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불교의 교학과 수행① - 부처님 가르침의 체계는 인명 · 반야 · 중관 · 아비달마 · 계율 등 오부론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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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의 교학과 수행① - 부처님 가르침의 체계는 인명 · 반야 · 중관 · 아비달마 · 계율 등 오부론이 핵심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1.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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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입문한 불교초심자들은 불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고 해탈과 열반의 길로 이끌었을까? 제주불교는 석가모니 제세시의 가르침을 이어온 인도 나란다불교, 그리고 나란다에서 넘어온 티벳불교의 전모를 살펴보고자 티벳교학의 체계를 소개한다. 이 원고는 조계종 사회부 주최 '2023해외불교세미나'에서도 발표되었다.  / 편집부
박은정([사]나란다불교학술원장)
박은정([사]나란다불교학술원장)

달라이라마를 필두로 환생하는 고승의 이야기와 같은 흥미로운 요소와 히말라야의 설산을 배경으로 한 고립무원의 신비로운 풍광 속의 수행자, 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하는 신심 있는 순례자의 모습은 티벳불교에 대해 한국불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에 비해 실제 티벳 불교에 대한 한국불자들의 이해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달라이라마를 비롯해 일찍이 서구 유럽에 진출한 여러 고승들의 활동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그에 대한 결과로 많은 다르마 센터들이 현존하는 서구에서 티벳불교를 합리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다. 즉 서구인들이 느끼는 티벳불교는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것은 인도 나란다불교의 전승인 티벳불교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티벳불교를 이야기 할 때 티벳이라는 지역에서 정착되어 발전된 독특한 형태의 불교를 말하는 것이라고 예측하겠지만 기실 티벳불교는 인도불교를 그대로 이식해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도불교의 전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러한 티벳불교의 정통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전래되는 역사적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도불교는 크게 두 시기에 전래되었는데 그것은 전전기(前傳期, 600~850)와 후전기(後傳期, 950~1250)로 나뉜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나 한국의 불교전래와는 다르게 인도의 걸출한 스승들이 티베트로 건너가 불교를 직접 전파했다는 점이다. 전전기에 티송데첸(742~796) 왕조 때는 산따락시타(śāntarakṣita, 寂護, 8세기)와 까말라쉴라(kamalaśīla, 蓮花戒, 740~795)를 비롯한 나란다의 스승들이 티벳으로 건너와 계단을 세워 승단을 조직하고 승가의 교육 제도를 확립하여 불교가 정착하는 모든 토대를 마련하였다. 후전기에도 아띠샤(980~1054)와 같은 인도의 위대한 스승이 티벳으로 건너와 불교를 크게 홍포하였다. 7~8세기부터 티벳에 불교의 정착되고 10세기에 불교가 뿌리내리고 꽃피우기까지 인도 스승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헌신이 있었던 것이다. 티벳에 불교를 전한 스승들뿐 아니라 국가 인재로 발탁되어 역경(譯經)을 위해 인도로 유학한 티벳인들도 모두 나란다에서 수학한 이들이었다. 티벳불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티벳에 불교를 전하고 정착시켰던 스승과 그 제자들, 역경의 주역들이 모두 나란다불교를 계승한 자들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티벳불교의 중심에 나란다불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티벳불교 안에서 인도 나란다불교의 전형은 승가의 교육제도를 통해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티벳의 교육 제도를 고찰하여 인도 나란다불교를 계승한 티벳불교의 정통성을 확인함으로써 티벳불교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한다.

