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인도성지순례(3) - 다비장의 영혼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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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인도성지순례(3) - 다비장의 영혼과 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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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는 영혼의 도시이다. 세계에서 오래된 도시이고 영적인 빛이 넘친다. 인더스 문명도 갠지스를 따라 일어났으니 삶과 죽음도 오래전부터 공존하는 도시이다. 인도를 갈망했던 이유도 항하사 모래를 체험하며 다비 모습을 보고 싶었다.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린 물은 인도 평원을 지나 갠지스에 닿는다. 힌두신앙에서는 성스러운 물에 목욕하면 죄업이 사라지고 화장한 재를 강물에 띄우면 윤회에서 벗어난다고 하고 있다.
저녁에 바라나시 갠지스강 순례에 나섰다. 강가까지 비스듬한 거리에는 옷깃을 스칠 정도로 사람이 북적인다. 가트 계단을 지나 일행은 예약된 목선에 오르자 열대엿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몰았다. 학교 갈 나이에 공부는 뒷전이고 몇 달러의 벌이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지도 모른단 생각에 서글프다. 가트 주변에는 화려한 레스토랑과 펜션으로 빽빽하다.
인도의 갠지스강을 연상하면 죽음과 삶이 공존한다는 단어를 실감하고 싶었다. 인도에 오기 전에는 다비장에서 태워진 재를 뿌린 물과 목욕한 물을 먹는다며 배변처리는 어찌하는지 궁금하였다. 다비는 불교에서만 행하는 줄 알았는데 힌두교인이 80%이상인 인도에서 공인된 노천 화장장이다. 공동묘지의 봉분도 없다. 다종교를 믿고 있어 갠지스강을 성스럽게 여겼다. 
갠지스에 바나나잎은 꼭 필요한 식물이다. 바나나는 갠지스강을 따라 심었다. 일년생 농사를 마친 후 잎은 강에 버려지고 자연적으로 강물이 정화되었다. 물을 맑게 해주는 맹그로브 습지처럼 작용하여 강을 살리고 가라앉은 잎은 녹아 없어졌다. 석양의 빛을 받아 윤슬이 일어나는 물은 생각보다 깨끗하다.

다비장 입구다. 거간꾼들이 화목으로 사용할 재료를 흥정하는 차이는 극심했다. 가난한 사람은 비용문제로 잡목사용과 화장 시간이 짧다. 시간이 되면 타다 남은 채로 강물로 띄워 버린다. 부유층은 망고나무에 24시간을 태워 깨끗한 한 줌의 재만 남아 반야 용선에 띄운다. 그 일에 종사자는 돈만큼 태워 준다니 죽어서도 빈부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다비장 뒤 계단에는 가격에 따른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연중 다비장에는 휴일과 휴식 시간도 없다. 
남자아이는 목선을 다비장 가까이에 댔다. 다비장의 여러 군데에는 서 있는 사람과 사닥다리 나무 위에 올려진 대나무 판이 보였다. 상주는 여자를 제외한 대여섯 명으로 정해진다. 상여 앞에 상주가 서 있다. 남자는 상여 앞에서 삭발하여 흰옷을 입는다. 운구 행렬에는 고정된 종사자가 상여를 메고 갠지스강의 성스러운 물에 담그러 내려간다. 
대나무 판 위에 엷은 천으로 말아 올려진 주검은 여섯 명이 빠른 걸음으로 메고 갔다. 맨 위의 빨간 천까지 물속에 잠기게 두어 번 반복했다. 인부 한 명이 뭐라고 소리를 내자 건져내어 다비장으로 메고 올라갔다. 불과 삼사 분 사이의 행위다. 죽어서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라는 염원처럼 들렸다. 성스러운 물에 담가야 골고루 불이 잘 붙는다는 안내원의 설명이다. 24시간 동안 연기와 벌건 불길이 연속이었다. 

상주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원하는 나무를 얹고 긴 장대를 가지고 고루 타도록 뒤적이고 있다. 넓은 계단 위 20여 군데 노출된 다비장에는 검은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다. 살아있는 사람과 주검을 마주하여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힌두교에서 가르치는 죄업을 멸하기 위해 살아서도 죽어서도 갠지스 물에 목욕하고 있다. 재가 뿌려져 강물에 띄우면 윤회하고 해탈한다면 갠지스의 물고기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해가 지기 전에 다비장 반대편으로 목선을 돌렸다. 목선은 항하사 입구에 도착했다. 경전에 나오는 항하사는 수많은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듯 표현된 부분이 많았다. 항하사는 문명이 발상지인 갠지스강에 자연 발생 된 모래톱이었다. 우리나라 삼각주보다 어마어마하여 끝없이 드넓게 펼쳐진 상황이 어리둥절하다. 모래언덕 높이가 3m나 된다. 
사람들은 항하사 모래를 건축재로 사용하지 않는다. 다비 후 영혼이 깃든 재가 갠지스강으로 흘러갔다고 믿어서이다. 안내원은 14억 넘는 인구가 항하사 고운 모래를 건축재로 사용했다면 흔적 없이 사라졌을 것이라 했다. 다종교를 믿으며 삶이 곧 종교화된 인도에서 성스러운 항하사는 서로가 영혼이 깃든 땅으로 여기고 있다. 다른 냇가 쪽의 모래는 건축재로 팔고 있다.
모래톱 위로 내려섰다. 밀가루 같은 모래는 은색 작은 조각이 섞여 반짝거렸다. 오물과 동물의 지린내가 코를 찌른다. 얼른 그 장소를 벗어나자 인도사람이 낙타를 몰고 왔다. 낙타를 타거나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돈을 달라 하였다. 개는 인도에서는 주인 없이 잘 돌아다니고 대접받는 동물이다. 순례 왔던 지인은 개가 물고 다니는 다비장에서 버려진 물건도 있더라 했는데 내 눈에 띄지 않았다. 
일행은 안내원을 재촉하며 빈 생수병을 가져갔다. 검색대를 의식하며 반 컵도 되지 않는 작은 용기다. 안내원은 냄새 덜 나는 장소를 찾아 목선에서 모래언덕 방향으로 200m 정도 올라갔다. 신발 속으로 모래가 기어들어 오는 느낌이 매끄러워 걷기도 어렵다. 안내원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더니 손으로 모래를 순식간에 팠다. 삼십 센티미터 이상 파내자 촉촉한 모래가 냄새 없이 나타났다. 원형으로 팠기에 열두 명은 모여들어 조금씩 담았다. 가느다란 모래를 담으며 아무리 모래 주먹을 만들려 하여도 모이지 않았다. 필시 원결을 짓지 말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풀지 못할 원결은 맺지도 말라는 암시이지 싶었다. 지금까지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하며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 노력하여도 공허한 마음뿐이다. 경전 속에 나오는 부처님 혼이라도 느껴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다시 목선을 탔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니 어느새 달이 떴다. 다비장의 영혼도 강물에 흐르며 좋은 곳으로 환생하기를 바란다. 멀리 다비장에선 검은 연기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보였다.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영혼의 괴로움도 묻어 가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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