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계의 길에서 참 나를 찾아 불성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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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계의 길에서 참 나를 찾아 불성을 만나다!
  • 김익수 주필·대기자
  • 승인 2023.11.2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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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절로 가는 길 ‘제주불교 성지순례길 걷기대회’ 개최
지난 11일 구암굴사에서 출발 관음사 도착
절로가는길 도착지 관음사 미륵대불 앞에서
절로가는길 도착지 관음사 미륵대불 앞에서

섬 속의 섬, 섬의 도심, 제주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길, 길에서 길을 찾아가는 수행이 바로 성지순례길이다.
제주불교신문(발행인겸대표이사 허운 스님)은 지난 11일 제주불교 성지순례길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시 종합경기장 주차장과 서귀포불교문화원 앞에서 절로 가는 길에 동참한 1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버스에 승차해 개회식이 열리는 구암굴사로 이동했다. 
이날 제주의 역사를 만나 볼 수 있는 성지순례길에 나선 불자들은 구암굴사를 출발해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를 거쳐 칼다리 폭포, 노루봉, 신령바위, 관음사로 이어지는 지계의 길을 걸었다.

▲구암굴사에서 개회식 열어
오전 10시 구암굴사에서 구암굴사 주지 해조 스님, 윤두호 BBS제주불교방송 사장, 김군호 제주태고원장, 김만국 서귀포불교대학 장, 신행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걷기행사에 앞서 삼귀의례를 올렸다.

구암굴사 주지 해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구암굴사 주지 해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구암굴사 주지 해조 스님은 “깊어가는 가을이 더욱 높아 보이며, 천고마비의 계절에 선인들이 길을 내고 걸어왔던 지계의 길을 걸으면서 참 나를 찾는 기회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며, 늘 건강하시고 즐거움으로 행복하시길 기원한다”는 인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윤두호 BBS제주불교방송 사장의 격려사가 있었다.
현장의 진행을 맡은 김승선 객원기자의 걷기대회 일정 및 공지사항과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수 있도록 주의사항을 듣고난 후 안전요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소산오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소산 오름길 오르며
걸음 걸음이 소산오름을 오르내리며, 만나는 칼다리폭포, 노루물, 신령바위를 거쳐 건천을 만난다.
포근하게 내려앉은 낙엽들이 발걸음에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향기로움이며, 조릿대가 스치는 소리도 상쾌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칼다리폭포를 지나 노루물에 만난 또 다른 느낌이 있다. 언제 이곳에도 인가가 있었음을 알리는 재래종 감나무가 파아란 하늘을 향해 빨갛게 익었지만, 서리맞은 흔적도 없이 온전하다. 
소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가운데,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입었던 단풍들도 이제 어리석음을 벗어나 부토가 되어 삼매에 빠져들고 있지만, 아기 단풍은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아직도 갈 길이 먼것 같다. 
이 좋은 풍광을 잠시 동안 긴 숨을 들어마시고 내뱉는 휴식을 취하면서 가방 속의 간식을 꺼내 입을 즐겁게 하며 정다운 얘기로 아름다운 추억의 장을 엮어간다. 

▲노승의 걸음으로 참 나를 찾아 걷는 길
노루물을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아이고 숨차다. 봉정암 가는 길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인데도, 세월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며, 하루 하루가 다르다. 걷기 운동은 게을러서는 안되겠다’고 다짐을 하시는 한 보살의 얘기다.
신령바위를 건널 때 한 처사님은 밧줄을 잡아주며 참여자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고마움에 미소가 번진다.
‘절로 가는 길’ 행사에 처음 참가했다는 양민성 보살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연하고 함께 호흡을 하니, 생기를 느끼게 되고, 사람과 사람들의 다정스러운 얘기, 상쾌하다. 또한 복잡하고 어지러운 번뇌가 떠나 텅 빈 마음에서 자신의 내면을 집중할 수 있다고나 할까. 일상이 이랬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참가하기를 잘했다”면서 다음 기회에도 ‘절로 가는 길’을 잊지 않고 참가하겠다는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관음사 미륵대불에 도착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이 마침내 제주불교의 중심지인 관음사에 이른다.
사찰이 갖는 구조적인 풍광, 조형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절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깨우침의 미학에 심취되는 몸과 마음은 고향을 만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참가자들은 4.3 피해 관음사 유적지를 만남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불심과 함께 걷는 길에서 소중한 인명이 집단으로 희생된 역사를 깨우치게 된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영령들이 남긴 역사의 교훈을 간직하고 그 멀고 먼 길을 걸어가고 있다.
걷기 명상에 이은 공양간에서 점심공양을 하고 나서 미륵대불 앞에 참가자들이 다시 모였다. 

관음사 총무국장 정안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관음사 총무국장 정안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관음사 총무국장 정안 스님은 “사람들은 고정된 틀을 벗어나기를 두려워 한다. 이는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삶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하고 있다. 자신의 지혜와 남의 지혜를 찾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기를 기원한다”는 인사의 말을 남겼다. 

▲‘절로 가는 길’ 마무리 하며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살아 숨쉬고 있는 선인들이 걸었던 그 길을 다시 참가자들은 걷고 걸었다. 심신의 모든 감성과 마음이 환히 깨닫게 하는 절로 가는 길이었다.
함께 걸어온 길, 구도의 신행, 그들이 추구하고 살아온 삶, 삶의 터전을 찾아다녔던 그 길 지계의 길을 걸으며 불성을 만났다. 불법의 숨결과 향기를 느끼고, 깨우치는 일은 참된 성지순례길에서 만나는 행복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길 위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부처님의 선법을 새기면서 지혜를 닦으며 걸어왔던 성지순례길 걷기대회가 안전요원들(스텦)의 진행으로 여법하게 회향하며 다음 기회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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