겔룩파의 교학 교육
겔룩파는 까담빠의 종조인 아띠샤(980~1054)의 법맥을 계승한 쫑카빠 롭상 닥빠(1357~1419)가 창시한 것이다. 겔룩파의 교학 교육은 주로 오부론(五部論)을 배우는 것이다. 오부론이란 ①인명부(因明部, Pramana), ②반야부(般若部, Prajñāpāramitā), ③중관부(中觀部, Madhyamaka) ④아비달마(Abhidharma), ⑤율부(律部, Vinaya)의 다섯 가지를 말하며 주로 세 곳의 대사원(댄싸쑴)인 세라사원, 대풍사원, 간댄사원에서 교육이 이루어 진다.
학인들은 오부론을 수학하는 본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인 불교 개념들을 배우는 수업과 토론(debating) 방법에 대한 훈련을 하기 위한 수업을 듣는다. 이 수업에는 불교적 술어(術語)를 모은 ‘뒤드라’, 마음과 인식에 관한 주제인 ‘로릭’, 기초 논리학인 ‘딱릭’, 수행의 경계와 도위에 관한 ‘쌀람’, 그리고 4대 교리에 대한 ‘둡타’가 포함된다. 이 기초 과정에서 기본적인 개념을 숙달하고 토론의 형식과 기법을 익히게 되면 학인들은 본격적으로 오부론을 배운다. 오부론은 크게 다섯 유형의 텍스트로 구성된다. 오부론의 전거가 되는 원전과 그 원전의 의미를 핵심적으로 다루는 근본 교전, 그것을 해설하는 해설서가 주교재가 된다. 이러한 근본 교전과 주교재는 모두 인도 논사들의 저술이다. 
나란다대학의 17대논사란 ①용수(龍樹, Nagarjuna) ②성천(聖天, Aryadeva) ③덕광(德光, Gunaprabha) ④진나(陣那, Dinnaga) ⑤청변(淸弁 Bhavaviveka) ⑥불호(佛護, Buddhapalita) ⑦월칭(月稱 Chandrakirti) ⑧적천(寂天 Shantideva) ⑨무착(無着 Asanga) ⑩세친(世親, Vasubandhu) ⑪석가광(釋迦光 Shakyaprabha) ⑫법칭(法稱. Dharmakirt) ⑬사자현(師子賢, Haribhadra) ⑭성해탈군(Araya Vimuktisena) ⑮적호(Shantarakshita) ⑯연화계(Kamalashila) ⑰아티샤(Atisha) 등이다. 
여기에 인도논사들의 저술을 해설하는 티벳의 뛰어난 논사들의 저술은 부교재로 채택된다. 이뿐만 아니라 사원에 따라 이를 매우 자세하게 해설하는 광석(廣釋)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익차(yig ca)’라고 한다. 

①인명부(因明部, Pramana) 
불교 논리학의 다른 말인 인명은 모든 교학의 배움에 있어 근본이 된다. 그것은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교학을 배우는 특별한 방식이기 때문인데 교리적 내용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리적 사고의 훈련을 통해 교리적 내용이 논리적 정합성에 부합될 때 받아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인명은 논리적 사고의 추론과정을 거쳐 내적으로는 지혜를 개발하는 수단이 되고, 밖으로는 논적을 논파하거나 논리적 설득으로 중생을 교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인도불교사에서 수많은 논쟁을 통해 외도를 굴복시키고 교화했던 시기는 불교 논리학이 꽃피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불교 논리학의 아버지 진나(陳那, Dignāga ca.480-530, 세친의 제자로 ‘인명학’이라는 불교논리학을 확립하였다.)의 저술인 『집량론(集量論)』이 인명부의 근본 교전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이것을 주석한 법칭(法稱, Dharmakīrti, 6-7세기)의 저술인 『석량론(釋量論), 『집량론』을 주석한 법칭의 일곱 가지 저술(칠부량론 혹은 인명칠론) 중 하나이다.』이 주교재로 채택 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명을 핵심적으로 가르치는 근본 교전과 교전의 해설서는 인도 논사의 저술이며 그것을 해설한 티벳 논사의 저술은 부교재이다. 여기서 편의상 주교재 부교재로 나누어 언급하지만 티벳의 논사들이 저술한 해설서도 주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 텍스트들뿐 아니라 각 사원별 교재들도 존재한다.

