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63)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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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63)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3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7.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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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원사 대웅전 서쪽의 오른쪽으로 두 번째 벽은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개의 벽 중 11번째 벽이다. 이 벽에는 사 열 오 단에 총 20장면의 불전도가 그려졌다. 이야기는 아랫단 오른쪽의 <금고참회(金鼓懺悔), 147번째 장면>에서 시작하여 윗단 가장 왼쪽의 <부촉용왕(付屬龍王), 166번째 장면>으로 진행된다. 이 11번째 벽에는 능가경, 원각경, 능엄경, 반야경, 인왕반야경, 법화경 등을 설법하는 장면과 정반왕과 이모의 열반 등 석가족과 관련된 내용, 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 시기가 가까워지자 불상 조성과 관련된 <욕불형상(浴佛形像)>, <최초조상(最初造像)> 및 마왕 파순이 부처님께 입멸을 청하는 <청불입멸(請佛入滅)>, 열반 후 사리를 나누는 일에 대해 말하는 <촉분사리(囑分舍利)>와 여러 천인과 용왕에게 부촉하는 내용들이 그려졌다. 이 중에 대승불교 초기에 반야부 경전을 모은 반야경에 대해 설명하는 <반야진공(般若眞空)>과 기사굴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인 <법화묘전(法華妙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야경에 대해 설법하다

반야경은 부처님께서 영축산과 급고독원, 타화자재천궁과 죽림정사 등 네 곳에서 16회를 설한 경전이다. 반야(般若)란 모든 부처님의 모체를 말하는 것이며, 육바라밀 가운데 하나이다. 다른 다섯 가지 바라밀에는 ‘위대하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오직 이 반야를 존대하여 위대하다고 칭하였다. 앞의 다섯은 반야를 보좌하고 돕는 수행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오직 반야만 홀로 크다고 앞에 ‘대(大)’자를 붙여 표현하였다. 반야란 다른 말로 지혜를 의미한다.
다른 장면들에 대한 설명과 달리 이 장면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보다는 이처럼 반야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이어 이 경이 어떤 것이며 중국에서 어떻게 유통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형식이 달라진 이유는 아마도 반야경의 깊은 내용을 280여 자로 정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인도에서 반야경 원본을 가지고 와서 번역한 것이 600권의 『대반야바라밀다경』이다. 이는 대승불교의 공(空)에 대해 설하는 반야사상, 인도의 용수(龍樹)와 제바(提婆) 학파의 모든 경을 총망라한 것이다. 반야경에서 설해진 주요 사상은 보살, 육바라밀, 아공(我空)과 법공(法空)의 이공(二空) 등이며, 반야경에 이르러 석가라는 특정한 인격이 일반화되었고, 실천을 통해 성불하겠다는 자각이 뚜렷한 사람에게 보살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효대사 외 신라의 여러 승려가 이 경을 연구하였다.
석씨원류 판화 <반야진공>(사진 1)에는 화면 중앙에 부처님과 여러 권속들이 표현되었고, 좌측 하단에 부처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합장한 이가 묘사되었다. 각원사 벽화 <반야진공>(사진 2)도 같은 구도에 같은 인물들로 그려졌다.

