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균형 잡힌 수행의 다섯 가지 원리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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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보리분법 -깨달음으로 이끄는 수행의 로드맵- 균형 잡힌 수행의 다섯 가지 원리 Ⅱ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09.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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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5월 초부터 대략 20여 회에 걸쳐 진용스님께서 (사)21세기불교포럼에서 월 1회 정기적으로 ‘37보리분법’이라는 주제로 법문하신 내용을 연재하려고 합니다.

다섯 가지 힘이라 함은,
❶ 믿음의 힘(saddhā-balāni : 삿다- 발라-니)
❷ 정진의 힘(viriya-balāni : 위리야 발라-니)
❸ 사띠의 힘(sati-balāni : 사띠 발라-니) 
❹ 마음집중의 힘(samādhi-balāni : 사마-디 발라-니)
❺ 지혜의 힘(paññā-balāni : 빤냐- 발라-니)

입니다.

❶ 믿음의 힘(saddhā-balāni : 삿다- 발라-니)
삿다-는 다섯 가지 인드리야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삿다-는 ‘어떤 것’을 믿어 그것에 대해서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는 것을 말합니다. 첫 번째로 그 ‘어떤 것’은 삼보인 붓다, 담마, 상가와 업(kamma : 깜마), 그리고 업의 결과(vipāka : 위빠-까)에 대한 믿음입니다. 두 번째로 그 ‘어떤 것’을 믿음으로 인해 마음이 분명해지고 평온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붓다는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시어 모든 탐․진․치의 번뇌에서 벗어난 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우리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그분께 예경 드리면 우리의 마음도 분명하고 평온해집니다. 
담마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누구든지 조사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담마를 실천하여 분명하고 평온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함을 체험하고 담마에 대한 확신이 섭니다.
상가는 부처님의 뒤를 이어 담마를 깨치려는 성스러운 제자들이며 그분들의 공덕을 믿는 것입니다. 그 상가 역시 도와 과에 들은 성자들이라 합장 공경할 대상임을 알고 그 상가가 부처님의 담마를 설하시는 것에 따라 수행하여 분명하고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체험해 상가에 대한 확신이 섭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히 생겨났다가 우연히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원인 따라 짓고(업), 그 지은 조건 따라 결과를 낳는다(업보)는 사실을 받아들여 그 연기의 법칙을 체험해서 확신하게 될 때 우리는 업과 업의 결과에 대한 믿음이 생겨납니다.
균형 잡힌 위빳사나 수행을 위한 원리 중에서 이런 믿음의 힘이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이 믿음은 경전 공부와 보시, 지계 등으로 공덕행을 닦는 것과 수행이 진전됨에 따라 더욱 향상되어 갈 것입니다.

❷ 정진의 힘(viriya-balāni : 위리야 발라-니)
정진이란 수행하는 에너지이며 수행을 밀고 나가는 힘입니다. 믿음의 힘이 기초하여 정진의 힘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우리는 대상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에 마음 집중하여 그것의 참 성품을 관찰함으로써 들끓는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어떠한 대상을 만나더라도 항상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는 도와 과를 증득할 것이라는 서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확신과 서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진의 힘은 강화됩니다.

❸ 사띠의 힘(sati-balāni : 사띠 발라-니)
사띠의 힘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의 진행 과정을 방심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서 사띠하는 힘입니다. 정진의 힘이 강하면 사띠의 힘이 향상될 것이고 사띠의 힘이 좋아지면 대상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 그것을 알아차려서 그것에 마음을 챙기게 됩니다.

❹ 삼매(마음 집중)의 힘(samādhi-balāni : 사마-디 발라-니)
일어나는 현상에 마음이 집중되어 일념 삼매가 되는 힘을 말합니다. 사띠의 힘이 강하게 되면 마음 집중의 힘이 향상됩니다. 수행자가 대상이 일어나는 순간을 사띠할 때, 그는 감각 대상을 사띠하는 순간을 인식하고 그 순간에 감각 대상을 사띠합니다. 
이처럼 사띠하는 감각 대상의 현상과 사띠하는 마음의 작용은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것을 찰나 삼매(khaṇika samādhi : 카니까 사마-디)라고 합니다. 이런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삼매는 곧 마음 집중의 힘이 향상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빈틈없이 자세히 이어져 진행되면 항상 마음 집중의 상태에서 현상을 관찰하게 되어 마침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현상의 참 성품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❺ 지혜의 힘(paññā-balāni : 빤냐- 발라-니)
존재의 참 성품, 즉 무상·고·무아·연기 등의 담마를 확연하게 보아 이해하는 것을 지혜의 힘이라고 합니다. 마음 집중의 힘이 향상되면 담마를 보게 되어 지혜의 힘이 성숙되는 것입니다.
다섯 가지 힘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① 먼저 믿음의 힘과 지혜의 힘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향상되어야 합니다. 
믿음만 성숙되고 지혜가 빈약하면 맹목적인 삿된 수행자가 됩니다. 형식적인 것에 매달리며 의식에만 의미를 부여하게 되어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리나 이론에 빠져버리는 수행자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를 우리는 신의 존재를 믿는 신앙에서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불교 안에서도 부처님을 신격화시켜놓고 신앙만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 행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또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지혜를 목적으로 지식만을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면 필경 오만과 자만, 그리고 편견이 슬그머니 자리 잡게 될 것이고, 수행의 과정에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려고 할 것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려고 하면 그 분석적인 알음알이로 인해 마음 집중이 방해받게 되어 사띠도 약화되어 깨어지게 됩니다. 또한 믿음의 힘도 줄어들게 됩니다. 오직 깨달음을 체험하고 난 후라야 자신의 경험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살펴보면 믿음만 강하고 지혜가 적으면 어떤 것도 바르다고 간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수행에 관한 바른 정보를 얻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잘못된 수행을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수행을 할 때 믿음의 과잉으로 수행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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