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불 - 무재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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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불 - 무재칠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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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시인, 수필가)
양재봉(시인, 수필가)

아들과 딸이 농자재 판매와 농기구 수리하는 사업을 한다. 정직한 운영을 해온 덕분인지 알음알음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에서도 오는 손님이 있다. 철물과 공구, 가전제품도 있어 고객 분포가 다양하지만 고객은 대부분 농민이다. 
촌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많다. 아직 30대인 아들과 딸은 할아버지, 아버지뻘 되는 농부께 친절하게 대하고 농부는 손주나 자식 같다며 오가다 보니 오히려 그런 나이 차가 더 친숙해 졌는지 단골이 되곤 한다.
물건을 사러 오시는 분들 중엔 빵을 사들고 오시는 분도 있고, 밭에서 농사지은 것을 가져와 주는 분도 있다. 정으로 주고받는 것이라서 그런 것을 받을 때면 가슴 뭉클하단다. 보답한다며 오래된 농기계를 무상으로 수리해 드리거나 부속값만 받으니 그도 보시하는 것이라며 어디서 들었는지 좋은 말을 붙여 놓고 아들이 웃는다.
주변에 현지사라는 절이 있다. 텃밭을 경작하는 노승께서 종종 다녀가신다. 가끔 불전에 올렸던 과일을 한 아름 안겨주시곤 한다. 그 마음을 갚으려고 하찮은 거라도 하나 서비스해 드리려면 한사코 물리신다. 나이 어린 사람이 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얻어간다는 것이 나이 많은 스님의 성정으론 용납이 되지 않는가 보다. 그도 보시의 마음이 아닐까, 스님이 주신 과일은 복을 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니 더 맛있다며 먹는다.
아들도 나도 부처님오신날엔 찾아가 연등도 걸고 불전에 들러 인사도 드린다. 신도는 아니지만, 노승께서 보여주신 마음의 보시가 고마워서 발길을 현지사로 이끎이다.
농사를 지으려면 전기톱, 예초기, 그라인더, 동력분무기, 전동모터 같은 위험한 것들을 사용해야 한다. 관련 지식이 없거나 겁이 많은 사람, 부녀자나 할머니는 고장 나면 난감해진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농가까지 찾아가 해결하고 돌아온다. 사용법과 위험해서 조심할 부분까지 자세히 알려드리니 고마울 밖에.
그분들이 들고 오는 농산물은 그냥 농산물이 아닌 마음을 담은 정이다. 유상 보시에 무주상보시를 얹고도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미소를 더 얹어 줄 때 아들은 농자재 사장이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단다. 진정 보시의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음이다.
보시란 병자에게 약을 주고, 배고픈 자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뜻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 자신의 깨달음도 포함된다고 한다. 자비도 보시라 할 만큼 보시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참된 보시의 의미는 보시하는 이, 보시받는 이, 보시하는 물건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삼륜의 상을 마음에 두는 것을 유상보시有相布施라 하여 참다운 보시가 아니라 하고, 무심無心에 주하여 행하는 보시를 참된 보시라 한다. 이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라 하여 불교에서 보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용어라고.
사람들은 재물이 없으면 베푸는 마음도 사라진다고 말들 한다. 없으니까 인색해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베풀지 않으면 영원히 가난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힘들어도 봄에 씨앗을 뿌려야 수확하듯 내가 베풀지 않고 얻는 것은 없다.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참 보시의 방법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주상보시에서 타인에게 마음으로 베풀 수 있는 무재칠시는 화안시和顔施 밝은 미소를 보이고, 언사시言辭施 부드러운 말을 건네고, 심시心施 어진 마음으로 베풀고, 안시眼施 편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신시身施 몸으로 베풀고, 상좌시床座施 자리를 양보하고, 방사시房舍施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 했다.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공짜를 바라는 사람의 심리는 보시의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남의 것을 탐하고 빼앗는 것은 강도나 다름없다.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보시는 고사하고 빼앗고 다투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널렸다. 이런 사람들은 늘 두렵고 불안하다. 욕심을 다 채우지 못해 불만이 많다. 불로소득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얻으려 하니 마음이 불행한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 욕심의 마음을 비운 그 자리에 무재칠시를 넣어보자. 이웃과 정적에게도 웃음과 행복을 전해 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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