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사회복지법인 춘강(春江) 이동한 이사장을 만나다. -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지만, 누구나 평등을 꿈꾸며 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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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불교가 만난 사람 - 사회복지법인 춘강(春江) 이동한 이사장을 만나다. -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지만, 누구나 평등을 꿈꾸며 살 권리가 있다”
  • 안종국 기자
  • 승인 2024.02.0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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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춘강 이동한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동한 이사장

이번 겨울, 제주도에는 유난히 눈과 비가 많이 내렸다.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동한 이사장을 만나기 위해 구좌읍 메이즈랜드로 가는 길도 낮게 드리운 잿빛 구름에 온종일 비가 내렸다. 겨울의 침잠과 우울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기분도 가라앉아 길거리에는 인적도 드물고 산간도로에는 오가는 차량도 한적했다. 
그렇게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메이즈랜드 입구 메이즈웰빙한식당에 들어서자 상큼한 유자 냄새가 가득한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한가득 모여 분주하게 유자청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잿빛우울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2024 상반기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유자청 만들기를 지켜보던 이동한 이사장을 그 자리에 뵙게 되니 맑은 얼굴에 환한 미소가 자비심으로 가득한 서기가 번지는 듯하다.

안종국 : 이사장님 안녕하세요? 지난 해 11월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JIBS 제주방송에서 주관하는 ‘제1회 제주나눔대상 시상식’에서 도지사 표창을 받으셨는데요, 먼저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동한 이사장 :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우리’라는 말을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는 ‘너’와 ‘나’라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라는 의미가 강한데요, 인류의 역사는 사회구조적으로 특히 소외감을 느끼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계층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장애인들은 그중에서도 사회적, 육체적 소외감이 더 심한 분들인데, 우리가 이들과 ‘함께한다’라는 공동체적 나눔과 실천이 매우 중요해요. 작년에는 특히 세계적으로도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많았고, 튀르키예 지진피해와 같은 자연재난과 우리 사회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외계층에 도움의 손길이 부족했어요. 이럴 때일수록 더욱 관심과 온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복지법인 춘강과 산하 기관 임직원들이 십시일반해 튀르키예 지진피해 난민을 돕기 위해 성금 310만원을 모금하여 적십자사에 전달하였고, 구호물품 총 71박스도 모아 튀르키예 대사관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해안정화 봉사활동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고 상을 주셨는데, 표창장도 또 다른 나눔의 홍보라고 생각해 흔쾌히 받게 됐습니다.

안종국 : 오늘 유자청을 만들어 소외계층에게 나눔봉사를 하시는데,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동한 이사장 : 유자청은 제주도에서 전통적인 상비약으로 한 집에 하나씩은 꼭 필요했습니다. 이 유자청이 비록 작은 것이지만, 우리에게 따뜻한 이웃이 있다는 정을 느끼게 해주고, 그 순간이나마 행복감을 느끼면, 사회가 훨씬 더 밝아지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작년에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의 두 배를 만들어 약 400가정에 나누어 주기로 하고, 협업과 베품을 통한 참된 삶을 맞이하기 위한 설날의 웃음과 기쁨을 전하기로 한 것입니다. 

유자청 만들기 봉사를 하는 사회복지법인 춘강 가족들
유자청 만들기 봉사를 하는 사회복지법인 춘강 가족들

안종국 : 오늘 휴일인데도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이동한 이사장 : 유자청만들기에는 메이즈랜드,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제주춘강의원, 직업재활시설어울림터, 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종합복지관, 춘강인쇄사, 춘강장애인근로센터의 임직원 총 130여명이 함께 했는데요, 먼저 지난 1월17일에 메이즈랜드에 심어져 있는 당유자를 따서 저장을 했고, 지난 2월2일에는 한라봉을 구입해서 세척과 손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모여 당유자와 한라봉을 세척하고 썰어서 절임과 병에 담고 포장을 하여 완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안종국 :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는데요, 그 중심이 되는 사회복지법인 춘강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이동한 이사장 : 춘강의 설립취지는 “어둠에 있는 모든 이에게 일월(日月)과 같은 밝음으로 생의 희망을 주며, 불편한 분에게 재활과정을 통하여 원숙한 정신적·기능적 건강인을 만들며,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미래지향적인 발전과 사회참여의 징검다리가 되자.”는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평등합니다. 그러나 후천적인 질병이나 사고로 인하여 심신의 부자유속에서 신음하는 장애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내재하는 존엄과 가치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에 우리 춘강은 ESG 경영 실천을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법인으로 지역사회로부터 받아 온 지원과 사랑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이웃과 협력하여 함께 나아가는‘나눔경영’을 실천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우리 지역사회의 발전을 바라는 것입니다. 

