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불자들 - 제주태고원 직원 ‘극기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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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불자들 - 제주태고원 직원 ‘극기훈련’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6.11.02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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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흘린 땀 어르신 위한 정성으로 닦을께요”

제주태고원, 25~26일 극기훈련·단합대회 실시

직원 11명 단합·인내심 향상 위해 한라산 정상 등반

하산시 등산로 주변 쓰레기 줍기 등 자연정화 ‘구슬땀’

“정상 오를 때 마음가짐으로 나눔실천 위해 정진할 것”

   
 
  지난달 27일 한라산 영실 윗세오름으로 ‘자연정화 및 극기훈련’을 떠난 제주태고원 직원들이 한라산 정상을 등지고 “화이팅”을 외치며 시설노인들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사회복지법인 제주태고복지재단(이사장 상허스님,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장) 부설 제주태고원(원장 정성함·이하 제주태고원) 직원들이 지난달 25∼27일 3일간 극기훈련을 통한 자기 단련의 시간을 가졌다.

시설내 필요 근무자를 제외한 전원이 3개 조로 나눠 진행된 이번 극기훈련은 1조는 성판악 코스를 거쳐 진달래밭까지, 2조와 3조는 영실을 지나 윗세오름까지 등반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절정에 이른 한라산의 가을을 만끽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엊그제 내린 가을비 이후 제법 아침 날씨가 쌀쌀하다. 전날 저녁에 내린 비구름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하늘도 뿌옇다. 산행에서 비가 내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제주태고원으로 향했다.

제주태고원에 도착하니 이날 훈련(?)에 나설 직원들이 산행복장을 하고 삼삼오오 마당에 모여 있었다.

원래 이날 코스는 한라산 정상 산행이었다. 하지만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고, 산행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도 있어 전날 훈련팀부터 윗세오름 등반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이날 훈련에 나선 직원들은 모두 11명. 각자 짐과 도시락을 준비하고 윗세오름을 향했다.

출발에 앞서 정성함 원장은 “이번 직원 극기훈련 및 단합대회의 목적은 직원들간의 단체활동을 계기로 대화를 통한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고 산행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심을 키워 가는 데 있다”며 “나 만이 아닌 우리를 위한 마음을 갖고 사고 없이 무사히 훈련을 마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2횡단도로를 타고 1100고지 휴게소에 이르니 남쪽하늘이 파랗다.

제주태고원 직원들의 얼굴에 안도감과 함께 절정에 다다른 한라산의 단풍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한껏 묻어났다.

이윽고 영실 도착. 마실 물과 도시락, 감귤과 삶은 달걀 등 간식거리를 바리바리 배낭에 넣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바람을 타고 등산 붐이 일면서 이날 참가한 직원들도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다수였다. 등반로 입구에서 바라본 영실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멋들어지게 등반객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해발 1700m 윗세오름까지 산행을 마치고 두손을 꼭 잡고 산을 내려오는 직원들. 하산길에 자연정화활동을 벌인 두손에는 쓰레기가 들려있다. 영실오백나한전을 찾아 지장보살석상을 향해 참배하는 직원들(왼쪽부터).  
 


등반이 시작되자 모두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윗세오름 정상까지는 해발로 420m, 등반 거리는 3.7㎞다. 한라산 등반 코스 중 가장 짧은 거리지만 초입부터 병풍바위까지는 급경사가 이어져 만만히 볼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평소 굳은 신념으로 시설 노인들을 위해 노력봉사하는 제주태고원 직원들에게는 애초부터 난코스란 것은 없었다.

힘들어하는 직원의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병풍바위까지 오른 직원들은 내려오는 등반객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병풍바위에서 영실기암 절벽의 빼어난 경관과 제주도 남서쪽에 펼쳐진 오름들의 장관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제주태고원 직원들은 윗세오름 정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얼마간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니 어느덧 윗세오름 대피소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윗세오름 등반이 처음인 듯 출발부터 뒤쳐졌던 한 직원이 선두에 나서며 빨리 오라며 손짓한다.

“쟤는 가장 못걸을 것 같던 애가 이제는 맨 앞에 나가 있네”라며 놀리던 직원들도 모두 함께 했다는 기쁨에 흐믓한 미소를 띠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제주태고원 직원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도시락을 펼쳤다.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준비한 듯 갖가지 형태의 김밥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게 놓여졌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정상에서 먹는 라면 맛은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맛있는 법. 각자 사발면 하나씩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이날 윗세오름에는 도내외에서 많은 등산객과 함께 수학여행과 가을 소풍에 나선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직원들은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중학생들에게 자신들의 김밥을 나눠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송화실씨는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체력이 떨어진다는 언론보도를 봤었는데 이렇게 힘든 코스를 오른 것이 대견하다”며 김밥과 과일을 손에 쥐어줬다.

식도락을 즐기고 이제는 하산할 시간. 이날 제주태고원 직원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가 됐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하산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 두세명씩 짝을 지어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작은 쓰레기도 지나치지 않고 주우며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등산로 곳곳에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이 버려놓은 듯 작은 사탕봉지서부터 심지어 케익 박스까지 크기도 다양한 쓰레기들이 잔뜩 있었다. 이런 쓰레기들은 등산로 주변뿐만 아니라 어떤 것은 안전을 위해 쳐놓은 철책너머까지 던져져 있어 직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책을 넘나들기도 했다.

쓰레기를 줍던 송순희씨는 “산에 오를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쓰레기는 되가져 가는 것도 알고 있을 텐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 뿐”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우리의 영산(靈山)을 우리가 아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연정화활동을 하며 내려온 탓에 하산시간이 약간 길어졌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분리수거를 하며 쓰레기를 버린 직원들에게서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두 자신의 부모·조부모처럼 모셨던 직원들이어서 ‘나’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밴 탓이리라.

산행을 마친 김리영씨는 “산을 오르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마지막 정상이 눈에 들어왔을 때 ‘다 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몸에 더욱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며 “시설에서의 일도 이번처럼 묵묵히 인내하며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한다면 정상에 섰을때의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 산행은 이렇듯 인내심을 길러 어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시설 노인들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제주태고원 직원들의 간절한 발원이 담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일상에 돌아가서도 느낄 수 있는 권태감과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리고 신명나게 노인들과 함께하는 제주태고원의 외호신장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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