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평화의 복전(福田)을 일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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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평화의 복전(福田)을 일구자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1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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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이 저물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하늘의 해는 묵은해나 새해나 다른 것이 없는 계절의 순환일 뿐인데, 사람들은 인습적 차원에서 오직 그 이름을 붙여 분별한다.
새해는 청룡의 해이다. 불교에서의 용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통일신라의 문무대왕이 죽은 뒤 불법을 받들고 나라를 수호하는 용이 되겠다고 유훈을 남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용은 삼귀의와 오계를 받은 최초의 축생이면서 지혜로운 존재이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새해에 용꿈을 꾼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한 용꿈이 아니라 불자로서 지계와 보시 바라밀을 행하고 반야바라밀을 행하겠다는 용꿈이어야 한다. 
부(富)와 높은 사회적 지위와 같은 물질적 행복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근원적 고통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제주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현존하고 있다. 성산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첨예한 찬반양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문제, 전통문화의 동질성과 다문화의 개방성의 충돌 등의 중·장기적 난제가 있는가 하면,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3개월 앞두고 거대 정당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얼굴과 지문이 다 다르듯이, 생각이나 견해 또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름다운 은퇴를 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건강한 민주주의는 반대의견을 얼마나 접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인종, 종교, 성별, 계층 등 어떤 것이 나와 다르더라도 편견 없이 상대를 대하고 존중하는 풍토, 즉 상대방의 주장을 친절하게 경청하고 공감할 때 갈등을 풀고 제주사회의 평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이웃과 국가, 그리고 세계가 필요로 하는 화합과 상생은 오직 자애의 마음과 친절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증오심을 자애심으로, 탐욕을 관용으로 변화시켜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방법뿐이다.
새해에 제주불자들의 반야바라밀 수행이 용틀임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얻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의 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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