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기의 불교적 해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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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의 불교적 해법은 무엇일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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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김승석

 

침수된 명승지 경북 예천 회룡포         (경향신문 제공)
침수된 명승지 경북 예천 회룡포 (경향신문 제공)

  장마철 폭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심 인근의 하천 범람과 도로 침수, 급경사 지역의 산사태, 저수지의 제방 붕괴 등으로 사망과 실종의 인명피해가 50여 명에 달하고, 그 밖에 다리 및 도로 유실, 정전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 인천 등지에선 입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고급 신축아파트 단지가 물에 잠기는 어이없는 일도 발생했다. 

  요즘 폭우는 예년 대비 더 강력해지고 종잡을 수 없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반지하 주택과 포항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소중한 생명을 잃은 참사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복구에는 잰 걸음을 하고 있으나, 방재 예방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는 육지와 달리 폭염 피해가 심각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도대륙과 남유럽, 미국까지 세계 곳곳이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고, 과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은 지난해 여름 유럽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진 사람이 6만1천명 이상이라는 권위 있는 연구소의 보고서를 게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가속화된 지구 온난화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국가기상센터(NMC)는 중국의 북부지역에 계속되는 폭염이 이 지역의 옥수수와 콩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반면 남부는 폭우로 인해 쌀 생산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증지부≫의 <부서짐 경>(A3:56)에 의하면, 법답지 못한 욕망에 물들고 비뜰어진 탐욕에 압도되고 잘못된 가치관이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아 사회의 도덕성이 무너져버리는 때가 되면 비가 때맞춰 내리지 않고 갖가지 역병과 병충해가 생겨나서 흉작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경고한다.   

  지구는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하고 소멸하는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변화는 자연 법칙이기는 하나, 불교는 자연의 변화 과정이 인간의 도덕적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도덕성은 사람의 심리적 구조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 지역의 물리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그 물리적 환경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지역 내 식물군과 동물군의 성장과 발육을 조절·규제하여 그 영향을 받은 동식물들은 다시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사고 유형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과적 법칙은 초기경전의 여러 경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부≫의 <전륜성왕 사자후 경>(D26)은 인간이 도덕적으로 타락을 하게 되면 수명이 줄어들고, 탐욕 때문에 타락할 경우 기근을 겪게 되고, 무지 때문에 타락을 하면 전염병을 피할 수 없으며, 증오가 타락을 부채질하면 폭력이 사방을 뒤덮게 된다고 예언하고 있다. 
 
  생존을 위하여 인류는 의식주, 의약품 등의 필수품을 자연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 자연은 정복되어 인간의 무한 욕망 충족에 철저히 봉사해야 한다는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는 환경오염과 생태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황금알 낳은 거위의 우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밴스 팩커드(Vance Packard)는 1920∼1960년(40년) 동안 미국 한 국가가 인류가 지난 4,000년 간 소비한 것과 같은 양의 자연자원을 소비하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과소비하는 것은 에너지 위기를 낳을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내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더 즐겁고,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류는 불[火]의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남용함으로써 지수화풍의 선善 순환 구조를 흔들어 통제 불능의 비가역적인 수준으로 지구환경을 바꿔놓았고, 최근의 코로나19에 서 보듯 새로운 감염병의 온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전문가들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국제간의 협력이나 현대 첨단과학의 힘,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등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불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물질의 근원은 무엇이고 인간의 마음은 무엇이며 물질과 마음의 관계가 연기적이라는 진리를 알지 못한다면 현존하는 기후변화의 위기, 생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법하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은 저편에 있고 나는 여기에 따로 있다고 하며,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도 서로 뿔뿔이 대립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붓다의 가르침은 우주만유의 일체 존재를 모조리 한결같은 일미평등一味平等한 하나의 생명으로 보기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면 바로 그 업보를 받게 되고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면 그만큼 인간은 수혜를 받게 된다. 
  우리의 마음이 동체대비의 불심으로 충만할 때 가정불화, 노사갈등 등을 넘어서 생태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의 문제까지 마치 눈송이가 화로 안에서 즉시 녹아버리듯이 홍로점설紅爐點雪의 황홀한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이 지구의 주인이라 믿어 왔다. 그러나 폭염과 폭우의 자연력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인간과 자연 간의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존을 주창하는 불교의 생태학적 가치관이 바로 설 때 지구는 평화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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