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손녀와의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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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손녀와의 하루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8.0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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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셋이다. 이 중에 큰 손주가 주말에는 가끔 온다. 어젯밤은 우리 집에서 잠을 잤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식사가 끝나면 아이는 놀이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며느리의 온전한 휴식을 위하여 손녀를 가끔 돌봐주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며느리가 예쁜 손자를 출산했기 때문이다. 고마운 일이다. 
손녀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날에는 아이의 식단을 미리 준비하고 놀이를 위해 여러 가지 준비한다. 이번에는 시기가 봄인지라 집안의 양지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와 한참을 놀았다. 아이는 궁금증도 많아서 “왜 식물이 거실 바닥에 있어요”. 라며 묻는다. “사람들에게 영양소가 필요하듯이 식물들도 저마다의 필요한 영양소가 있기 때문이지”. “이 식물들은 다른 식물과 달라서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두어야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지”. “햇볕을 먹고 사는 거야”라며 확인하듯 말을 걸어온다. 아이는 식물의 잎을 만지기도 하고 뽀뽀도 하면서 동생처럼 사랑스럽다 한다. 화분 속에 들어있는 흙을 만지며 촉감이 어떠한지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뿐이 아니다. 손녀는 미용실 놀이를 좋아해서 내 집에 올 때마다 그 놀이를 하려 한다. 자신은 미용사이고 할머니는 손님역을 맡아서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어한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무슨 스타일로 머리를 해 드릴까요.”라고 하면 고객인 나는 마땅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 아이는 알고 있는 곤충들이 이름으로 스타일을 말하곤 한다. “잠자리처럼 날아가게 해 드릴까요. 무당벌레처럼 동그랗게 해 드릴까요. 참새처럼 짹짹하는 머리 해 드릴까요”. 라며 끊임없이 스타일을 알려준다. 사실 그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미용사 역할을 맡은 손녀의 추천에 따라 머리 스타일이 달라진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미용사가 손님을 배웅한다. 그 모습을 보고 고객님한테는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여러 번 짚어주었는데 이제는 “안녕히 가세요. 담에 또 오세요”. 라며 제법 알아서 한다.
손녀가 집에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나의 모든 일과를 접고 아이에게 올인한다. 아이가 오는 날에는 우리 집은 놀이동산이 되기도 하고 식물원이 되기도 한다. 미용실이 되기도 하고 풍선아트센터가 되기도 하며 미술학원이 되기도 한다. 모든 놀이를 아이는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풍선 놀이를 많이 하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풍선 놀이를 하고 싶다 하는데 할아버지가 묘제 참석차 시댁에 가서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풍선 놀이는 할아버지가 전담 강사이기 때문이다. 
풍선으로는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꽃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막대풍선을 이용하여 왕관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팔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동그란 풍선을 크게 만들어주면 배구를 하기도 하고 축구를 하기도 한다. 공을 배아래 넣고 함께 굴러다니기도 한다. 한바탕 놀이를 하고 나면 아이는 낮잠을 잔다. 꼼작 없이 곤하게 자는 손녀의 모습은 어느 별에서 찾아온 천사인가 싶다. 평온한 모습에 아이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볼에 뽀뽀를 해주기도 하는데 아이만의 은은한 향이 묻어난다. 
손녀를 돌봐주는 나를 보고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 할머니가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 손주를 돌봐주기 힘들 텐데 왜 그리 힘들게 살고 있느냐는 주위의 시선들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손주가 할머니 손길이 필요하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힘들다고 돌봐주지 못하는 손주들을 그 누가 보아줄까 싶다. 마음이 씁쓸하다. 손주들을 볼 때마다 출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으로 인해 사회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절벽’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장려정책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바르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안심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어른이 아이의 부모가 되어야 한다.
건강한 가정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다. 건강이란 몸도 마음도 환경도 모두 건강함을 의미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아이 부모만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아이는 모든 일 중에 최우선이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일은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함께 키운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집집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누구나 어린아이의 보호자라는 마음으로 보호하고 지도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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