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철의 『표해록』 해부 (18) - 산방덕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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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의 『표해록』 해부 (18) - 산방덕이 눈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1.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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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년 1월 3일 흐림

장선비 눈이 빛났다. 아주 신기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 배에 탄 사람들이 장선비 눈빛을 보며 뭔가를 숨기려 한다. 장선비가 배의 형태를 깊이 탐색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듯 노려본다.

이는 배의 비밀을 낯선 사람에게 공개하기가 곤란했던지 곧 장선비를 데리고 층계를 걸어 1층으로 안내했다.
곧이어 2층을 지나 갑판을 건너 배의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는데 내려가고 올라오는 길이 서로 달랐다.

배 위에 있던 물통을 가만히 그려보니 예전에 ‘산방굴사’에서 보았던 신기한 물을 장선비는 생각해 낸다.

「탐라의 한라산 서남쪽에 돌로 된 아주 높은 봉우리가 있다. 넝쿨과 나뭇가지를 붙잡고서 원숭이처럼 수백 길을 오르게 되면 석굴이(바위에 뚫린 굴) 있다. 아늑하고 주위가 넓은 암벽(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 벽과 같이 된 바위)을 만나 저절로 석실(돌로 만든 방)이 이루어졌다. 이를 산방이라 부른다. 석실 안에 돌부처가 하나 있다. 돌부처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고풍스러운 정취를 풍기고 있다. 굴의 천장을 보면, 물이 돌 틈새를 따라 스며들어, 조금씩 방울져서 떨어진다. 쉬지 않고 방울져 떨어지더라도 물이 넘치는 일은 없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떠 마시더라도 물이 줄어들지 않는다. 이 또한 기이한 산방굴사가 아니랴!」

산방굴사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산방굴에 도착한 산방덕이는 하늘을 향해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산방덕이는 하늘을 향해 천지신명께 빌었다. “천지신명이시여! 저의 어리석음을 벌하옵소서. 제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죄 없는 사람을 옥에 가두게 했으니 후회막심합니다. 인간 세상이 이렇게 사악하고 힘들 줄 정말 몰랐습니다. 이기심 많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인간의 추악한 꼴을 보았습니다. 이제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무엇인가를 깨달았습니다. 천지신명이이여! 제발 제 남편 고승을 버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고통받는 지아비를 위해 저의 목숨을 거두어 천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땅도 울고 하늘도 울 만큼 산방덕의 기도는 간절하였다. 그러다 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그 바위에서 두 줄기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물은 자신의 불행과 인간세계의 죄악을 슬퍼하며 흘리는 산방덕이의 눈물이었다.」   

 장영주(2000), 『소원의 열쇠』에서

장선비가 무자년(1768) 봄에 산방산 봉우리에 올라 산방굴사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는 물통의 크기를 보니 가히 물 8~9말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한다.
물통에 물이 항상 가득 차 있어서 한 통만 더하면 곧 넘칠 듯했다. 그렇지만 한 통을 더하였는데도 물이 넘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러 그릇의 물을 퍼내도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어떤 연유인지 알지 못했다.

장선비는 배 위의 물그릇을 보니 산방굴사 생각이 나고, 예사로운 일이 아니므로 꼭 기억해 두고자 글로 덧붙여 두었다. 
큰 배 선원들은 한가해 보였다. 돛을 높이 올려 확 펴니 배는 나는 듯이 달린다.

산방산은 다음 백과에 의하면,
명승 제77호 높이 395m이며, 모슬포로부터 동쪽 4㎞ 해안에 있다. 유동성이 적은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종상화산이다. 신생대 제3기에 화산회층 및 화산사층을 뚫고 바다에서 분출하면서 서서히 융기하여 지금의 모양을 이루었다. 산정부근에는 구실잣밤나무·후박나무·겨울딸기·생달나무 등 난대림이 숲을 이루고 있다. 유일한 섬회양목 자생지이기도 하다. 암벽에는 지네발란·동백나무겨우살이·풍란·방기·석곡 등 해안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1966년 천연기념물 제182-5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또한,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 산의 남쪽에는 화산회층이 풍화된 독특한 경관의 용머리해안이 있으며, 이곳에 하멜 표류기념탑이 건립되어 있다. 제주 10경의 하나이다.
소재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이 산에는 옛날 한 포수가 한라산에 사냥을 나갔다가 잘못해서 산신의 궁둥이를 활로 쏘자 산신이 노하여 손에 잡히는 대로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날아와 산방산이 되고 뽑힌 자리가 백록담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또한, 여신 산방덕과 고승이란 부부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이곳의 주관으로 있던 자가 산방덕의 미모를 탐내어 남편 고승에게 누명을 씌우고 야욕을 채우려 하다가 이를 알아차린 산방덕이 속세에 온 것을 한탄하면서 산방굴로 들어가 바윗돌로 변해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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