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건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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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건강하십니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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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방송에선 70대 노인이 한라산 등반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헬기로 이송 중에 숨졌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아는 이들과 모임을 마친 후 그 이야기는 화젯거리가 되었다. ‘나이가 있는데 어찌 위험한 한라산 등반을 그렇게 하였을까?’ 하는 쪽과 ‘그래도 그렇게 정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종명함도 복이다’는 쪽으로 이야기는 양분되었다.
어느 말이 옳고 그름인지는 모르겠다. 전자처럼 그 어른이 정말 어쩌다 한 번의 등산에서 사고라면 ‘그 나이’는 문제가 되겠지만 등산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적 건강 정도가 고인의 일상이었다면 문제는 다르다. 
80-90세를 가볍게 넘기며 생을 살아가는 흔한 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말 그대로 종명이긴 하지만 나이가 아직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과 들, 도심 요소요소에 많은 공간을 운동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장소가 늘어나는 것이 그렇고, 그런 공간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기 자기 단련으로 나름 바쁘다. 
오래 살겠다는 장수의 의미 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사는 동안 아프지 않고 내 의지에 의해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이 많음일 게다. 의술의 발달과 더불어 추구하는 삶의 질은 먹거리만 해도 단순히 ‘먹는다’는 과거의 ‘배불림’처럼 양의 문제에서 질의 문제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섭취하는 일보다 섭취한 것에 대한 대사량을 적절하게 소비하는 일이 더 큰 문제로 부각 되고 있다.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이 그에 대한 반증이다.
나잇살이라 말하는 지방층이 두께로 작은 키에 신체의 위, 아래 구분하기 힘들게 펑퍼짐한 것이 움직임이 둔하다. 흔히 말하듯 그 나이에 맞는 ‘나잇살’이라 궁색하게 갖다 붙여 보지만 친구들을 보면 얇상하니 옷맵시가 곱다. 그러고 보면 군살을 정리하지 못한 것이 관리가 안 된 사람임이 분명하다. 때론 비만을 탈피하지 못하는 것이 게으름이나 의지박약으로 치부되어 신체가 주는 핸디캡이 정신세계마저 의심하게 하니 참 여러모로 문제다. 
얼마 전, 그날도 입이 요구하는 대로 먹어 댄 짐작도 있고 방에서 뒹굴거리느니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안선을 에돌며 산책로를 소화도 시킬 겸 운동 삼아 나섰다. 오후 늦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꽤 많이 운동하고 있다.
경보에 가깝게 속도를 내며 걷는 이, 팔을 돌릴 수 있는 한계에 도전하듯 한껏 돌리며 걷는 이, 양손에 깍지를 낀 채 깍지박수치며 걷는 이,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모습을 하며 나름의 몸을 다듬고 있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멀찍이서 큰 키의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오지 않은 것을 보니 나름은 열심히 몸 관리를 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허리둘레가 만만찮은 내 모습과 비교하며 순간 부럽기까지 했다. 그 사람은 양팔을 나란히 내밀었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저만치서 마주 오고 있었다. 때론 큰 소리로 ‘워 워’하는 소리까지 번갈아 질러대며. 
한 사 오 미터를 남겨둔 거리에서 느닷없이 ‘사나이로 태어나서…’로 시작되는 군가를 크게 부르며 행군하듯 걷는 것이 아닌가. 티브이에서 국군의 날 행사에서나 볼법한 열병 모습처럼 팔과 겨드랑이를 직각으로 유지하며. 
순간 양팔을 교대로 크게 다리의 움직임에 맞추어 내젓던 난 그만 움칫했다. 
고대 로마의 시인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란 말을 썼다. 건강은 육체적인 관리나 정신적인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물론 아님을 말하고 있다. 육체의 관리는 물론이고 심리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 감성적 욕구의 충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한 걸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요인의 조화로움이다.
일상생활이 남의 손에 의지 않거나 도움 없이 이루어진다면야 문제 될 것이 없겠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늘려지는, 그리고 늘어난 평균수명이며 기대수명. 자연스러운 생명 연장은 새해 인사로 오가는 덕담 중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말보다 ‘건강하세요’라는 인사가 훨씬 친근하게 들리는 이유다. 그런 말을 듣고 싶은 이야기 중심에 ‘우리’가 아닌, 바로 내가 서 있음이다. 뭔가 서둘러 헤야만 될 것 같은 마음에 갑자기 걸음에 힘이 보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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