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 앎과 봄[知見]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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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 앎과 봄[知見]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8.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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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수행을 계속하다 보면, 처음 몇 번은 호흡이 들고 나는 것을 체크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몽롱하게 호흡을 놓치고 있게 될 때도 있고, 조금 호흡을 알아차리다 어제 나에게 기분 나쁜 말을 했던 사람이 떠올라 머릿속에서 어떻게 멋지게 한 방 먹일까 생각에 빠져 호흡을 잊어버리는 때도 있고, 자꾸만 호흡을 놓치는 자신을 한심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유독 다리 통증이 심한 날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아깝고 초조하고 불안한 때도 있고, 수행 끝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면서 나중에 할 일을 머릿속으로 그리느라고 호흡을 잊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눈 감고 마음을 모으는 수행에선 모든 것이 자기 점검의 단서가 됩니다. 그래서 수행을 방해하는 이런저런 것들을 분류해서 다섯 가지 장애(오개, 五蓋)라고 말합니다.
그런 장애들이 일어나면, 그 장애들이 나타나는 것을 눈치를 채고 거기서 태도를 바로잡는 노력을 해주면 할 일을 다 하는 겁니다. 간단하게 수행 대상으로 다시 돌아와 그 대상(호흡 수행에서는 호흡)에 마음이 머물도록 하는 것이 할 일의 전부입니다.


#1. 탐욕(감각적 욕망)

수행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장애 요소의 첫 번째는 탐욕(감각적 욕망)입니다. 예를 들어, 잘해보려고 과욕을 부려서 자꾸만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드는 것은 현재의 대상에

대한 것이 될 테고, 호흡을 체크하다가 어제 먹은 맛있는 빵이 문득 생각나서 그 맛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은 과거의 대상을 끌고 온 것일 테고, 그러다가 ‘그 빵집에 가서 내일은 어제 못 먹은 이런저런 빵을 사 와야지.’ 하는 것은 수행 대상을 잊고 생각에 빠져 미래로 마음이 가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아! 이거 호흡을 놓쳤네!’ 하고 되도록 빨리 눈치를 채면 좋은데 이게 한없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흐를 수도 있습니다. 눈치챘을 때 바로 수행 대상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한 순간 한 순간 그렇게 탐욕이란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겁니다.


#2. 성냄(악의)

두 번째는 성냄(악의)입니다. 자꾸만 수행 대상에 머물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자기 마음에 대해 특히 화가 납니다. 이런 ‘화’가 수행의 장애물입니다. 그런데 사실 화낼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 내 마음이 심하게 헤매는 것은 평소에 마음을 한곳에 머무르게 하는 훈련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리고 훈련하면 하는 만큼 길들게 돼 있어서 조금도 낙담할 것이 없습니다. 자랑스러울 필요도 없고, 수치스러울 필요도 없습니다. 헤매는 것을 지금 발견했으면 지금부터 꾸준히 열심히 하면 되는 겁니다.
수행의 길에서 한순간 노력한 것이라도 무의미하게 잃어버리는 법은 없습니다. 차곡차곡 마음의 힘으로 저장되는 것이니, 혹시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깎아내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이 보이더라도, 한 걸음도 헛걸음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음이 호흡에서 떠났음을 발견했다면, 발견한 것 자체가 참 잘한 겁니다. 거기서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서, 지금 들이쉬고 있는지 내쉬고 있는지 체크해보면 됩니다. 자꾸만 데려오다 보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는 아예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3. 해태와 혼침

세 번째는 해태(나태함)과 혼침(졸림)입니다. 평소에 별별 재미있는 것들을 쫓아다니던 습관에 젖은 마음이 호흡과 마주할 때, 그 호흡은 지극히 무덤덤하고 평범한 대상입니다. 수행 초기에는 마음은 항상 불평합니다. ‘아~ 재미없어.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 거지?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알람이 고장 났나….’ 호흡을 체크하고 있다 보면 자꾸만 호흡을 무시하고 마음이 도망갑니다. 호흡을 사띠하는 것이 수행의 전부인데…. 마음이 정작 해야 하는 일거리에 나태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호흡을 놓칩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꾸벅꾸벅 좁니다. 지금 나태함에 빠져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지금 졸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서 이 장애를 한순간 또 한순간 넘어가야 합니다. 앉으면 졸던 사람도 1년 만에 그걸 완전히 극복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음먹고 노력하면 되는 일입니다.


#4. 들뜸과 후회

네 번째는 들뜸과 후회입니다. 너무 잘하려고 긴장해서 오히려 호흡을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지 못하여서 수행 대상을 놓치는 것은 들뜸의 장애라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잘못했던 일 등을 그냥 반성하고 지금부터 잘하면 되는데, 지나간 자신의 잘못에 붙잡혀 자책하며 정작 지금 여기서 진행되고 있는 호흡을 놓치는 것이 후회입니다. 수행에서는 들뜸과 후회의 마음부수가 미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런 것을 느낄 때 ‘아 수행의 장애가 나타났구나!’ 하고 확인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알아차려야 합니다.


#5. 의심

다섯 번째는 의심입니다. ① ‘이걸 수행이라고 하다니 내가 정말 바보 같다! 나는 불교도도 아닌데…. 난 안 할래.’라고 생각하거나, ② ‘수행법은 정말 단순하면서도 대단한 것 같은데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걸해도 될까? 나한테는 너무 힘들다! 나는 여기 안 맞는 사람 아닐까? 이걸 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다섯 번째의 수행 장애라고 합니다. 
①의 의심에 대해서는, 전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이 2천 6백 년 전부터, 또 지금도 닦고 있고, 그 사람들 모두 불교도도 아니었고, 바보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더라도 종교는 종교대로 소중하게 지키면서 그와 무관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는 일이기에 자신이 지닌 종교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교와 관계없이, 시대를 뛰어넘어 수행하는 바른 방법임을 알아야 합니다. 
②의 의심인 ‘나는 자격이 안 되나 보다.’라는 생각은 자신을 실제보다 너무 낮추어보는 착각입니다. 또한 오랫동안 불교 이론을 조사하면서 확신이 생겨 이 수행을 한 사나흘 바짝 하면 되는 줄 아는 것도 착각입니다. 노력할 때 노력하면, 그 노력이 쌓여 누구나 되게 돼 있으니 포기는 너무 섣부른 것입니다.
홍수에 가족을 잃고 미쳐서 길거리를 떠돌던 사람도 이 수행법을 닦아서 목적을 달성했고, 동네 바보로 놀림 받던 사람도 이 수행법을 닦아서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온 누구라도, 노력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차곡차곡 힘이 붙게 됩니다. 지나친 자기 의심도 일종의 마음의 불순물이 일으키는 거라고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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