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빗장을 열고 새아침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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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빗장을 열고 새아침을 맞이하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3.12.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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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2시 27분에 동지가 들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일양시생(一陽始生)의 새해가 시작된다. 볕 바른 밭에는 보리의 여린 싹들이 다붓다붓 돋아날 것이고 봄을 기다리는 나목의 우듬지에는 새눈이 움튼다. 
한 줄기 햇볕이 봄기운을 알리지만 계묘년 검은 토끼해는 속절없이 저물고 있다. 되짚어보면 ‘그럴 줄 알았다’ 싶을 정도로 개인의 삶이든 나라의 삶이든 모두가 허물투성이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高) 현상의 고착화로 민간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 동력은 멈췄다. 올해의 국내 정치 상황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이 선정한 ‘견리망의(見利忘義)’가 뜻하는 바와 같이 여의도 정치판을 비롯해 사회지도층 전반에 걸쳐 대의와 민주주의 근본 가치가 상실됐다.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이 편협한 이해관계를 넘어 여실지견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함에도 여의도는 창으로 찌르고, 용산은 방패로 막으며 대치 국면을 끌고 있어서 국민통합은 참으로 요원하다. 
평화의 섬, 제주에도 갈등과 분열의 회오리바람이 좀처럼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찬·반 논쟁이 극렬화 되고,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문제로 민생은 뒷걸음치고 있다. 
무명과 갈애에 치달리다가 세밑에 이르면 이제야 자신의 허물을 보고 두려움에서 눈을 크게 떠 사방을 둘러 안식처를 찾는 것이 범부중생의 자화상이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저물고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서서히 고개를 드는 시점에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어떻게 새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숙고함은 용의 승천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몸이 편안해야 마음도 평화로운 법이다. 몸이 흙이라면 마음은 흙속에 뿌리를 둔 나무와 같다. 나무가 자기 뿌리를 잘 돌보듯 사회지도층이 이제라도 전도몽상에서 벗어나 자기가 선 자리를 잘 돌본다면 지수화풍의 조화로 무궁화가 만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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