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禪詩 - 운산가雲山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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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禪詩 - 운산가雲山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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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지은 괄허(括虛, 1720 ~1789) 선사는 조선조 중기 숙종 때 승려로 뛰어난 선시를 많이 남겼다. 1888년에 규장각에서 간행된 괄허집 서문은 다음과 같이 적고 괄허 선사를 평하고 있다. 

허太虛로 말미암아 하늘이 생겨나고, 하늘로 말미암아 사람의 본성과 마음이 생겨났으니, 하늘과 사람은 하나의 이치로서 그 바탕은 비어 있음(虛)일 따름이다. 비움은 곧 고요함이니 고요하면서 움직이고, 비움은 곧 통함이니 통하면서 변화한다. 비었으나 채움이 있고 비었으나 실질이 있으니, 본성과 마음이 허령불매虛靈不昧한 자가 아니라면 누가 이 경지를 함께할 수 있겠는가?
해동海東 영남의 상산尙山(경상북도 상주)에 괄허 대사括虛大師가 있었으니, 그의 시는 허공을 걷는 신선다운 표현(步虛之詞)이 있고, 그의 문장은 허공을 뚫는 근거 없는 설(鑿虛之說)이 없다. 이를 미루어 보아, 그가 텅 비어 어둡지 아니한 본성과 마음을 능히 보존하여 오로지 허무적멸虛無寂滅만을 숭상하지 않았음을 알겠으니, 시방十方의 허공을 포괄하였다(括虛)고 스스로 이른 것은 빈말이 아니로다.
괄허 대사는 양반(簪纓) 집안에서 태어나 스스로 출가하여 의발衣鉢을 전해 받았다. 옛날 서산西山대사가 법조法祖가 되는데 또한 그 호가 청허淸虛이다. 지금의 혜운惠雲은 대사의 법손法孫으로 그 또한 채우고 비움을 아는 이로다. 가령 이들이 모두 성현을 만났다면 찼어도 빈 듯하며 마음을 비워 타인을 수용하는 군자다운 선비가 되지 않았을 줄 어찌 알겠는가? 우리들(儒者) 가운데 좋은 사람들이 불가에 귀의한 이가 많았으니 아쉬운 일이로다.


무자년(1888) 3월 
시강원 보덕侍講院輔德

괄허 취여는 환암幻庵 장로에게서 선지禪旨를, 환응喚應 선사에게서 의발을 전수받았다. 청허 휴정淸虛休靜(1520~1604)의 10세손이 된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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