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맞이 산상에 올라
시인 김용길
(1)
일출(日出)을 보려고 산상에 오르다
어둠을 찢으며
무릎 반쪽 걸음으로
짐승처럼 기어 올라
산등성이 기대서니
올라온 길 끊어지고 없다
등짐 풀어
묵은 세월의 무게 내려놓고
여명 트는 구름밭 사잇길
훌훌 털어내며
새바람 가슴으로 받아들이다
(2)
용(龍)이 올라온다
시퍼런 비늘 번들 거리며
바닷물 갈라내고
거대한 몸체
황금알 여의주 물고
불을 뿜으며 올라온다
저 동녘 하늘
곤두박질 치는 물벼락
활궁처럼 휘어지는 수평선
물굽이 너머
새 천년 바람 일으켜 세우며
갑진년 새해가 올라온다
(3)
온몸 열어 합장(合掌)하며
저 광명(光明)의 세계를 향해
기원하는 마음을 올립니다
새날이여, 새로운 바람이여
청룡(靑龍)의 나래를 타고
청신(淸新)한 세상 열리게 하소서
고뇌와 번민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자비와 지혜의 알찬 날들이
오게 하소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좋은 날들이 쌓여
청용(靑龍)의 기운을 받으며
용기와 인내의 길을 가게 하소서
언제나 부처님 손그늘 안에
우리 삶의 그림자 눕게 하소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 2024년 갑진해를 맞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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