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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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학예연구사
  • 김익수 주필·대기자
  • 승인 2023.07.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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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제주다움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제주어에 담긴 제주다움의 저자 김완병 학예연구사
제주어에 담긴 제주다움의 저자 김완병 학예연구사

제주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오늘은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김완병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김연구사님은 언제부터 제주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집필하게 되었는지?
△예. 그러니까.
2013년~2014년에 초등생 대상인 박물관 교육프로그램 『촐람생이들의 숨비소리 도전(문체부 우수프로그램 인증 수상, 제주어 노래 20곡 음반 및 교재 발간)』을 통하여 제주의 어르신과 아이들 간에 제주어 말하기 소통 시간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주어 문답 풀이로 알아보는 동물생태』 교육 강좌를 통해 제주어를 알렸으며, 제주의 자연과 생태 그리고 제주 사람들의 속담과 생애사를 통해 제주어 쓰기와 말하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제주어를 아끼시는 어르신, 학자, 전문가, 학생, 기관과 단체 등이 보다 활용 범위와 공간을 넓혀가기를 기대하고 있던 차에 보다 대중적인 접근 방법으로 책자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학예분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새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박사학위는 언제?
△예. 제주에서 초․중․고․대를 나와, 1996년부터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야생동물 관련 자료수집, 조사연구, 전시, 교육 등의 학예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1987년 당시 대학교에 진학해서, 선배들의 야외 실습을 따라 다니면서 새들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생물교육 전공을 선택하면서 본격적으로 제주의 새를 공부하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 되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제주조류도감, 공저』, 『새들의 천국, 제주도』, 『제주 바다를 누비는 매, 공저』, 『한라산 총서-동물편, 공저』, 『하얀 평화를 지키는 제주의 백로, 공저』등을 집필하였습니다. 


▲불교와의 인연이라면?
△그러니까. 새를 탐조하면서, 전국의 사찰을 두루 다니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반야사, 한라산의 천왕사와 관음사, 강화도 전등사와 보문사, 양산시 통도사, 지리산 화엄사, 해남군 대흥사 등에 가면 산사 풍광과 새소리에 심신을 치유하곤 했습니다.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어느 한 순간도 편치 못한 게 일상입니다. 가족의 건강을 비롯하여 지역사회와 국가의 안위 그리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걱정거리가 매일 생겨났습니다. 새들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힘들다보면 모든 게 사람 중심입니다. 사람은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에서 얻어 쓰면서도 자연이 주는 공기, 숲, 연료, 땅, 새소리에 대해 고마움을 잊고 삽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웃과 소통하고 먼 나라의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준 게 언어입니다. 부처님 말씀은 자연과 이웃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관계를 선하게 하여 모두가 희망을 가지게 하는 지혜로움입니다. 마당을 쓸면 쓸수록 빛나듯이 제주어도 쓰면 쓸수록 밝아집니다. 불자님들도 제주어에 담긴 제주사람들의 지혜로부터 마음 평화와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제주어에 담김 제주다움이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예. 제주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의 역사이고, 제주의 문화사는 세계의 인류사입니다. 화산섬이라는 환경과 외부와의 단절을 극복하고, 표류, 유배, 교류를 통해 제주와 제주어가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제주어는 제주의 역사, 문화, 민속, 생태를 아우르고 있는 타임캡슐로 제주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정말 사라지지 않아야 할 것이 바로 제주정신이고, 제주어에는 보편적 인류애와 제주 사람들의 삶의 이정표와 자연을 바라보는 나침반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도는 작은 지구입니다. 바다, 섬, 곶자왈, 오름, 계곡, 동굴, 폭포, 숲, 습지, 밭, 돌담, 생물 등의 생태적, 경관적 자원이 무궁무진합니다. 이러한 자원은 제주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생물다양성이 무너지면 곧 지구가 멸종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주어가 그렇습니다.
바로 사사로운 이로움을 멀리하고 이웃과 함께 사는 착한 삶이 제주다움입니다. 제주 사람들에게 무장되어진 삼무정신, 숨비소리, 수눌음, 냥정신과 같은 착한 행동이 있었기에 제주의 문화원형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소중한 선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자연의 선입니다. 

▲ 제주어가 소멸하지 않으려면?
△ 예. 일상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람도 돈도 제대로 알아야 대처하고 아낄 수 있고 그것이 재산으로 증식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모르면 모를수록 쉽게 제주어는 무시당하고, 제주어에 숨어 있는 참뜻도 사라지게 되어, 결국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자산이 되어줄 제주어를 잃어버릴까 걱정입니다, 이제라도 제주어를 통한 무한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옛사람들의 생활 속 지혜를 통해 잃어버린 제주정신을 회복해야 할 때라 봅니다. 과거에는 공공기관에서조차 제주어 쓰기에 인색한 적이 있었으나, 근래에 와서는 드라마, 공연, 음식, 전시,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주어 사용에 대한 언어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제주어에 담겨있는 제주의 문화와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강조하면 효과가 더 크다고 봅니다. 제주어를 활용하는 주체가 학교 교육과 일반 행정을 중심으로 교과, 체험, 연계 교육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제주어 교수 기법 지원 발굴, 제주어 생태 교과서 제작, 어르신 제주어 학교 운영, 제주어 체험교육 이수 등)의 교육 과정과 일상 속 프로그램들이 여러 곳에서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 책의 구성은?
△ 예. 책의 내용은 생태사진, 속담, 삽화, 칼럼 등으로 엮은 567개의 문항을 통해 제주어에 대한 쓰기, 듣기, 읽기, 쓰시, 써먹기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도록 재미와 재치를 넘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누구나 제주어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표준어 문항, 상황 비교, 생태사진, 예시 선정 등에 신중을 기했으며, 아이들과 어른들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편집하였습니다.

▲ 제주 텃새와 철새 서식처로 안전지대인가? 
△예. 저에게 새는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에 어떤 존재일까. 수많은 새들을 만나면서 새들의 습성을 알아가는 학문적 성과보다는 새들에게 닥친 위험이 곧 제주 사람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주섬이 문명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천국으로 변해가는 동안, 곳곳의 생태환경은 새들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새들 뿐만 아니라 조간대의 말똥게, 곶자왈의 달걀버섯, 계곡림의 무당거미, 뱅듸의 뿔소똥구리, 오름의 피뿌리풀, 습지의 참개구리, 윗세오름의 노루, 백록담의 암매 등 제주를 대표하는 동식물 자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무엇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제주는 공생의 섬이 되어야 합니다. 텃새인 섬휘파람새와 여름철새인 두견이는 경쟁적 사이지만, 서로에게서 치명타를 받지 않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평화협정이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제주의 생태적 가치를 지속가능토록 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과 철학이 필요할 때입니다. 사람이 자연에 의지하듯 자연도 사람에 의지해서 상호간에 공생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새는 세상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한 바로미터이면서 나침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새를 통해 나의 삶과 제주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있었기에, 앞으로도 새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합니다. 수많은 기착지가 있음에도 제주섬을 찾아준 새들이 있었기에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 오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예.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 김익수 주필·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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