②반야부(般若部, Prajñāpāramitā)
반야부는 반야경의 두 가지 차제 가운데 현관차제(現觀次第)를 배우는 것이다. 반야경의 가르침은 두 가지 차제로 축약되는데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가르침인 반야 공성차제(空性次第)와 숨겨져 있는 가르침인 현관차제가 그것이다. 현관차제란 수도의 단계와 그 과정에서 실천해야 하는 다양한 수행을 말한다. 반야부를 배울 때는 반야경의 현관차제를 해설하는 미륵(彌勒菩薩, Maitreya)의 저술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을 근본 교전으로 삼는다. 이 논서는 한역으로 번역된 것이 없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인도·티벳 불교사에서 반야경의 숨겨진 현관차제의 가르침을 해설한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래 『현관장엄론』에는 대표적인 스물 한 권의 해설서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사자현(師子賢, Haribhadra)의 저술 『현관장엄론석(現觀莊嚴論釋)』이 주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쫑카빠 대사의 말에 따르면 해설의 분량이나 내용이 가장 적절하여 가장 이상적인 『현관장엄론』의 해설서라고 한다. 

③중관부(中觀部, Madhyamaka)
반야경의 가르침 가운데 공사상을 중관사상에 입각하여 배우는 것이다. 중관은 말 그대로 상변과 단변의 양극단을 버리는 중도적 관점을 말한다. 이러한 사상의 핵심이 되는 근본 교전은 용수(龍樹)의 『중론(中論)』이다. 이것을 해설한 여러 논서 가운데 성천(聖天, Aryadeva)의 저술 『사백론(四百論)』과 불호(佛護)의 저술 『붓다빨리따(佛陀波利多)』, 청변(淸弁)의 저술 『반야등론(般若燈論)』, 월칭(月稱)의 저술 『입중론(入中論)』은 가장 알려진 논서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귀류논증의 입장에서 용수의 중관사상을 설명하는 월칭의 저술 『입중론』을 가장 중점적으로 배운다. 

④아비달마(Abhidharma)
아비달마는 아비달마 칠부론(七部論)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다. 아비달마칠부론이란, ①『아비달마집이문족론(阿毘達磨集異門足論)』, ②『아비달마법온족론(阿毘達磨法蘊足論)』, ③『아비달마시설족론(阿毘達磨施設足論), ④『아비달마식신족론(阿毘達磨識身足論)』 ⑤『아비달마계신족론(阿毘達磨界身足論)』 ⑥『아비달마품류족론(阿毘達磨品類足論)』 ⑦『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 등이다. 아비달마 칠부론은 일반적으로 사리자와 같은 대아라한들의 저술한 논서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티벳에서는 생각과 근기에 따른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서 아라한들이 결집한 것이기 때문에 경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교의 우주론과 사상 철학을 담고 있는 방대한 불교 교리 철학서라고 할 수 있는 아비달마는 세친(世親, Vasubandhu) 저술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毗達磨俱舍論』을 근본 교전으로 삼고 있다. 그것의 자주(自註)인 『아비달마구사론석(阿毗達磨俱舍論釋)』은 주교재이며, 또한 이를 상세히 설명하는 티벳 논사의 다양한 해설서들과 사원별 교재들이 있다. 

⑤율부
율부는 부처님의 율장 가운데 『별해탈경(別解脫經)』과 『율분별(律分別)』을 배운다. 이것을 핵심적으로 다루는 덕광(德光)의 저술 『율경』이 근본 교전이다. 이를 해설한 겔렉 셰녠의 저술 『율본사광석(律本事廣釋)』이 주교재이며, 부교재로 사용하는 여러 해설서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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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님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4대 달라이라마의 한국어 공식 통역사로 활동했다. 티베트 강원에서 전통 교육을 받고 달라이라마는 물론 까르마빠17세 등 유명 린포체들을 곁에서 지켜봤다. 현재는 동국대학교 불교학부에 출강 중이며 [사]나란다불교학술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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