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갑진년 신년기획 - 제주불교 르네상스를 꿈꾸며 - 실크로드·다르마로드를 가다① - “화엄경을 결집한 호탄불교와 실크로드에 미친 간다라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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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갑진년 신년기획 - 제주불교 르네상스를 꿈꾸며 - 실크로드·다르마로드를 가다① - “화엄경을 결집한 호탄불교와 실크로드에 미친 간다라미술”
  • 특별취재반 안종국(편집국장)
  • 승인 2024.01.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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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다르마로드 특별취재를 기획하며
불교는 대체로 인도에서 실론(현재의 스리랑카)을 경유하여 동남아시아에 전해진 상좌부 소승 불교와 인도 북부를 통해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루트(사막의 길)와 스텝 루트(초원의 길)를 지나 중국에 이르고 나아가 한반도와 일본에 전해진 대승 불교로 대별된다. 그러나 현장의 서역기에 보면 소승 부파불교가 실크로드에도 성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갈래가 인도에서 부탄과 네팔과 티벳으로 들어간 후 몽골과 만주 지역에 전파된 티벳 불교이다. 물론 티벳 불교라는 말도 이 불교가 티벳 고원은 물론, 중앙아시아, 칭하이(淸海)고원, 몽골 고원, 만주 평야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전파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13세기 이후 중앙유라시아 지역에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티벳 불교가 가장 사건의 중심이었다.
제주불교는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을 맞아 실크로드를 타고 동아시아 정신문명사에서 찬란한 꽃을 피웠던 다르마로드, 즉 불교의 전파경로를 따라 부처님의 가르침이 어떻게 부침을 겪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는 오늘날 한국불교가 새로운 방향모색을 해야 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근원으로부터 돌아가 오늘을 반추해 보고자 함이다. 이 도정을 일단 ‘실크로드·다르마로드 특별취재단’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김대규(한국화가), 석진현(불교화가), 안종국(편집국장, 불교사) 등 세 사람이 첫 발걸음을 떼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 여건에 따라 분야별로 전문성을 지닌 이들과 합류하여 해양실크로드를 타고 흘러온 남방불교의 전래과정까지 살펴 봄으로써, 더욱 다양한 모자이크를 수놓아 갈 것이다. 

신장의 라왁사원지의 스투파. 간다라불탑양식의 전형을 보인다.
신장의 라왁사원지의 스투파. 간다라불탑양식의 전형을 보인다.

