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 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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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사념처 수행의 시작 Ⅶ】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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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수행의 발전 단계가 성숙되었는지 아닌지는 즐겁게 했는지 싫증을 내면서 했는지 하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싫으면 훈련을 계속하지 못합니다. 느긋이 즐겁게 해 주십시오.
요리할 때도 무를 ‘쥠, 씻음, 껍질을 벗김, 자름’하면서 즐겁게 사띠합니다. 만약 무를 떨어트렸다면 ‘떨어트림, 허리를 구부림, 잡음’ 등으로 사띠하며 즐겁게 주어 올립니다.
그런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경지에 이르면 대단한 집중력이 붙게 됩니다.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할 때 사띠를 실천하는 것은 어떠냐고 묻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경우는 위빳사나 수행이 상당히 진전되어 몸에 밴 사람이 아니고는 무리입니다. 
초심자들은 TV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할 때는 위빳사나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TV 따위에는 아무래도 휩쓸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수행이 진전되어 몸에 배면 TV를 보고 있어도 정확히 그 사물을 보고, 그 뒤쪽을 보고, 그 뒤쪽의 뒤쪽까지 보며 그것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 일상의 경행 / 그 중요한 점

일상적 위빳사나의 수행법 중 중요한 다른 하나는 평소 걸을 때의 사띠에 있습니다. 
집중적 명상법에서도 경행을 설명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수행을 위해서 시간을 내어 그 시간에 중단 없이 상세하게 관찰하며 걷는 수행입니다. 
일상적 걷는 수행은 가벼운 기분으로 평소 걸을 때 언제든지 실천하십시오. 여러분은 걸을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대인이라고 걷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지하철 등의 교통기관이 매우 발달해 있지만, 정류장에서 자신의 아파트까지 혹은 집에서 슈퍼마켓까지 등등 걷는 일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렇게 걸을 때 이 시간은 위빳사나 실천에 사용하도록 정해 놓으십시오. 어떤 식으로 하는가 하면, 그저 단순히 발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하고 명칭 붙이며 걷기만 하면 됩니다. 
걸을 때 맞은편에서 누군가 사람이 오면 사람이 ‘다가옴’, ‘다가옴’, ‘왼쪽으로 비킴’, ‘왼발’, ‘오른발’ 하며 왼쪽으로 비켜 주십시오. 그 사람이 왼쪽으로 비키면 오른쪽으로 ‘비킴’ ‘왼발’ ‘오른발’ 하며 계속 걸어갑니다.
신체의 감각을 맛보면서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하고 걸으면 매우 즐겁습니다. 마치 디스코에서 춤추는 것처럼 즐겁습니다. 디스코든 어디든 무엇이든 여러분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을 떠올려 주십시오. 그런 식으로 대단히 즐겁습니다.
걸으면 곧 피로하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왜인지 압니까? 
그런 사람은 걸으면서 어두운 생각을 합니다. 걸을 때 나라는 사람은 늘 바보 같은 짓만 하고, 어쩌고저쩌고 투덜투덜 후회하면서 걸으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매우 피로해집니다. 그러므로 피로한 것입니다. 혹은 걷는 것도 싫어집니다. 그러지 말고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하고 걸으십시오.
그러나 무언가 주문을 외우듯이 그저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하는 것은 안 됩니다. 수행은 주문이 아닙니다.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므로 왼발이라고 하면 왼쪽 발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끼고 신체도 그에 응해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오른발이라고 하면 확실히 오른쪽 발이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신체도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하며 걸으십시오.
그때 소리가 들린다면 ‘소리 들림’ ‘소리 들림’이라고 사띠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소리의 종류를 찾지 않도록 하십시오. 쓸데없는 것은 혼란만 될 뿐이므로 어떤 소리이든 들리고 있다고 사띠만 하면 됩니다. 그편이 자신을 느긋하게 해 줍니다. 하나하나의 소리를 추적하지 말고 ‘들리고 있음’만으로 끝내십시오.

일전에 이와 같이 법문하였더니 그런 식으로 걸으면 사람과 부딪치거나 차에 부딪히거나 하는 것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사띠를 하고 있다가 차에 부딪혔다는 사람이 있으면 데리고 와 보십시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차에 부딪힌다고 하는 것은 사띠가 없기 때문입니다. 
혼란되어 마음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어서 차에 부딪히는 것입니다. 사고를 당하거나 사고를 일으키거나 하는 사람은 위빳사나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술에 취했거나 사띠가 없는 상태의 사람입니다. 
사띠를 하니까 천천히 걷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글쎄요. 천천히 걷는 쪽이 꼼꼼히 사띠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매우 빨리 걸어도 사띠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걷지 않으면 안 될 때야말로 나는 철저히 사띠로 걷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로해져서 걸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사띠를 하지 않고 걸으면 아무리 빨리 걸어도 망상이 생깁니다. 
나는 걸을 때는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꼼꼼히 ‘들어 올림’, ‘나아감’, ‘내려놓음’이라고 사띠 하지만 빨리 걸어도 사띠가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생활 속에서 걸을 때는 언제나 ‘왼발’,‘오른발’, ‘왼발’, ‘오른발’하고 걸어 주십시오.


□    기상 시와 취침 시 위빳사나 수행하는 법 

또 하나 중요한 위빳사나 수행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침에 일어나는 즉시, 그리고 밤 잠자기 전의 시간에 위빳사나 수행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효과적이며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시간 정도 잡니까? 사실은 8시간 정도 자고 싶은데 언제나 6시간밖에 자지 못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빳사나 수행법을 실천하면 6시간은커녕 더 적은 시간으로도 8시간 동안 잔 이상으로 심신을 충분히 쉬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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