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상 - 작은 즐거움을 지속적인 행복으로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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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수상 - 작은 즐거움을 지속적인 행복으로 바꾸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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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원 _ 여행작가

내가 산촌으로 이사를 오고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즐거움과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일단 시간을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야생의 자연을 눈앞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쁜 도시의 템포에 비해 심심하지 않냐고 자문해 보았지만, 천성이 느린 나로써는 그다지 바쁜 일상이 그립지 않았다. 
대신 강가에 나가 물멍에 젖고 있는 시간이 많음에도, 도시에 비해 지출이 줄어든 탓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충분한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지방보다 수도권의 평균수명이 높았다고 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형 병원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렇다면 자연적인 수명기준으로는 꼭 서울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면서도 수명도 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즉각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없는 한, 굳이 대형 병원의 서비스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십여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의 보건소나 작은 병원에서도 의료서비스는 무난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도시를 부러워하거나 편리함을 삶의 행복으로 여기지 않고, 내 믿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주변에 감사하며 선한 일상을 유지할 빈도가 어느 쪽이 높은가를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수시로 불쾌한 경험에 직면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는 도시생활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특히나 자기 중심적인 가치관을 강요받았던 교육과 사회환경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다른 이들의 행동과 말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고개를 끄덕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정적 편견과 불쾌한 경험이 일상을 지배하면, 우리는 그러한 경험에 굴복하고, 그 경험이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도록 허용하고, 미래의 재앙을 상상하고, 과거의 재앙을 떠올리게 된다. 
산촌생활에서는 무엇보다 그러한 부정적 인식과 경험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각종 고지서나 이런저런 청탁들을 멀리하고, 친구의 따뜻한 안부편지나 멀리 여행하는 도반이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며 공부가 무르익어간다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 심장 부위가 밝아지거나 따뜻해지며 미소를 짓게 되듯이 나를 기억해주는 따뜻함과 사랑받는 좋은 느낌을 떠올리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러한 친구가 있다는 행운, 마음이 궁벽하고 인색하거나 가난하지 않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상호 연결의 느낌과 열려 있는 너그러운 수용성이 행복의 기준이며, ‘마음챙김’은 그러한 통로를 열어 준다는 것을. 
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조금 더 상류에서 큰 새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여 강 위에 있는 다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백로가 날아와 물살을 따라 천천히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긴 다리의 절반만 보이더니 바위 위에 멈춰 서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예전과 다르게 그것을 지켜보는 내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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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원 님은 광고기획사의 PD와 여행잡지사의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한때 값비싼 식당을 편력하고 럭셔리한 여행을 삶의 행복으로 여기며 살았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생사의 고비를 넘긴 후 어느날 홀연히 산티아고순례길을 도보여행하고 돌아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은 명상여행과 순례에 대한 글을 쓰며 여행작가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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