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이야기 - 제용 스님 - 사찰음식, “마음으로 먹는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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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이야기 - 제용 스님 - 사찰음식, “마음으로 먹는 음식 이야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2.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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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붇다클럽 제주전통사찰먹거리문화 발전포럼에서 주제 발표
제용 스님(오등선원 주지)
제용 스님(오등선원 주지)

사찰음식은 잘 알다시피 절에서 스님들이 먹는 음식으로 정신까지 맑게 성장시키는 자연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일반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찾기 시작한 사찰음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니며 본래 사찰에서 스님들이 먹는 음식입니다.
본래 특별한 것이 아니었는데, 특별한 것처럼 되어버린 사찰음식은 일체의 동물성 식품과 매운맛을 내는 향신 채소인 오신채 즉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아울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도록 많은 양념을 쓰지 않고 조리하고 있습니다. 
사찰음식은 그 무엇보다도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수행의 하나로 여겨 특히 발우공양의 정신은 오늘날 먹거리 문화에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약식동원(藥食洞源: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음양오행(陰陽五行) 우주 만물은 음양과 오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라는 말에 부합되는 사상으로 막행막식의 음식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제 지난날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의 건강과 정신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는 문화로 바뀌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근대 산업화 이후 공장식 대량 생산체계에 의해 만들어진 인스턴트푸드,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져 있던 식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조리하여 먹는 산업화 이전의 전통사회에서 지녔던 음식문화 전통과 가치에 우리 사회가 다시 주목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찰음식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사찰음식에 깃든 정신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정의로 ‘사찰음식은 절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다.’라고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사찰음식은 불교 정신이 들어 있는 식생활이며 사찰에서 전승해온 다양한 음식 문화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찰음식은 불교의 정신을 담아 사찰에서 전승되어온 음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을 정의할 때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 부엌환경, 화력, 양념이 잘 조화되어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성과 사랑, 봉사의 마음을 담아 즐겁게 만들 때 비로소 좋은 음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정성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많이 드는 우리 음식은 조리과정을 통해 자기 수련도 되고 바른 태도와 바른 맛을 만들어 내는 요령이 스스로 터득되어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찰음식은 불살생과 생명존중이라는 불교의 사상적 기반에 근거하여 절제를 근본으로 하는 수행의 일환이며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최상의 양약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상생의 식생활, 물질적으로는 현대사회가 야기한 병폐에 노출된 인류를 구원할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발우공양의 정신, 비단 음식문화로써만이 아니라 오늘날 물질문화에 빠져 허덕이는 사회에 큰 울림이 될 것입니다.
이 음식이 자신한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공경의 마음을 잊지 않고 근검절약의 정신을 지니며 평등과 나눔의 정신을 함축한 발우공양의 정신은 아울러 자연을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면과 자기성찰을 통하여 도업을 성취하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수행자의 서원과 공동체 의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사찰음식은 지역적인 차이로 그 곳에서 나는 식재료를 쓰는 것은 물론이며, 지역사회의 독특한 식문화와 함께 발전되어 왔습니다. 
제주의 사찰음식은 타 지방의 깊은 산사에서의 음식과는 다르게 바다를 접한 환경에서 다른 지방과는 독특한 음식문화가 이어져 왔습니다. 생된장을 이용한 냉국, 고사리, 양하, 고구마조밥, 메밀범벅 등은 양념을 복잡 과다하게 쓰는 음식과는 다른 담백함이 소박한 밥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기후와 습한 기후로 저장 음식이 발달하지 못하고 즉석에서 바로 조리해 먹는 제주음식문화는 웰빙의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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