법화경을 설법하다

『묘법연화경』에 이르길, 부처님께서 마가다국의 영축산에 머무를 때 비구, 비구니, 보살, 제석천왕, 대범천왕, 사대천왕, 천룡팔부와 위제휘 부인의 아들인 아사세왕 등 수많은 권속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모였다. 
이때 부처님께서 무량의처 삼매에 드시니,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부처님의 미간에서는 백호광이 방출되어 온 세상을 두루 비췄다. 부처님께서 삼매에서 깨어나 사리불에게 고하셨다.
“부처님은 오직 일대사인연으로 세간에 출현하여 중생들에게 자신의 지혜에 입각한 견해를 보여 깨달음에 이끌고자 한다. 그런 까닭에 이 일승묘법을 설하여 모든 성문들에게 수기하는 것이다. 이 미묘한 법은 모든 부처님들이 어느 때 한 번은 설하신 것으로, 비유하면 마치 우담바라화가 어느 때 한 번 나타나는 것과 같다.”
그리고는 먼저 화성(化城)의 방편을 보여 주시고, 마지막에 계주(髻珠)의 비밀을 알려 주셨다. 비록 세 종류의 수레를 타는 사람이 다르다고 해도 똑같은 비가 모든 초목을 골고루 기름지게 하듯 모두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되게 하셨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할 때, 갑자기 땅이 흔들리더니 땅속에서 보배로운 탑이 솟아오르고 그 탑 안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하는 법이 진실이라고 찬탄하는 소리가 울렸다. 바로 자신이 멸도한 후 시방세계에 법화경이 설해지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나타나 증명하겠다고 서원을 세운 다보 부처님의 목소리였다. 이때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모여들어 이를 증명하였다.
법화경의 내용도 이처럼 간략하게 정리하였는데 이는 반야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80여 자라는 글자 수 제한 때문이다. 설명 말미에 천태지자 대사가 법화 삼매에 들어 90일 동안 묘법을 설했다는 이야기를 더해 이 경의 뛰어남을 강조한 것도 편집자 보성(寶成)의 의견이다.
석씨원류 판화 <법화묘전>(사진 3)은 중앙의 커다란 키형 광배를 한 부처님 좌우에 제석천, 범천, 사천왕, 보살 및 제자 등 여섯 명씩을 배치하였고, 화면 하단 중앙에는 부처님을 향해 앉은 사리불이 묘사되었다. 각원사 벽화(사진 4)도 같은 구성으로 표현되었다. 
이 <법화묘전> 장면은 통도사 영산전에 그려진 26장면의 석씨원류 불전도에도 포함되었다. 다른 25장면은 석씨원류 판화와 동일하게 표현되었는데, 이 장면만은 판화와 다르게 바위산을 배경으로 다른 권속을 표현하지 않고 오직 부처님과 사리불만을 묘사하였다. 화제도 <사굴산법화묘전>(사진 5)이라 명명하였다. 그 이유는 <법화묘전> 판화의 내용이 영산전에 봉안된 <영산회상도>(사진 6)와 유사하기 때문에 양자 간 중복을 피하려는 목적과 더불어 법화경이 설해진 영산회상의 장소인 기사굴산(영축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강조하기 위해 다르게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통도사 영산전 벽화에 선택된 26장면의 불전도 중 5장면이 이 11번째 벽에 표현된 것이어서 흥미롭다. <능가설경(楞伽說經)>, <원각삼관(圓覺三觀)>, <반야진공> <법화묘전>, <불구석종(佛救釋種)> 다섯 장면이 그것이다. 앞의 네 장면은 경전을 설하는 장면으로 부처님께서 여러 권속을 거느린 모습으로 표현되었기에 선호된 것으로 보이고, <불구석종>은 부처님께서 석가 종족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이다.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에 친족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부처님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더 컸을 것이다.

(사진 1) 석씨원류 반야진공 판화
(사진 1) 석씨원류 반야진공 판화
(사진 2) 각원사 대웅전 제11벽 반야진공 벽화
(사진 2) 각원사 대웅전 제11벽 반야진공 벽화
(사진 3) 석씨원류 법화묘전 판화
(사진 3) 석씨원류 법화묘전 판화
(사진 4) 각원사 대웅전 제11벽  법화묘전 벽화
(사진 4) 각원사 대웅전 제11벽 법화묘전 벽화
(사진 5) 통도사 영산전 사굴산법화묘전 벽화
(사진 5) 통도사 영산전 사굴산법화묘전 벽화
(사진 6) 통도사 영산전 영산회상도(1734년)
(사진 6) 통도사 영산전 영산회상도(173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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