실크로드와 다르마의 길         
특별취재단의 첫 여정은 신장에서 시작된다. 신장은 중국이 차지하기 전까지 머나 먼 서역이었다. 한나라의 장건이 서역에서 돌아온 이후 동서문물의 교류의 길이 열리고, 그중에서 동아시아의 정신문화를 근본적으로 뒤바꾼 불교의 도래는 신장지역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때문에 다르마로드의 시작을 신장지역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실크로드에서 불교가 등장한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원전 121년 한무제가 곽거병(霍去病, 기원전 140-117)을 파견하여 흉노를 공격하였을 때 곽거병이 세운 전과 중에는 휴도왕休屠王이 하늘에 제사 지내던 금인金人을 탈취한 것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때 이 금인을 불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불상은 금으로 도금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인다. 하지만 흉노의 역사에서 불교에 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휴도왕의 금인을 반드시 불상으로 보아야 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른 기록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인도 마우리아Mauryan 왕조의 아쇼카왕Ashoka이 자신의 아들 쿠날라kunala를 잘 보필 하지 못한 일단의 신하들을 중앙아시아로 추방하였는데 그들이 정착한 곳이 서역남로 호탄(Khotan, 和田)이었다고 하는 학설이다. 이 설화의 신빙성은 알 수 없지만, 호탄이 인도와 활발히 교류하였다는 증거는 많다. 하지만 인도와 교류하거나 인도의 문화가 전래되었다고 해서 곧 불교가 전래되었다고 직접적으로 관련시키기는 어렵다. 당시 인도에서는 불교보다 오히려 브라만교가 더 보편적인 신앙이었기 때문에 주로 어떤 종교문화가 호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브라만교는 오로지 인도 사람들만의 종교였기 때문에 인도와 많은 교역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인도 사람들이 브라만교를 실크로드에 전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에 불교는 적극적인 포교가 이루어졌고, 특히 불교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인도와 실크로드 사이를 왕래하였던 상인들 중에도 불교도가 많았을 것이다.
한편 비록 아쇼카왕의 마우리아 왕조 시기부터 인도와 실크로드가 교류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직 불상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무불상시대였기 때문에 이 시기의 불교유적은 불탑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호탄 라와크(Rawak, 熱瓦克) 불교사원지의 거대한 불탑이 그 증거로, 이 불탑은 사각형의 기단부에 둥근 복발형 스투파의 탑신으로 구성된 형태로 간다라 불탑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실크로드에 전해진 탑들이 구체적으로 언제 건립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바가 없지만, 당나라 시기 서술된 『집신주삼보감통록集神州三寶感通錄』에 등장하는 아육왕탑이 “우전于闐(호탄)의 탑과 유사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오랜 기간 동아시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탑이 천축국 불탑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의 불상조각은 서기 2-3세기 무렵부터 간다라 불상 양식이 전해졌다. 이 시기는 인도 쿠샨왕조 시기로 불상 표현이 처음 등장하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카니쉬카 대왕이 주조한 금화에 묘사된 부처의 이미지는 최초의 불상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불상이 호탄에서 출토되고 있다. 카니쉬카왕 금화의 불상은 입상으로 오른손은 설법인, 왼손은 가슴 높이로 들어 가사 자락을 잡고 있는데, 호탄 라와크 불교사원지의 불상 광배에 촘촘하게 붙어 있는 화불들의 표현도 이와 같은 수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인을 하고 있는 불상은 후한시대 쓰촨성四川省 공망산孔望山의 마애조상 중에도 이미 등장하고 있어 중국에도 이른 시기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호탄은 화엄경이 결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화엄경을 구성하는 여러 품은 개별적으로는 인도에도 존재하였던 경전이지만, 이들을 일정한 주제로 엮어 화엄경이라는 장편의 경전으로 묶은 것은 호탄불교였다. 때문에 부처의 몸에 다양한 형상이 묘사되거나, 광배의 작은 부처들이 마치 사방으로 뻗어 날아가는 듯한 표현은 화엄경의 법신 비로자나를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크 오렐 스타인(1862-1943)에 의해 라왁사원지에서 출토된 불상유물.
마크 오렐 스타인(1862-1943)에 의해 라왁사원지에서 출토된 불상유물.

또한 라와크 불교사원지의 담장에 부조된 소조불상들 중 옷자락 처리가 마치 물결치듯이 구불구불하게 표현 된 것이 보이는데, 이와 같은 표현이 호탄 출신의 화가로 중국 당나라 시기에 활동한 위지을승尉遲乙僧이 구사하였다는 ‘굴철반사’ 기법으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필선은 바람이 사막의 모래에 파문을 새기는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 굴철반사 화풍은 고려에도 전해져 1307년 화가 노영魯英이 그린 <아미타여래구존도>에 적용되기도 했다. 
호탄에서 동쪽으로 동아시아로 이동하는 서역남로를 따라서는 특히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이 강하다. 미란 불교사원지 출토의 불전장면을 그린 벽화를 보면 부처와 제자들의 모습에 약간의 음영법이 묘사되는 등 마치 로마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표현기법을 연상케 한다. 특히 불교미술에 등장하는 비천상은 보통 날개가 없지만, 미란 벽화에서는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어 도상적으로 서양으로부터의 영향을 짐작케 한다. 또한 실제 벽화 편에 남아 있는 서명 중에 ‘티타Tita’라는 인물이 발견되는 데, 아마도 로마 이름인 ‘티투스Titus’의 중앙아시아식 표기로 추정되기도 한다. 나아가 스투파의 기단부에 열지어 새겨진 기둥 모양의 탱주撑柱 상단은 그리스의 기둥머리장식을 모방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간다라 미술에 나타난 헬레니즘 양식의 영향을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크로드로 전해진 불교는 우리나라 대승불교의 뿌리이며 근원이다. 오늘날 우리의 신행형태는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전적으로 실크로드의 다르마로드에서 형성되고 전파된 것들이다. 2천 5백년의 시공을 건너온 불교문화유산을 통해 제주불교의 심화된 숙성을 위해 독자들과 함께 이 길을 따라 나서보고자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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