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맨발걷기 숲길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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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맨발걷기 숲길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9.0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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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테마가 있는 길 상품을 선보이면서 관광객 유치에 온힘을 다했다. 제주의 올레 길은 그 선구자로서 북한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3대 명품 길 중의 하나이다. 
요즘에는 도심 주변에 맨발 걷기 산책로 조성 붐이 일고 있다. 전국 지자체 주도로 맨발 걷기 좋은 길을 만들고 관련 행사, 교육 프로그램 등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 해군기지 사령부에서 수목원의 초입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1㎞에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오장육부 모든 혈의 집합체인 발바닥을 자극하기 위해서 이유야 어찌하든 중년 이후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쉽게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맨발걷기다. 
맨발로 걷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지구 표면과 직접 접촉하면 흙이 제공하는 에너지와 치유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인도에선 요가 같은 영적 수행의 필수적 부분이었다.
맨발로 흙을 밟는 것, 즉 접지(接地)는 수면, 통증관리, 스트레스 감소 및 전반적인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의학적 연구 결과이다. 맨발 걷기가 마음챙김(sati)의 명상과 결합하면 잡념을 쫓아내고 느낌 통찰을 통해 선정의 시너지 효과를 낳게 한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산사 가운데 맨발 걷기 최적의 장소다. 제주에는 이에 필적할 수 있는 산사 숲길이 없다. 2012년부터 시작된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절로 가는 육바라밀 길 조성사업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 하에 본지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해야 하겠지만, 방향을 좀 선회하여 불교계의 주도 하에 산사 안팎에 맨발 걷기 숲길 조성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그 적지로는 관음사 아미산 일대를 꼽고 싶다. 일제 전쟁시대의 유적과 생활유적도 남아 있는데다 4·3유적까지 포괄하고 있어서 복합 역사문화 탐방과 건강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조성된 지계의 길(연동 관음정사∼한라산 관음사) 가운데 구암굴사에서 소산오름을 지나 나타나는 편백나무 숲길도 후보지다. 평화와 힐링의 섬 이미지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므로 제주도정의 지원이 절실하다. 
태초에 땅 위엔 길 같은 것은 없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다. 길 위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부처님의 선법을 새기고 지혜를 닦는 맨발 걷기 길이라면 더욱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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