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철의 『표해록』 해부 (24) - 비몽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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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철의 『표해록』 해부 (24) - 비몽사몽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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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년 1월 6일 바람

주) 이 부분은 앞서 언급된 장한철 표해록 해부(023)와 중복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장영주가 편집한 버전에서는 19771년 1월 6일 일기가 아주 간단하게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쓰여 있어서 앞 뒤 맥락이 완전하지 않고, 애정 어린 순애보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후에는 김지홍 뒤치기 자료를 일부 가져와서 순애보 역할을 하는 장면을 보완하고, 쓴 이의 심정을 담기 위해 주변에서 얻은 열애 이야기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이 점 참고해 주세요.

다음부터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장선비와 그의 청산도 경험도 흥미롭습니다. 그의 유혹적인 꿈과 급제 후 재방문을 약속하는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그리고 개매기가 하트 모양으로 되어 있다는 건 참 독특한 모습입니다. 혹시 이 이야기들이 장선비와 모종의 여인 조 씨 사이의 상상 속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지형과 이런 독특한 특징이 함께 언급되니, 현실과 상상 속 이야기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장선비 일행이 추위와 불안 속에서 머릿속을 맴도는 졸음과 깨어 있는 상태를 번갈아가며 겪다 보니, 갑자기 발견한 것이 있었습니다. 북쪽으로 밀려온 것 같았고, 아마도 흑산도 쪽으로 이동한 게 아닌가 생각 했습니다.
오시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하늘은 사나운 구름으로 뒤덮였고, 서남풍은 가끔 거세게 불다가 가라앉기도 했죠. 그러나 일행 배에는 돛과 노가 없어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바람이 서풍으로 돌아왔고, 배는 갑자기 동쪽을 향해 힘차게 움직였습니다. 황혼 무렵, 노화도의 서북쪽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장선비 일행이 처음 표류를 시작한 곳이었죠. 해가 저문 뒤에는 서북풍이 거세게 불어 내렸고, 눈과 비가 섞여 쏟아졌습니다. 큰 파도가 하늘과 바다를 오가듯 출렁였고, 거센 바람이 바다를 뒤흔들었습니다. 뱃사람들은 절망에 가득 차 죽음만을 기다리며 비명을 지르곤 했습니다.
이창성은 몸을 감싸고 얼굴과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불을 뒤집어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죽은 뒤에도 몸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묶으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죠.

사공은 목수건으로 머리를 감고 밧줄로 몸을 묶었습니다. 그는 울면서도 묶어나가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탄과 슬픔의 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생존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장선비가 사공에게 말했습니다.
“호산도에서 먼저 겪은 불운으로 인해 운명의 길이 남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불행이 있어서, 다시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극복한 뒤에야 비로소 생존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당신이 왜 스스로 생존의 길을 막고,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건가요?”
사공은 울면서 말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바닷길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화도의 북쪽은 모두 어지러운 암초와 위험한 해안으로 가득합니다. 바람이 없는 날이라 할지라도 배가 그 안팎으로 들어가면 파괴되고 침몰합니다. 그 암초들은 날카롭고 파도가 아주 거세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격렬한 바람과 거세한 파도로 뒤엉킨 바다 위에 있으며, 배는 반드시 침몰할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장선비가 그 말을 듣자 혼란스러움에 빠져 마음을 잡지 못했습니다. 소리를 내어 울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피를 토하며 어지러워져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어 그곳으로 가버린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장선비는 꿈을 꿨습니다.
제주 사람인 김진용과 김만석은 같은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과거 기축년(1769) 가을,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죽은 사람들입니다. 이제 정신이 아득해진 가운데, 두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김진용이 말했습니다.
“쓰고 있는 탕건을 내게 주지 않겠소?”
곧이어 김만석이 말했습니다.
“만약 음식을 주신다면, 당신을 위해 햇볕을 막아주는 가리개가 되어 뒤따라가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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