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 광복의 진의(眞義)를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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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광복의 진의(眞義)를 되새기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8.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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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김승석

 

  8·15광복 78주년에 즈음하여, 사부대중 모두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며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빌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한없는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표한다.

  우리는 경술국치庚戌國恥의 부끄러운 역사를 결코 잊어서도 안 되지만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높이 기려 널리 선양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 독립운동의 고마움을 모르고 지낸다면 도리가 아니고, 잊고 산다면 죄짓는 일일 것이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고향을 떠나 싸우고 죽는 길을 택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자주독립의 굳센 의지는 마침내 자유 우방 국가들을 감동시켜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 상태에서 독립국가로의 전환을 맞이한다. 
  광복光復을 한자를 그대로 직역하면, ‘빛을 회복하다, 빛을 되찾다.’는 의미이다. ‘어두운 곳을 벗어나 밝은 곳에 돌아왔다’는 말이다. 하지만 속이 비어 있고 아우성만 요란한 국민통합과 ’껍데기‘ 평화만 있는 광복이 아닐까 한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더욱 짙어지고, 내 가족 내 울타리만 챙기기 바쁘고, 여기에 여의도 정치판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 대한민국은 선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다 남북통일의 길은 멀고 험난하고, 북핵北核 위협으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서 매우 불안하다

  우리의 현 시국이 비록 무수한 갈등 요인과 이해 다툼으로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는 ‘나라 사랑’이라는 공통된 분모가 있을 것이다.
  함석헌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두 가지로 남는다. 하나는 뒤에 남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속에 남는 것이다. 전자는 과거의 기록으로 남거나 혹은 유물로 후세에 전하는 것이고, 후자는 현재의 산 사실로 생명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비록 형색은 없으나 살아있는 생명으로 민족적 존재 안에 남아서 그 체격이 되고 또 얼굴 생김으로 되며 마음씨 성격으로 되고 문화로 되는 것이다.”

  그렇다. 제주 섬사람들에게도 ‘나라 사랑’, ‘제주 사랑’의 혼이 있고 해녀 어머니의 자식들인 우리 모두에게 제주잠녀항쟁의 DNA가 흐르고 있다. 1932년 1월 7일 해산물을 터무니없이 헐값에 강매하라고 협박하는 일본 물산회사 측에 항거하여 구좌읍 하도리 해녀 300명이 호미와 비창을 들고 조직적인 시위에 나선 ‘제주해녀항일운동’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닷새 후에 더 큰 시위가 일어났다. 인근마을인 구좌읍 종달리와 세화리, 그리고 성산읍 오조리 거주 해녀 600명이 만세를 부르며 세화 장터에 모였다. 
  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이 1989년 <바람 타는 섬>이란 제목으로 제주잠녀항쟁을 소설화함으로써 이 사건의 실체가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32년 1월부터 3개월 동안 지속된 제주잠녀항쟁은 일제의 폭압에 맞선 항일운동의 차원으로 발전했다. 오늘의 역사는 가히 국내 최대의 여성 항일 운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를 2005년 1월 27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8·15 해방전 늘 소외되고 수탈당하던 한恨 서린 섬 역사의 진실을 찾고, 또 해방 후 4·3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제주 섬이 평화의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염원하는 뜻일 것이다.
 지난 100년의 제주 역사 속에는 무한의 진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지혜의 눈과 바른 말을 하는 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역사를 이야기하고 제주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도민들과 함께 광복의 기쁨을 나누고, 굴종을 넘어 포용으로,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여 상생과 화합으로 나가야 한다.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뜻깊고 의미 있는 광복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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