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템플스테이와 제주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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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템플스테이와 제주관광>
  •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정책원장
  • 승인 2007.01.1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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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관광자원 연계 프로그램 필요”

템플스테이, 문화체험 추구 관광트렌드 변화에 부응

관광자원 가능성 충분…불교와 관광 기술적 연계 중요



   
 
   
 
“이 프로그램이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 환상적인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홍보 부족 때문입니다. 그러니 문을 계속 열어 두세요. …… 한국불교를 아는 것은 한국문화를 아는 것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다시 참여할 겁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맞아 처음 선보인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던 한 교포가 참가후기로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부족한 숙박시설 대책 차원에서 마련되었던 템플스테이는 ‘유럽에서 시작된 축구와 아시아의 종교가 만나는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참가자들의 바람대로 우리나라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템플스테이란 관광객들이 1700여년 동안 한국인의 정신적 귀의처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보고인 사찰에 묵으면서 사찰의 일상과 수행자적 삶을 체험해 보는 사찰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이른다.

템플스테이가 도입된 지 4년여만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우리나라 대표 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한 가지. 그것이 관광이 갖는 본질에 연유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체험을 추구하는 최근 관광 트렌드 변화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빛을 보다’라는 뜻의 한자어 관광(觀光)은 그 말뜻 자체가 체험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다’의 뜻을 가진 많은 한자어 중에 특별히 관(觀)을 쓴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 불교의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에 觀이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인의 모든 중생을 살피시고 자비를 함께 하는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이며, 이 때 중생의 소리는 듣는 것이지 보는 것이 아니다. 즉, 관(觀)은 관세음보살처럼 철저히 두루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탈일상성이라는 관광의 속성상 光의 의미를 크게 문화로 해석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탈일상성은 유토피아(이상향)를 향해 있고 그것이 가장 잘 구현된 곳은 사찰과 같은 종교와 왕궁시설이다.

한편 미래의 관광시장은 세분화되어 가는 관광객의 행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관광상품이 개발될 전망이다. 세계관광기구(WTO)가 미래의 유망 관광상품을 △모험관광 △크루즈관광 △생태관광 △문화관광 △테마관광 등으로 제시한 바와 같이, 미래의 관광객은 현지에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하여 관광활동의 이해를 넓히고, 만족을 증대시키고자 한다. 또한 기존 대중관광의 폐해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연환경과 고유문화 등을 보전하면서 체험하는 대안적 관광 행태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미래의 관광 소비자들은 ‘진짜관광(Real Tourism)’을 즐기고 싶어 한다.

   
 
   
 
이러한 미래 관광 행태로 추측컨대, 템플스테이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불교문화 체험관광이야 말로 진짜관광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죽도록 고생시키고, 돈은 많이 받을 수 있는” 대표적 문화관광 상품이자, 참여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체험상품으로 가장 효율성이 높은 상품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교훈은 2006년 한 해 템플스테이 참여인원 5만 명이라는 숫자가 잘 말해주고 있다. 새벽예불에서 저녁 공양에 이르기까지 스님들의 수행생활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발우공양과 다도, 선무도 등 사찰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각종 수행과 독특한 생활방식을 돈 주고 고생하며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다.

또한 시작이 그랬듯 템플스테이는 관광 측면에서 볼 때 문화관광임과 동시에 숙박정책의 역할을 한다. 2006년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받은 사찰은 전국에 49개에 달하며, 이를 이용한 외국인 참가자의 비중도 2004년엔 3,200명에서 2005년에는 6,600명(106%)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눈에 한국에서의 사찰 경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충분한 수용여건이 이루어진다면 한국관광을 대표하는 품격 있는 자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우리 제주가 보여줄 수 있는 빛은 어떤 것인가? 이 또한 답은 한 가지. 제주라는 지리와 제주의 역사와 그 문화를 응축한 제주의 빛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관광의 본질을 덧붙여 설명하자면, 光은 인간이 인식하는 天·地·人의 합성어다. 天은 인간이 인식하는 하늘로서 인간과 하늘의 매개언어인 역사이다. 地는 공간으로 땅의 특성, 즉 지리이다. 지리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말하며 그것은 공간의 사회적 구성이다. 人은 인간이 살아가는 양식으로서 문화를 말한다. 따라서 관광은 역사와 지리, 문화가 하나로 응축된 것을 인간이 성찰하고 사색하는 것이다. 즉 오름·돌·바람·바다 이 네 가지로도 모두 설명 가능한 제주의 지리, 천 년의 스펙트럼을 간직한 제주의 역사, 신들의 고향·해양문화·평등정신·돗통시의 리사이클링·낭푼밥으로 대변되는 공동체정신과 같은 제주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탐라국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풍운뇌우제, 고려·조선 시대 국제와 도제로 거행됐던 사직대제, 한라산제, 독제, 성황발고제, 여제 등 제주도 각지에서 행해졌던 각종 제례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한라산 영산대재는 불교문화의 체험관광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불교와 관광을 연계함으로써 종교 문화행사가 볼거리로 전락될 뿐만 아니라 상품화로 인한 고유성이 훼손된다는 불교계의 우려?실제로 중국과 일본의 상당수 사찰은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참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다?와는 달리, 포교의 한 방편으로서 기술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한다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템플스테이 참가자 중 70%는 사찰로 대표되는 불교문화만 체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자연경관, 관광자원 및 역사문화와 연계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아시아문화동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주지역 템플스테이 체험에서도 참가자 중 다수가 바다를 한번도 보지 못한 중앙아시아인들임을 감안, 사찰 관람 대신 인근 바다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즉석에서 운영하는 묘를 발휘한 기억이 있다. 이 작은 발상의 전환이 참가자들에게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평생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값진 추억을 선사한 것이다. 제주의 풍광? 두말하면 잔소리이지 않은가? 제주 불교문화 체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창조적 코스 개발이 이뤄진다면 곱절의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템플스테이의 경우 내국인 수요가 외국인 수요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은 제주관광에 있어 득이 될 수 있다. 굳이 국민국내관광 중 중교·순례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이 당일관광, 숙박관광 모두에서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 최근 제주에 단체보다 가족 중심의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는 점, 언어를 제외하고 시설과 서비스에서 더 이상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은지 오래라는 점 등에서 내국인을 우선하는 정책을 검토한다면 매우 현실적인 운영 방안들이 수립될 수 있다.

이제 제주는 유희의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빛을 보여주는 보물의 섬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는 템플스테이 참가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교계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다면 기존 불교 수행처로서의 고유한 영역과 국민 대중적 욕구를 조화 발전시킬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마음과 노력이 이심전심(以心傳心) 통한다면, 이를 이용하는 관광객은 단순한 사찰 체험에서 나아가 불교문화, 한국 전통문화 전체를 이해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꼭 다시 찾겠다’는 템플스테이 참가자의 바람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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