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제주불교계의 4·3 희생자 위령대제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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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제주불교계의 4·3 희생자 위령대제를 주목하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9.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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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3사건 제75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3년 12월 제주 4·3사건 진상보고서가 발간된 후 벌써 20년이 됐다.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인 제주4·3평화공원 조성, 평화재단 설립 및 운영, 4·3사건 수형자의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과 유족보상, 후유장애자 지원, 4·3유적지에 대한 조사 및 보존관리계획 등은 연차적으로 실천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는 외형적, 가시적 측면에서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갖춰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컴퓨터 시스템을 운영, 관리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비물질적 측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4·3사건의 희생자 및 유족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 즉 트라우마는 물질적 보상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4·3사건의 최대 피해 사찰인 한라산 관음사가 1992년부터 매해 ‘4·3원혼 천도대재’를 봉행하며, 4·3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전통 불교방식으로 진행되는 천도재는 오랜 세월동안 민중과 함께 생활 속에서 이어져 온 고유한 전통문화이기는 하나, 올해 제주불교연합회가 지난 9일 함덕해수욕장(잔디광장)에서 4·3 희생자를 위한 추모 위령대제를 봉행한 것은 망자의 고혼들을 위령하고 천도함으로써 평화의 섬, 제주를 빛나게 했다는 점에서 대승적 결단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제주불교계의 단합된 행위는 제주불교의 위의를 선양하는 일이기도 하고, 4·3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이기에 쌍수를 들고 환영받을 만하다. 
4․3당국은 후속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제주불교계와의 기능적 역할분담이 이뤄지도록 지속적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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