 어려움은 한겨울에 폭포수 아래에서 물을 맞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닙니다. 폭포수로 몸을 때리는 것도 훌륭한 수행 방법일지 모르지만, 한번 위빳사나의 방법으로 식사를 해 보십시오. 
한번 해 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지혜가 생겨나서 놀라게 될 것입니다. 
한번 확실히 먹어 보십시오. 먹는다고 하는 행위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일이 생기는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암 치료에 먹는 수행 방법을 채택하였습니다. 
먹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고, 신체도 튼튼해지고, 마음도 치료되고, 번뇌도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시험 삼아 평소의 식사법, 번뇌에 찌든 망상 투성이의 마음으로 먹고 있다가, 위빳사나의 식사 방법을 택해 보십시오. 
꾸역꾸역 먹는 것을 딱 그만두고, 소량의 밥을 “펌→옮김→입을 벌림→넣음→ 숟가락을 뺌→씹음→씹음→ 맛을 봄→씹음→삼킴”이라고 명칭 붙이면서 천천히 먹어 보십시오.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에는 망상 속에서 먹고 있어서 내가 먹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먹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밥을 먹으면서 고기나 생선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은 그쪽으로 마음이 가 버렸다는 것을 뜻합니다. 
입속에는 밥이 들어 있는데 그 밥을 분명하게 맛볼 생각도 없이 고기 쪽에 마음이 이미 가 있기에, 아직 먹지 않은 고기 맛도 모르고, 또한 밥맛도 모르게 됩니다. 또 고기를 다 먹기도 전에 마음은 다른 반찬 쪽으로 가버려 그쪽으로 젓가락을 뻗습니다.
식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별 의미도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느라고 그쪽으로 마음을 뺏기고 맙니다. 
명확하고 꼼꼼히 사띠하면서 먹지 않으면 진짜 맛은 알 턱이 없습니다. 사띠로 진지하게 먹어 보면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좋은 일이 있습니다. 
위빳사나 법으로 먹을 때는 결코 배불리 먹을 수 없습니다. 평소 먹는 양의 잘해야 반 정도입니다. 소량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체력도 확실히 쌓입니다. 
예를 들면 현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현미만을 넣고 밥을 지어 먹어도 맛이 있습니다. 위빳사나 법으로 먹으면 반찬 같은 것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현미에는 필요한 영양소가 다 들어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확실하고 정중하게 먹었으므로 뱃속도 대단히 기뻐합니다. 
평소의 식사법은 여러 가지 먹을 것을 그다지 씹지도 않고 위로 보내기 때문에 위로 보면 대단한 부담으로 작용하여 피로해지고 그래서 일찍 나이를 먹게 됩니다.
위빳사나의 식사법으로 먹으면 위, 식도, 신장과 내장이란 내장은 대단히 건강하고 튼튼해집니다. 그것이야말로 건강의 뿌리입니다. 
암 같은 것에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세계의 풍요로운 나라들에서는 암 환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풍요롭게 되었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암으로 죽기 위해 풍요롭게 된 것 같은 결과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빳사나 식사법은 불교 수행의 실천뿐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이익도 많습니다. 이것은 실로 기적입니다. 
더욱이 불교의 진수, 부처님의 깨달음의 세계도 열리는 것입니다. 한번 시험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시험해 보아도 손해는 아니겠지요?


□ 스트레스의 사회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기 위하여

먹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대개는 남의 얘기를 제대로 듣고 있지 않습니다. 제대로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듣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의미를 명확히 포착해서 아! 이런 얘기를 했구나 하고 확인하고, 그러고 나서 자신의 생각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이 인간의 제대로 된 화법입니다.
이와 달리 시끌벅적 떠들고 있는 것은 원숭이 무리와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까마귀의 모임입니다. 까마귀가 모일 때는 여러분처럼 모두 정중하고 조용하고 질서 있게 모입니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하는가 하면 제 맘대로 향하고 앉아서 시끌 시끌 떠들어 대는 것입니다. 우리도 꼭 그와 같지 않습니까! 
사람이 모이면 그저 말을 못해 안달이 납니다. 말을 안 하고 있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국 무엇을 말했는지, 무엇을 듣고 있었는지 오리무중입니다. 우리는 말없이 있는 것, 조용히 있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는 자세, 다른 사람에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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