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리산방의 엽서(28) -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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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리산방의 엽서(28) - Let It Be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1.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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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항산 김승석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Mother Mary comes to me
어머니 메리께서 내게 오셔서 
Speaking words of wisdom, 
지혜의 말씀을 하셨다  
let it be
“그냥 내버려두라”고
And in my hour of darkness 
그리고 내 어둠의 시간 속에 있을 때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그녀는 내 곁에 서서
Speaking words of wisdom 
지혜의 말씀을 하셨다
let it be
“그냥 내버려두라”고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렛 잇 비)는 비틀즈의 12번째 마지막 앨범이자, 폴 매카트니가 부른 타이틀곡으로서 한국의 젊은이들도 즐겨 부르는 명곡입니다. 
꿈속에서 어머니 ‘메리 패트리샤’를 만났을 때 매카트니의 어머니가 ‘내버려둬(Let it be)’라는 말을 했고, 그 꿈을 기반으로 작곡하였다고 알려졌습니다.  
근심과 걱정에 대한 지혜가 담긴 노래이기 때문에 갈등과 번뇌에 휩싸인 현대인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공감하고 그 자신을 위로하고 편안케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눈·귀·코·입·몸의 오감을 통해 바깥 대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항상 현재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마음(意, mano)은 과거로 가거나 미래로 향합니다. 과거생각은 좋은 추억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 후회와 회한, 아쉬움과 억울함 등이 섞여 있습니다. 안 좋은 과거생각이 자꾸 떠오른다면 그 자신을 매우 힘들게 합니다. 그 반면 좋은 추억을 자주 떠올리면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심리상태를 은근히 표현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한편, 미래생각은 걱정과 불안이 그림자처럼 쫓아옵니다. 걱정거리가 있거나 미해결의 과제가 있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그 생각이 마음속을 맴돌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우리를 들뜨게 하므로 역시 안 좋은 생각의 범주에 넣을 수 있겠습니다.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일어났다가 사라지면서 쉬지 않고 흘러갑니다. 한강의 마포대교 밑을 흐르는 물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지만 그 물은 매순간 전혀 새로운 물입니다. 생각의 흐름도 그러합니다. 앞선 생각이 뒤따르는 생각을 조건지우고 사라지지만, 앞생각에 있는 정보는 다음 생각에 고스란히 옮겨가므로 ‘타임아웃timeout’이 필요합니다. 
<Let It Be>의 노래를 들으며, 요즘의 고물가·고금리·고실업, 그리고 전쟁 등에 대한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온갖 시름과 착잡한 궁리, 번민에 시달리는 마음의 쉼터는 세존께서 몸소 실천한 호흡관법입니다. S.N.고엔카를 비롯한 수많은 영성의 스승들은 호흡명상의 유익함을 설파하셨습니다.
안 좋은 생각은 고통의 여행이며 명상은 그것의 멈춤입니다. 번뇌의 근원인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집착을 내려놓고 진정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터득하라고 붓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 재세 시에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은 바히야(Bāhiya)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비록 부처님의 승단에 출가한 사문은 아니지만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만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위성 급고독원에 머무시던 세존을 찾아뵙고 법문을 청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제게 법을 설해 주소서. 오랜 세월 저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서 선서께서는 법을 설해 주소서.”라고 여쭙습니다.
세존께서 이르시길, “바히야여, 그대는 이와 같이 공부지어야 한다. 볼 때는 단지 봄만이 있을 것이고, 들을 때는 단지 들음만이 있을 것이고 감지할 때는 단지 감지함만이 있을 것이고 알 때는 단지 앎만이 있을 것이면 그대에게는 ‘그것에 의함’이란 것이 있지 않다. ‘그것에 의함’이 있지 않으면 그대에게는
‘거기에’라는 것이 있지 않다. 바히야여, 그대에게 ‘거기에’가 있지 않으면 그대에게는 여기 이 세상도 없고 저기 저 세상도 없으며 이 둘의 가운데도 없다. 이것이 괴로움의 끝이다.”라고….

여섯 감관이 여섯 대상과 접촉하는 순간 여섯 가지 아는 마음(=6식)이 일어남과 동시에 느낌과 인식(생각)이 함께 생깁니다. 눈과 형색의 접촉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런 인식과정을 「아비담마」에서는 “단지 작용만 하는 마노의 요소[意界]가 전향의 역할을 하면서 일어났다가 멸하고, 그 다음에 눈의 알음알이[眼識]가 보는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과보로 나타난 마노의 요소[意界]가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원인 없는 과보로 나타난 마노의 알음알이의 요소[意識界]가 조사하는 역할을 하고, 그 다음에 원인 없는 단지 작용만 하는 마노의 알음알이의 요소가 결정하는 역할(의문전향)을 하면서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그 직후 일곱 찰나의 속행(javana)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은 들음과 감지함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 속행의 순간에 선善 또는 불선不善을 결정짓는 지혜로운 주의((如理作意, yoniso manasikāra)의 유무에 따라 유익하거나 해로운 과보가 뒤따르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눈의 영역에 들어온 형색에 대해서 속행의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에 단지 형색을 아는 것에 그치고 탐욕이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에 뿌리를 둔 속행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우다나(自說經) Ud1:10」에서 바히야에게 설법하셨습니다. 이 경문의 ‘그것’이란 탐·진·치의 3독입니다. 
돈이 없으면, 직장이 없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합니다. 이런 근본적 욕망은 결코 없앨 수 없습니다. 그 욕구 충족을 위해 혈안이 되거나 불만족하면 짜증내고 성냅니다. 이것이 괴로움입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Let It Be>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지만, 저는 생각의 늪에 빠지기 전에 “볼 때는 단지 봄만이 있고, 들을 때는 단지 들음만이 있다.”라는 법구를 암송합니다. 번뇌를 제어할 수 있으면 지혜롭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번뇌가 있으면 어리석은 짓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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