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23) - 어머니를 선처로 인도한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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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23) - 어머니를 선처로 인도한 스님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8.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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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항산 김승석

늦더위의 극성 탓에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가을이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해발 200미터의 과원에는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요란하며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다닙니다.  
남쪽 뜰에는 연한 주황색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만나지 못할 임을 그리워한다.’는 꽃말처럼 이맘때면 저승으로 떠난 부모형제들과 지인들의 생전 모습이 떠오릅니다.  

8월 30일은 불교 사명일四名日의 하나인 우란분절(Ullambana)입니다. 우란분재는 부처님의 제자인 마하 목갈리나 존자(āyasmā Moggalāna)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전통에 따라서 전국 사찰에서는 하안거가 끝나는 음력 칠월 보름에 삼보와 선망부모를 위해 백 가지 맛의 곡식과 다섯 가지 과일 등으로 우란분을 만들어 공양합니다.
1574년 석왕사釋王寺에서 개판된 <권공제반문勸供諸般文>에는 우란분재에 행해야 할 게송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습니다. 
“해마다 칠월 우란회는 바로 목련目蓮이 부모를 구제한 날이라네.
사람들마다 부모 없는 이 없어 터럭 끝이라도 엮어 부모를 구제하네.”
위 게송의 결구結句의 의미는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줄을 엮어서 지옥에 있는 부모에게 드리워 구제한다(纖毫共結濟於親).’는 뜻으로 선망 부모에 대한 간절하고도 절절함이 묻어나는 효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설대목련경」에는 목련존자가 삼악도에서 고통 받는 어머니를 구하는 상황을 시차에 따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목련 존자는 신통력을 얻은 즉시 천안통(Heavenly Eye)으로 망모亡母가 어디에 계신지 찾아봤습니다. 아귀계에 떨어져 있는 굶주리고 목이 타는 아귀가 되어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신통력으로 어머니에게 음식을 줬지만, 어머니가 음식을 입에 넣기도 전에 그 음식은 불에 탄 재로 변하고 맙니다. 
자신의 신통력으로도 모친을 구할 수 없자 목련은 부처님께 이 사실을 고하고 처방을 여쭤보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머니의 죄업의 뿌리가 깊어 한 사람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시방세계에 머무시는 큰 스님들의 위신력을 얻어야 구제받을 수 있으며, 하안거가 끝나는 칠월 보름에 우란분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면 삼악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목련의 지극 정성에 의해 아귀의 몸을 벗어난 목련의 어머니는 이후에 곧 개를 태어났고, 다시 ‘우란분’을 올리자 사람으로 환생하게 됩니다. 
이제 3개월의 하안거를 마친 출가사문들이 무문관을 나설 것입니다. 이 거룩한 분들께 공양을 올리고 그 복을 선망 부모를 위해서 회향하라는 게 오늘의 재가불자들에게 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닐까요.

『앙굿따라 니까야』 제1권 「으뜸 품」(A1:14)에는 부처님의 직계제자 사부대중 가운데서 각 분야에서 뛰어난 80분들이 거명됩니다. 예를 들면 사리뿟따(사리불) 존자는 지혜제일이고, 목갈라나(목련) 존자는 신통제일이요, 마하깟사빠(가섭) 존자는 두타제일이요. 아누룻다 존자는 천안제일이요, 아난다 존자는 다문제일 등으로 나타납니다. 
「진리의 분석 경」(M141)에서,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따라 배우고 섬기라. 이 두 비구는 현자요 청정범행을 닦는 동료 수행자들을 도와주는 자이다. 사리뿟따는 낳아준 친어머니와 같고, 목갈라나는 태어난 자를 길러주는 유모와 같다. 사리뿟따는 예류과로 인도하고 목갈라나는 더 높은 경지로 인도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노마닷시’ 부처님(과거 24불 중, 7불)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사리불과 목련은 친구로서 내세에 부처님의 상수제자가 되고자하는 서원을 품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리불은 고따마 붓다가 보디삿따로 수 십 만겁을 수행할 때 근친 또는 친구 등으로 좋은 인연을 맺어 왔다는 설화가 「밀린다왕문 경」에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목련은 좀 유별났던 것 같습니다. 까꾸산다 부처님(과거 7불 중, 4불) 재세 시에 ‘두시’라는 마라(Māra)로 태어나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위두라 존자의 머리를 때려 피를 흘리게 한 죄업으로 대지옥에 태어나 수 만년 동안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목련이 자기의 전생을 신통력으로 기억하고 그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또 다른 마라(*욕계의 최고 천상인 타화자재천에 거주하는 신)를 견책하는 이야기가 「마라 견책 경」(M50)에 나옵니다. 

사리불의 어머니는 목련의 어머니처럼 탐욕은 강하지 않았으나,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제자들에 대해서 생전에 큰 증오심을 품어왔던 고집 센 브라만이었던 사실은 『법구경』(400게송)의 주석서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사리불은 어머니를 불법승 삼보에 귀의시켜 선처로 인도하겠다고 결심하고 부처님께 이 뜻을 미리 고하고, 마가다국 날라까 마을의 고향집에서 무여열반에 들기 전에 어머니를 교화시켜 예류도에 이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스님들은 재가의 족쇄를 자른 뒤에 불법에 출가를 결행한 자입니다. 목련과 사리불의 부모를 향한 보은報恩이나, 진묵대사(1562~1633년)의 기행에서 보듯이 선망 부모 또는 생존 부모에 대한 효심까지 절연絶緣해야만 진정한 출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묵대사는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7세에 출가하여 전북 완주 지역에서 승려생활을 하면서 천년사찰 용진 봉서사에서 주석하셨는데, 홀로된 어머니한테도 효심이 깊어서 절집에 모셔와 봉양을 했습니다. 이 절의 진묵전‘에 진묵대사와 그 어머니 영정이 나란히 모셔져 있습니다. 예禮와 효孝를 중시한 전통문화를 절집에서 수용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요즘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윤리가 무너졌습니다. 신문이나 TV에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뉴스나 보도를 자주 접합니다. 노후 보장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부모를 부양하지 아니하여 재산을 반환하라는 부자간의 소송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악업은 본인이나 그 부모 모두 삼악도에 태어나게 하는 원인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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