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푸른 용이 상징하는 ‘공’과 ‘지혜’의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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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푸른 용이 상징하는 ‘공’과 ‘지혜’의 번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1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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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혜(명상테라피 매듭공예가/애월읍)

올해는 음력으로 갑진년 푸른 용의 해라고 부른다. 용은 압도적으로 강력하고 변덕스러우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온순한 생물이다. 그 영역은 깊은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다. 용이라는 존재가 만들어진 중국의 전통에서 용은 국가의 황제나 왕을 상징하고 민족 문화 전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십이간지에서, 띠를 정할 때, 용은 가뭄에 시달리는 마을에서 비를 내리게 하느라고 지체되어 겨우 다섯 번째(쥐, 소, 호랑이, 토끼 순)에 도착했다. 아마도 그렇지 않았다면 하늘에서 별자리를 차지할 첫 번째 동물이 되었을 것이다.
용은 매우 상징적인 존재이다. 용은 신석기 시대의 자연과 별에 대한 면밀한 관찰에서 비롯되었으며 환경에 대한 인간의 적응에 따라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조건적 존재이다. 따라서 용은 놀라운 힘과 변형 능력을 나타내며, 원하는 형태로 변신하기도 한다. 
용은 생명의 원천인 물과 구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용은 물과 같이 존재의 범주를 넘어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이 그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기원전 2~1세기의 유물인 부처님의 보좌를 보호하는 나가 무칼린다(Naga Mucalinda)가 있는 기둥과 파우니 자간나트 테크리(Jagannath Tekri)의 난간 기둥에서 나가는 매우 존중받는 존재이다.
기원전 2~1세기의 유물인 부처님의 보좌를 보호하는 나가 무칼린다(Naga Mucalinda)가 있는 기둥과 파우니 자간나트 테크리(Jagannath Tekri)의 난간 기둥에서 나가는 매우 존중받는 존재이다.

하(夏, 기원전 1953~1555년)나라와 상(商, 기원전 1554~1046년)나라에 이르기까지 고대 중국의 제관들은 용을 구름, 천둥과 관련된 존재로 여겼다. 비를 관장하고 깊은 물속에 거주한다고 생각해 용이 나타나면 길조로 여겼고, 용이 사라지면 미덕이 쇠퇴하고 조상들이 세상을 돌보지 않으며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기원전 433년경에 조성된 증후을묘 출토 천체 지도에는 북두칠성 옆에 용이 그려져 있었듯이 고대 중국에서의 용은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 
용은 불교 설화에서 특별히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 시대에 불교가 중국에 유입되었을 당시에는 이미 인도의 용이라고 보여지는 나가(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과 같은 존재)에 관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많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원전에 조성된 인도의 불교부조에는 나가가 정령처럼 새겨져 있다. 이는 용수보살에게 용이 한량없는 묘법을 전해주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에 근거한다. 
쿠마라지바가 한역한 용수보살전에 의하면, 어느날 용수보살이 고요한 수정방(水精房)에 홀로 있었는데, 대룡(大龍)보살이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안타깝고 가엾게 여겨 곧바로 그를 맞아 바다로 들어가 궁전에 있는 칠보장(七寶藏)을 열고 칠보 화함(華函)을 꺼내 모든 방등(方等)의 심오한 경전과 한량없는 묘한 법을 그에게 주었다고 한다.
용수가 이를 받아 읽은 지 90일 만에 통하여 이해함이 매우 많았으며, 그 마음속 깊이 보배로운 이익을 체득(體得)하게 되었다. 용이 그 마음을 알고는 “내 궁중에 있는 경전은 이곳에 있는 경전보다 많아 셀 수도 없습니다.”라고 하였지만, 용수는 이미 모든 경전의 여여한 모습[一相]을 증득하고 무생(無生)에 깊이 들어가 두 가지 인(忍)을 구족하여, 용이 다시 남천축으로 돌아가게 했는데, 불법을 크게 홍포하고 외도를 꺾어 항복받았으며, 대승을 널리 밝히는 우파제사(優波提舍) 10만 게(偈)를 지었다고 한다. 또 『장엄불도론(莊嚴佛道論)』 5천 게와 『대자방편론(大慈方便論)』 5천 게, 『중론(中論)』 5백 게를 지어 대승의 가르침이 천축에 크게 행해지도록 했고, 『무외론(無畏論)』 10만 게도 지었는데, 『중론』은 그 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공’과 ‘지혜’라는 두 가지 진리의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 진리’는 ‘공(sunyata)’을 표현한다. 모든 현상에는 본질적인 정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 신화에서 용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궁극을 구현하는 이성을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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