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발우공양
상태바
도대불 - 발우공양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1.01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봉(수필가)
양재봉(수필가)

전염병이 지구를 장악한 지 3년이 흐르더니 이젠 감기 정도로 인식되는가 보다. 일상 중 달라진 부분도 적잖이 보인다. 대기오염이 줄어들었다 하는데 대신 쓰레기는 많이 늘었다. 예전과는 달리 클린하우스는 날마다 치워가도 넘친다. 택배로 주문하던 습관이 자리 잡으면서 더해진 쓰레기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도 많이 늘었다. 버려지는 1년간 음식물쓰레기가, 지구에서 아사 직전인 인구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이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식문화가 준비 과정에서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킨다. 거기에다 더해 푸짐한 것을 좋아한다. 먹다 남길 만큼 준비해야 손님 대접을 잘했다는 게 미덕으로 남아있는 탓일까, 간식과 야식 문화도 우리나라처럼 발달한 나라가 없다고 한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국민 건강이 걱정된다. 먹는다는 것은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면 된다. 비만은 국민에게 온갖 질병을 불러와 삶의 질을 낮추고 의료비 수가도 높인다.
음식점에서 식사 후 버려지는 쓰레기양이 너무 많다. 조금만 신경 쓰면 줄일 수 있는 것들이다. 정책적으로 규제도 하고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텐데, 실천을 유도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지난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아내와 오랜만에 처형이 사는 부산으로 나들이 갔다. 독실한 불교도인 처형을 따라 ○○사엘 가게 되었다. 마침 점심때라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그릇 속에 세 개의 그릇이 차곡차곡 들어있다. 그 그릇에 담은 건  밥, 국, 비빔밥을 만들기 위한 반찬, 물이 전부다. 간단하지만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나자 물을 밥그릇에 부어 마셨다. 컵을 쓰지 않아서 치우는 데 번거롭지 않아서 좋고 설거지 그릇이 줄어드니 좋을 것이다. 밥그릇도 깨끗해지니 보기에도 좋다. 적은 양은 아니지만 푸짐하지 않으니, 음식을 남기는 사람도 없다.
남국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부처님오신날 수백 명이 다녀간다. 많은 사람이 공양했지만 그릇을 씻는 사람은 한 둘이면 족했다. 먹고 나서 몸이 가뿐함을 느낄 수 있는 건강식이 아닌가.
특별한 우리 집만의 음식이 있다.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에 아내가 만든 조청 한 숟가락을 넣고 견과류랑 과일을 넣는다. 보리 새싹 가루도 넣고, 엿기름을 분쇄한 가루도 넣는다. 오래전부터 먹어왔으니 식후 빠뜨리면 개운치 않아서 습관적으로 먹고 있다. 아침은 그것으로 때우고 점심과 저녁엔 밥 한두 숟가락 정도만 먹는 소식을 하고 있기에 빠뜨릴 수도 없으니 그게 주식이나 다름없다.
먹고 나면 그릇에 묻은 조청과 요구르트, 첨가한 가루 흔적이 남아있게 된다. 따뜻한 보리차를 넣고 숭늉처럼 마무리로 마신다. 그러면 설거지하기도 쉽고 먹고 난 그릇이지만 보기에 흉하지도 않다.
음식물쓰레기도 적절히 재활용한다. 채소를 다듬고 난 것은 닭이 처리하고 뼈는 멍멍이 간식이 된다. 그 외는 발효시켜 텃밭에 거름으로 사용한다. 농촌에서 살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님들은 밥을 먹고 나면 밥그릇에 숭늉을 부어 마셨다. 그 좋은 습관이 서구화 식단에 믹서 되면서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말았다.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깃값이 1조 원을 넘기고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또 쓰고 있다. 더하여 그것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매립된 주변은 토양 오염에 수질 오염도 야기시킨다. 매립장이나 처리장 주변을 오갈 때는 냄새가 역하다. 그뿐만 아니라 쓰레기 처리시설이나 매립지는 혐오시설이라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음식문화도 푸짐함을 버리고 절밥처럼 간소화하면 어떨까, 발우공양처럼 비슷한 숭늉 문화라도 살리면 좋겠다. 비만도 잡고, 환경도 살리고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가.
오늘따라 절집 음식이 그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