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벽화, 불법주차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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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벽화, 불법주차로 ‘몸살’
  • 이병철 기자
  • 승인 2006.11.02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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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아파트 주민, 대책마련 ‘부심’

   
 
   
 


불자 이모씨(32·제주시 도남동)는 지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시 도남동 수선화 1차 아파트 연꽃 벽화를 찾았다.

문화의 달을 맞아 주민 참여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역주민과 미술작가들이 3개월 동안 정성들여 그린 연꽃벽화다. 주변이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더러움 속에 청정함을 상징하는 연꽃 밑에 각종 생물들이 어우러진 생태습지를 그린 곳으로 아이들의 교육적 측면에서 연꽃 벽화를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이 부끄럽게도 연꽃 벽화는 지역주민들의 싸늘한 외면 속에 주차장으로 변모해 벽화에 피어난 연꽃은 점점 시들어 가고 있었다.

지난 1일 본지 확인 결과, 미니버스와 봉고차 등이 연꽃 벽화를 거의 가려있었다. 이곳이 연꽃 벽화가 있는 곳인지 조차 모를 정도다. 지역주민들의 직접 참여한 창작품이 자신들의 거주 지역에 존재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것이라던 처음 기획 의도를 무색케 했다.

현재 벽화의 안전장치라곤, 흙탕물이 튀거나 먼지가 묻었을 때 닦는 정도의 코팅 작업뿐이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주차 실수로 인해 연꽃벽화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벽화 기획자 아트스페이스씨 안혜경 대표는 “벽화 그리는 예산만 한정되어 있었다”고 말한 뒤 “이 벽화는 지역주민들에게 선사한 선물이므로 지역 주민들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당시 지역주민들에게 주차를 못 하도록 벤치 공원 등의 대책을 세워줄 것을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관리소 측은 “벤치공원 등의 이야기는 오고갔으나 지역주민들이 주차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무턱대고 주차를 못 하도록 막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여론화를 통해 동사무소와 제주시에 요청, 주차방지 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남 수선화 아파트 주변은 수선화 아파트뿐만 아니라 다른 아파트 건물들이 밀집지역으로 단지 내 녹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벽화라는 미술 매체를 통해 삭막한 공간의 주변 환경을 변화 시켜보고자 했던 것이었다.

연꽃벽화가 도심 곳곳에 벽화그리기 운동으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던 처음 의지와는 달리 사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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