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6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34)
상태바
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중국불교유적 순례 (66) - 사천성 검각劍閣 각원사覺苑寺 석씨원류 벽화 (3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24.02.07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원사 대웅전 서쪽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벽은 석씨원류 벽화가 그려진 14개의 벽 중 11번째 벽이다. 이 벽에는 사 열 오 단에 총 20장면의 불전도가 그려졌다. 맨 윗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장면은 사리 나누기를 부탁하며 맡기는 〈촉분사리(囑分舍利), 164번째 벽화〉이고, 왼쪽 끝에는 용왕에게 불법을 부탁하는 <부촉용왕(付囑龍王), 166번째 벽화>이 표현되었다. 이 두 장면은 수(隋)나라 때인 584년 나련제야사(那連提耶舍, Narendrayaśas)가 번역한 『연화면경(蓮華面經)』에 실렸다. 이 경은 총 두 권으로, 부처님께서 입멸하시기 직전까지 사람들을 교화한 일과 부처님 입멸 후 사리(舍利) 나누기와 공양, 불법의 쇠퇴, 외도(外道)의 제자인 연화면(蓮華面)이 불법을 파괴하고 부처님의 발우를 깨뜨린 과보와 부처이 열반에 드는 상황을 전한다. 

부처님께서 사리 나누기를 부탁하다(囑分舍利)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원숭이 못 근처에 지어진 사원에 머물다가 아난과 함께 파파성(波波城)의 장자 비사문덕(毘沙門德)을 교화하러 간다. 도중에 발제하(跋提河)에서 목욕하면서 아난에게 자신은 석 달 뒤에 열반에 들 것이니 자신의 서른 두 가지의 상(相)이 서린 몸을 잘 봐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열반 후에 진신사리를 공양하는 일에 대해 듣겠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난은 오른 어깨를 들어내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다른 이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약속한다(『석씨원류』에는 이와 달리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을 청하는 것으로 쓰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열반에 들 때는 금강삼매에 들어가 이 육신을 깨알처럼 잘게 부순다. 이렇게 나누어진 사리의 한 몫은 모든 천신이 있는 곳에, 또 한 몫은 용왕, 또 다른 한 몫은 야차의 세계로 가게 될 것이다. 그때 제석천왕을 위시한 모든 천신과 용왕, 비사문왕과 수많은 야차들이 여러 종류의 꽃과 향으로 공양을 올리고 사리탑의 오른쪽으로 돌며 공경하면 모두 위 없는 대보리심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장차 아수가(阿輸伽, 마우리아왕조의 제3대 왕)라는 이름의 왕이 염부제를 통일한 뒤에 남아 있는 나머지 사리로 팔만사천 기의 탑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염부제의 6만 명의 왕들 또한 사리탑을 만들어 공양 올리며 여러 가지 꽃과 온갖 향, 등불과 음악으로 예배하며 무상보리의 선근이 심어지고, 그 중 신심이 청정한 이는 출가하여 정진해서 번뇌를 모두 없애 열반에 이르게 된다. 여래는 법신을 육신에 의탁한 몸이므로 여래 육신의 사리에 공양 올리는 인연으로 얻는 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여기까지가 『석씨원류』〈촉분사리〉 판화(사진 1)를 설명 글 내용이다. 상, 하 두 권의 경전 중 상권의 맨 앞부분에 실렸다. 『석씨원류』의 내용은 이보다 더 간략하다. 한 페이지 안에 280여 자 내외로 내용을 요약하다 보니 이야기의 핵심만 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난 비사리는 지금의 바이살리(Vaishali, 팔리어로는 Vesālī)로 인도 팔상 중 하나인 원숭이가 부처님의 발우에 꿀을 공양한 ‘원후봉밀(猿猴蜂蜜)’이 일어난 곳이자 부처님을 길러준 이모와 아내 야수다라 등 여성들의 출가를 처음 허용한 곳이기도 하다. 

『석씨원류』의 〈촉분사리〉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발제하에서 목욕한 후 아난에게 삼십이상의 부처님의 몸과 분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판화에서는 목욕 후에 삼십이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 일반적으로 설법하는 장면과 비슷하게 묘사되었다. 다만 판화 오른쪽에 물결을 표현하여 이 이야기가 일어난 곳이 강변임을 전하고 있다.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이가 아난이다. 각원사 벽화(사진 2)에서는 부처님과 아난의 가사에 금박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용왕에게 법을 부촉하다(付囑龍王)         
 
아난에게 분사리에 대해 말씀하신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불법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게 제석천왕 등 여러 천신과 아수라, 용, 가루라, 마후라가 등이 사는 곳에 가서 불법을 부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삼십삼천에 올라가 제석천왕과 여러 천인들에게 불법 수호를 부촉하였다. 그런 다음에 부처님께서는 이내 사갈라 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시어 대중들이 모인 자리에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알아야 한다. 나는 오래지 않아 열반이 들게 것이다. 불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그대는 마땅히 이를 잘 지키고 단절되지 않게 하여라. 이 용의 세계에는 노여움에 성을 내면서 죄와 복의 과보를 모르고 경솔하고 포악한 행위를 하여 갑자기 폭우를 내려 나의 법을 파괴하는 악한 용이 많다. 이런 까닭에 내가 이제 그대에게 불법을 부촉하는 것이다.”
용왕은 이 말을 듣고 슬픔에 눈물이 빗물처럼 흘리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모든 용은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축생으로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후에 용의 세계가 텅 비게 되면 저희가 목숨이 다하고 나면 어디에 태어날지 알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의 스승이신데 어찌하여 열반하시어 세간의 눈이 사라지게 하려 하십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사갈라 용왕을 위해 여러 가지 설법과 가르침을 보여 이롭게 하고 사갈라 용왕에게 불법을 수호하라 당부하신 뒤에 용궁을 떠났다. 그리고 덕차가 용왕, 흑색 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시어 지극한 마음으로 불법을 보호하라고 부탁하였다.

『석씨원류』의 〈부촉용왕〉 판화(사진 3)에서는 화려한 전각들이 있는 용궁의 모습 대신 넘실대는 파도를 그려 용궁임을 암시하였다. 부처님은 그 파도 속에서 솟은 연꽃 위에 앉아 계시고, 하단에는 팔대 용왕인 난타 용왕, 발난타 용왕, 사갈라 용왕, 화수길 용왕, 덕차가 용왕, 아나바달다 용왕, 마나사 용왕, 우발라 용왕이 좌우에 네 위씩 서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맨 아래에는 산호와 구슬을 부처님께 바치고 있는 용녀와 동자가 표현되었다. 『법화경』 〈제바달다품〉에는 사갈라 용왕의 딸 용녀가 부처님께 보배구슬을 바쳐 성불한다는 내용이 있어 오른쪽 하단의 용녀는 사갈라 용왕의 딸로 추정된다. 용왕이 그려질 때 용왕과 함께 자주 표현되는 모티프이다. 각원사 벽화(사진 4)에서 좀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