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20) - 참선의 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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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20) - 참선의 병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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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항산 김승석

요즘은 하안거 기간입니다. 현대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인 간화선에 터 잡아 선방의 수좌들은 매일 9∼10시간 정도 화두 참구와 묵언수행을 합니다. 
산문 밖에서도 자심반조自心返照의 시간을 갖기 위해 명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서양의 지식층들은 무한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탐욕과 성냄과 두려움 등으로 탈진상태에 처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 명상을 하고 있는데, 알아차림(sati)에 기초한 스트레스 감소(MBSR)에 정조준을 합니다.  

명상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불교적 명상인 ‘브하와나(bhãvanā)’은 사량분별의 생각을 좇지 않고 정신집중[止]에 의해 직관적 통찰[觀]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유의 차원을 넘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지혜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석가세존의 재세 시 고대 북인도의 비하르(Bihar) 지방의 사투리인 빠알리(pāli)어로 명상을 자나(jhāna)라고 합니다. 중국에선 이를 정定 또는 선禪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참선(參禪, jhāyatha)의 뜻은 선을 참구한다는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브하와나(명상)’의 개념을 도道 닦음에 사용했는데, 마음의 평정[定, samatha-bhãvanā]과 통찰[慧, vipassna-bhãvanā]의 두 가지입니다.
‘사마타(samatha)’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고정시키고 고요하게 하는 삼매를 개발하는 수행이고, ‘위빳사나(vipassna)’는 조건 지어진 모든 법[五蘊]을 관찰하여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수행입니다. 이 둘을 중국의 천태종은 지관겸수止觀兼修로, 6조 혜능은 정혜쌍수定慧雙手로 각각 표현했습니다. 참선은 정혜를 함께 닦는 수행법으로, 앞서 이야기 한 세간의 명상들과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릅니다. 

이끼가 낀 물이나 부글부글 끓는 물에서는 호수의 밑바닥을 살펴볼 수가 없듯이 앎과 봄의 지혜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고요함[定]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의 때(煩惱, Āsava)이자 지혜 계발을 무력케 하는 선병禪病이 있습니다. 
선방의 수좌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좌선의 초입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마음이 산란해진다고 말합니다. 금생에 지은 업, 또 배우고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잠재의식에 꽉 들어 있다가 불식간에 떠올라 집중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똑같은 수행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초기경전에 나오는 수선修禪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의 법(마음의 병)은 ➀감각적 욕망, ➁악의, ➂회의적 의심, ➃해태와 혼침, ➄들뜸과 회한으로, 법에 대한 통찰력을 무디게 한다고 해서 오개五蓋, 즉 다섯 가지 장애라 부릅니다.
이 몸뚱이가 음식의 자양분에 의지하여 살아가듯이 5가지 선병도 자양분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속에는 아름다운 대경對境들이 있고, 또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있는데, 거기에 지혜롭지 못한 주의를 자주 기울이는 것은 정신의 몸에 아직 생겨나지 않은 감각적 욕망과 악의를 생기도록 조장하며 생겨난 감각적 욕망과 악의를 늘리고 드세게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컴퓨터 부팅이 안 되는 원인의 하나가 먼지가 끼어 접촉 불량이듯, 수행자의 마음에 오개의 오염원이 남아 있거나 증장되면 선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간화선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자화두, 즉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무無!”를 의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10가지 병을 보조국사께서 선문십종병禪門十種病이라 하여 수행자는 신중히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청화선사께서도 그 중, 망상妄想과 무기공無記空 등의 세 가지 병을 경책하시면서 ‘아미타 염불’로 선병을 극복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는 물질의 몸을 지탱하고 온갖 질병을 고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합니다. 그런데 정신적 오염원의 자양분을 제거하기 위해서 칠각지를 계발, 완성해야 한다는 의왕醫王이신 부처님의 처방에 대하여 경청하지 않습니다. 
초기 경에서는 산란散亂 심心을 제어하는 기초 명상으로 호흡명상을, 감각적 욕망을 제어하는 마음의 여러 조건 중에서 부정관 명상을, 성냄과 악의를 제어하는 마음의 여러 조건 중에서 자애관 명상을 권고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불[火]의 경>(S46:53)에서 ‘마음이 해이(해태)해져 있을 때’는 택법각지, 정진각지, 희각지를 닦아야 하고, ‘마음이 들떠 있을 때(들뜸)’는 경안각지, 정각지, 사각지를 닦아서 장애에 대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표] ‘칠각지와 오개의 대응관계’와 같이 표시할 수 있습니다.  

간화선의 창시자인 대혜종고(1089~ 1163)는 공안집의 병폐를 비판하고 화두에 대한 의심을 강조하면서 선방의 수좌들에게 “고요하게 앉아 있을 때, 혼침昏沈에 빠지거나 도거掉擧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하였습니다. 
혼침은 지혜의 상실을 표시하고, 도거는 선정의 부재를 말하므로 두 가지의 병폐가 현전하면 오로지 ‘개에게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는 화두를 들어 혼침과 도거를 극복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화두는 바깥으로 향한 마음을 내안으로 되돌려서 마음의 고요함이 발생하는 조건이 되고, 혼침 또는 무기에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여 ‘단지 깨닫기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지혜의 길이라는 점에서 사마타와 위빳사나 수행의 두 축과 통하고 있습니다. 
혼침과 도거의 선병을 극복하는 수행방법으로 대혜는 화두를, 부처님은 칠각지를 말씀하셨는데, 마음의 선정과 지혜의 길을 계발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보여 집니다.
화두이든, 염불이든, 칠각지이든 선병, 즉 오개를 제거해 낼 수 있다면 수행자의 마음은 유연하여 제어하기 쉽고 밝은 광휘와 굳건함을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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