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과 ‘도’가 하나, ‘불이(不二)’를 묵필로 담아낸 소암기념관 신소장품전 ‘묵의 노래, 획의 춤’전시
상태바
‘자연’과 ‘사람’과 ‘도’가 하나, ‘불이(不二)’를 묵필로 담아낸 소암기념관 신소장품전 ‘묵의 노래, 획의 춤’전시
  • 안종국 기자
  • 승인 2024.02.07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 30일~4월 7일까지 소암 현중화 대표작 40여 점 만날 수 있어
소암 현중화 선생 초상화(소암 기념관 소장)
소암 현중화 선생 초상화(소암 기념관 소장)

서귀포공립미술관 소암기념관에서 소암 현중화 선생 대표작 4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소암기념관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구입과 기증을 통해 수집한 소장품 146점 중 대표작품 40여 점을 선별한 것이다.

신소장작품 146점(기증 88점, 구입 58점) 중 소암 현중화 선생의 서예작품은 138점이다. 시기별로는 1963년 해서로 쓴 ‘인종황제권학문(仁宗皇帝勸學)’을 비롯 1990년대까지 다양하다. 작품들은 행초를 중심으로 하는 파체(破體)를 구사했던 소암답게 행·초서 작품들이 주를 이루지만 전서, 예서, 해서, 한글 작품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묵어뢰
묵어뢰
소암 현중화 - 유심
소암 현중화 - 유심

이번 전시 작품에는 소암의 행서와 초서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묵여뢰(默如雷:침묵은 우레와 같다)’를 비롯해 ‘장맹룡비(壯猛龍碑)’를 임서한 서첩, 전서로 쓴 ‘유심(維心:마음에 달려있다)’ 등이 대표작으로 전시됐다. 

평소 불교적 심미관으로 사찰의 주련 등에도 작품을 남겼던 소암 선생은 이번 전시에서도 ‘반야심경’과 ‘금강경’, ‘금강경오가해서문’등을 전시해 불자들에게도 불교사상의 진수를 전해주고 있다. 
소암선생은 평생을 오직 ‘먹고 잠자고 쓰면서’ 서예 고전의 재해석에 몰두하였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면서 현실적 공간인 제주의 바다와 산, 하늘을 서체에 담아냈다. 그래서 소암의 글씨는  서귀포의 해풍과 한라산의 기상을 담았다. 
선생은 해서와 행초서(行草書)를 강건한 획질(劃質)의 육조체[六朝體=북위(北魏)의 해서체(楷書體)]와 전예 필법으로 혼융시켜 재해석하거나 한글을 예서와 행서 필의(筆意)로 구사하면서 왕성한 실험을 감행하여 한국서예 사상 ‘이채(異彩)’라 불릴 만큼 독자적인 필법을 개척하였다.
그리고 70~80대에 이르러 먹고 잠자는 일 외에는 오직 글씨로 독락(獨樂)과 귀자연(歸自然)하며 소암예술을 심화 완성했다. 이때 소암 선생은 일상과 예술, 씀에 있어 작품과 연습의 경계도 없어진, 쓰는 것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쓰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개성과 전형(典型) 즉, 행초서와 육조해의 이질적 조형 요소와 미감을 하나로 융합하여 ‘소암체’라는 자신만의 경지를 이루어 세속에 대한 탈피와 야취(野趣: 아름다운 자연에서 느끼는 흥취)의 기운이 서린 행초서, 파체(破體)를 완성하였다. 특히 소암은 불교를 중심으로 노장사상과 대학·중용, 그리고 선시 등 다분히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경지를 주로 필묵에 담았다. 이는 곧 ‘도(道)’이자 ‘중용(中庸)’이고, 또 ‘불이(不二)’인 원융회통의 경계인데, 사형취상(捨形就象), 즉 사물의 외형을 버리고 내면의 실상을 취하는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소암기념관 전시실에서 오는 4월 7일까지 진행된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객을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설 당일 및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