안종국  : 이사장께서는 실천하는 불자로서 덕망이 높으신데요, 불교와의 인연을 소개해 주시지요.
이동한 이사장 : ‘춘강(春江)’은 나의 법명이자 법호입니다. 이 법명은 조계종 종정을 지내시고, 한국불교 태고종 종정과 해동율맥(海東律脈) 9대 율사이신 국묵담(鞠黙潭) 대종사께서 정사년(1977년) 봄에 제게 주신 것입니다. 대종사께서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며, ‘춘강(春江)’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인 ‘봄(春)’의 맑은 ‘물(江)’로서 ‘기(氣)’가 부족하여 불편한 모든 이들에게 물을 공급해 주어라”는 뜻을 부여하고 내려주신 것입니다. 한국불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산중불교’, ‘기복불교’, ‘개인적 수행불교’라는 점입니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개인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부처님의 가르침인 ‘육바라밀’에서는 특히 ‘보시바라밀’이 가장 근간이 됩니다. 나눔과 자비가 핵심인 것이지요. 그래서 사회적 실천이 없는 산중불교는 점차 대중과 멀어지게 되고, 오늘날 불교가 대중들은  기복을 위해 찾는 곳이 사찰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어 버렸어요. 불교는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이웃과 부모 자식과 함께 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효도하는 마음이 자녀들에게 있고,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는 것, 그리고 충과 성을 다해 공동체에 봉사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과 밀접한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 사찰을 찾고, 이웃과 함께 웃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법회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부족’한 이웃들, 즉 소외계층이나 장애인, 그리고 각종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나눔과 자비가 함께 해야 합니다. 

안종국 : 이사장님께서는 두 살 때 소아마비로 중증장애인이 되셨는데, 어떻게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오늘날 사회적으로 놀라운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이동한 이사장 : 나의 불행은 오히려 지극한 사랑과 함께 강력한 교육열로 키우신 어머님이 있게 했어요. 그래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평등이 가혹했습니다. 그때 생각하기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평등을 꿈꾸고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저는 장애인들의 노동 가치를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한 인간의 노력의 행위로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자청은 소외계층 400가정에 보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자청은 소외계층 400가정에 보내진다.

안종국 : 이사장님은 장애인이라는 특정 대상에 편중화된 사업을 비판하시는데요?
이동한 이사장 : 장애인을 ‘특화’시키면 ‘평등’과는 멀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장애인이 복지적 대상이라는 잘못된 편견보다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생존’이 아니라 ‘행복’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관을 지녀왔습니다. 우리는 ‘행복’을 팔아서 또 다른 행복을 위해 쓰는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다고 봅니다.   

안종국 : 행복을 팔아서 행복을 위해 쓰는 그러한 사례가 ‘호암상’을 받고 그 상금으로 에티오피아 장애아동을 지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
이동한 이사장 : 제가 장애를 안고 자라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나와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개발도상국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부상으로 받은 상금 3억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하기도 했지요.

안종국 : 오늘 유자향 가득한 이 기운이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향기로 펼쳐가기를 기대합니다. 이사장님께서도 새해에도 더욱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온 세상에 가득 펼쳐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동한(李東漢) 이사장 주요 약력 및 포상 경력
사회복지법인 춘강 대표이사/ 청원녹화조경공사 대표/ (주)메이즈랜드 대표이사/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제주지역중소기업협동조합 협의회장/ 전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장/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장/ 제주대학교병원 이사/ 한국사회복지법인협회 초대회장/ 학교법인 동원학원 이사/ 국민훈장 석류장/ 국민포장/ 적십자 박애장 금장/ 아시아 지적장애인연맹상/ 호암상 사회봉사상/ 아시아 필란트로피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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