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중국 불교 조박초 회장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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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 중국 불교 조박초 회장과의 인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0.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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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이다. 사회복지 종사자 역량강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진지 시찰을 다녀왔는데 그중 홍콩을 경유해서 중국을 방문한바 있다.
언론사 재직 시 통일신라시대 해상무역왕 장보고 취재를 위해 중국 산둥성 법화원을 다녀온바도 있고 해서 중국 방문은 다소 설레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중국 명승고적지를 몇군데 찾아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곤 했는데 가는 곳마다 돌에 새겨진 시비가 눈에 띈다 불교 언론인 출신이라 관심 갖고 가까이서 감상했는데 평소 서예에 관심 있던 터라 예사롭지 않은 글씨체들이 유독 눈이 띈다 그 가운데 중국 당대에 너무나도 유명한 조박초 선생의 글씨체가 유명 명승지마다 시비로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봤다. 이 글씨를 쓰신 선생님을 아시냐고. 그러자 10여 년 전에 타계하셨는데 중국에서는 4대 명필가로 유명하신 분이며 이분의 서예작품은 당국의 허가없이 반출이 어려워 단지 복사본만 일부에서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떻게 이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냐며 묻길래 제주에서 특별한 기회에 모신적이 있다면서 취재 당시 촬영한 모습이 핸드폰에 저장돼있어 보여드렸더니 깜짝 놀라는 모습으로 설명이 추가됐다
당시 중국 최고 실력자인 등소평과 가장 절친한 사이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과 중국 적십자 명예회장 특히 중국 불교협회장을 맡고 있었던 당서열 6위의 대단하신 분이라며 부러운듯 나를 쳐다봤다. 조박초 회장에 대한 회고를 하게 된 계기가 최근에 있었기에 서두가 좀 길었다. 2년 전 퇴직 후 서귀포의 한 아담한 빌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이 만만치 않아 틈날 때마다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중 한시대를 살다가신 고승 명인들과의 인연으로 남아있는 사진과 취재스크랩 등이 있다. 자료를 모아둔 작은방에는 낡은 액자사진이 진열됐는데 바로 조박초 회장과 함께한 기념사진 액자가 너무 오래돼 사진도 변색되고 특히 조회장이 남겨준 서명 글씨가 있다. 1992년 10월 17일 조박초라고 싸인펜으로 남긴 유일한 글씨, 사진과 함께 보관돼왔는데 문방구에서 새 액자를 구입해서 사진을 교체한 후 낡은 액자를 분리수거처리장으로 갖다 버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3일 후 조박초 회장과 함께한 새 액자를 보는 순간 아차하며 현기증이 일어난 것.
사진과 함께 옆에 붙여놓은 친필 서명이 없어진걸 발견했다. 새 액자로 교체하면서 서명 쪽지가 낡은 액자와 함께 버려진 것을 깨달았다. 나이들어 가끔 깜박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나에게는 역사적인 인물과의 인연으로 사진 옆에 고이 붙여 간직했던 것으로 상실감이 우루루 몰려왔다.
그렇지만 혹시나 해서 3일 전에 갖다버린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 조그마한 종이쪽지가 그 어딘가 있을까? 깨진 유리와 함께 파묻혔겠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쓰레기장을 뒤졌는데 한구석 잘게 깨진 유리 마대 쪽에 얹혀놓은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바로 조박초 회장의 그 친필 메모지가 얹혀 있었다. 부서진 액자도 옆에 있었고 사라진 지 3일 만에 포기할뻔 했으나 이것도 일대사 인연인 듯 싶어 얼른 집어 들고 집에 와서 다시 새 액자에 정리를 해놓았다. 남이 보면 한낱 작은 메모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일생에 가장 기억하고 싶은 큰 선물자료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쓰레기 분리수거 하시는 분이 수거 처리했거나 비라도 내렸더라면 아마 큰 상실감에 평생을 후회하며 지내고 있을지 모른다. 정말 운이 좋은 하루였다.
이제 조박초 회장과의 인연을 정리해본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2년 가을 당시 교계 언론편집책임자였던 나에게 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스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중 수교기념으로 종단협의회가 주최한 동북아시아 불교지도자 평화회의에 한국을 처음 방문한 중국불교협회 조박초 회장이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고 특별히 제주를 방문하고 싶다하여 제주의 일정을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워낙 중국에서는 존경받는 분으로 도에서도 각별하게 귀빈영접하는 등 공항에서부터 여러 일정을 도와드렸는데 일생을 술, 담배는 물론 육식과 자극성 있는 음식을 전혀 하지않는다 하여 숙식을 정하는데 다소 애를 먹기도 했다. 평소 제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역사적으로 중국과 불교문화 교류가 있었던 제주가 극락정토이며, 환태평양의 중심지로 앞으로 세계의 이목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곳이 될것이라며, 과거 중국 진나라 진시황 때 서복이 서귀포에 불로초를 캐러 왔었다는 얘기도 알고 있다면서 제주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교계 언론사로서 유일하게 단독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조박초 회장과의 인연이 그 메모쪽지 하나로 이어질 줄. 살다보면 참 절묘하고 감동스런 일들이 억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혹은 우연히 이어지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중수교와 함께 제주에서 인연 맺었던 조박초 회장과의 인연이 30여 년 지난 일이지만 큰 깨달음으로 또한 어렴풋한 기억이 새로운 설렘과 희망으로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이 작은 메모 쪽지의 인연으로 기회가 된다면 중국 명승고적을 자주 찾아 그분의 글씨체로 나마 다시 깊은 연을 이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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