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 제주산 월동 ‘무’ 닮은꼴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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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제주산 월동 ‘무’ 닮은꼴은 뭘까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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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김승석

 

나는 부처님의 텃밭에

부처님의 말씀을 먹고 자란 무

어찌 다른 데서 기쁨을 찾으랴

가을 깊어 국화꽃 지거든

뿌리는 항아리 속에 들어가

유자 향과 더불어 동치미로 익고

잎은 헛간 벽에서 잘 말라

얼음이 꽁꽁 언 겨울 아침

시래깃국이 되어 밥상에 오르리.

 

이는 청화스님이 지은 ‘무’라는 시詩인데, 출가자의 몸가짐을 실답게 표현하고 있다. 무가 뿌리와 잎을 다 내주듯이 평생 수행을 해서 쌓은 공덕을 일체 중생에게 회향해야 부처님 텃밭에서의 농사가 잘 마무리된다는 말이다.

  청화스님은 가야산 호랑이 성철스님과 동시대의 선승으로 호남에서 선풍을 크게 일으킨 분이면서 제주도와 인연도 깊다. 2000년 초경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 옛 목부원牧夫苑 자리에 자성원自性苑을 세우고 수년간 염불수행을 하셨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선 무를 무수 또는 무시라고도 부른다. 무는 김치·깍두기·무말랭이· 단무지 등 그 용도가 매우 다양하고 특히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아 예로부터  우리 식탁의 겨울철 단골 메뉴이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애써 키운 제주산 월동 무, 가격 폭락에 밭 갈아엎는다.”는 지역 일간지의 뉴스가 나오자 크게 놀랐다. 과잉생산과 과소소비가 그 원인이겠지만 특히 재배농가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성산읍에서 월동 무 자율 폐기 신청이 많았다는 점은 매우 충격적이다. (사)제주월동무연합회 측에서 밝힌 자율 폐기 물량은 약 48억 원 어치로 추산된다. 
 
  밥상에 오르지 못하고 땅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무’ 꼬락서니가 참 한심하다.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고 늘어놓는 농부의 신세타령은 듣는 사람마저 슬프게 한다. 

  요즘 나오는 트로트 신곡마다 사랑 타령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삶의 굴곡이나 파도에 따라 신세타령 안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제주에 ‘관광 타령’이 제주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니 어찌 된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제주관광의 민낯을 보고 실망한 것일까. 입도관광객들이 감소하고 있다. 제주산 월동 ‘무’가 안 팔리듯이 비교우위에 있던 제주관광이 점차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음이랴. 그 원인과 조건이 무엇인지, 관련 기관이나 단체들이 궁구하는 움직임이 굼뜨다. 

  지난 1월 6일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이신 김대중 대통령(DJ)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분은 늘 시대를 선구하며 길을 열었고, 그 길을 따라 제주도는 제주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출범은 DJ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현실화 됐다고 보여 진다. DJ께서 1998년 제주의 개방화를 통한 외자유치와 국가경쟁력 강화하는 한편 제주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획기적 조치로써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 방침을 천명하고 마침내 2001. 12. 27.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정한다.
  이 뿐만 아니다. 2000. 1. 12. 약칭 ‘제주 4·3사건 특별법’을 만들어 용서와 화해, 국민통합의 리더십으로 과거 회귀가 아닌 미래로 향한 길을 제시했다.

  지난 20여 년의 역사가 이러함에도 오늘날 제주의 미래비전은 보일 듯 말 듯 자꾸 희미해지고 그 추진 전망 또한 안개속이다. 요즘 제주도정을 살펴보면 해민정신과 탐라인의 기개를 앞세워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는 꿈을 아예 포기한 듯하다.

  제주국제자유도시로의 날갯짓은 제주사람들의 꿈이요 희망이다. DJ가 판소리의 명창 역할을 했다면 이 소리에 광채를 더하는 명 고수鼓手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영양가 있는 무의 뿌리와 이파리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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