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효스님의 중국 성지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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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효스님의 중국 성지순례기
  • 관효스님(혜관정사·홍법정사 주지)
  • 승인 2007.01.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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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 낙산시 ‘낙산대불’

낙산대불, 높이 71m 규모 웅장

배 침몰 잦아 해통법사 원력 세워

713년 조성 시작…803년 완성

바미얀 불상 이래 세계 최대 석불

신앙대상 위한 보존대책 절실

“상업화·관광지화 치중 아쉬움”



   
 
   
 
여행의 출발지는 곧 여행의 도착지다. 마지막 여행은 사천성 낙산시(落山市)에 자리한 낙산대불(樂山大佛)이다.

여행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아쉽고, 다른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아쉬움은 더 가보아야 할 곳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고 행복함은 내 보금자리로 돌아간다는 기쁨 때문이다.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불상, 낙산대불을 가기 위해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낙산대불은 낙산시의 민강, 청의강, 대도하 3개의 강이 모여 흐르는 지점에 위치한 릉운산 절벽을 깍아 만든 것으로 아미산 동쪽으로부터 31km에 떨어져 있다. 옛 선조부터 ‘천하의 산수경관은 사천에 있고, 사천에의 가장 빼어난 경관은 낙산에 있다’ 불릴 정도로 주변 경치가 뛰어났다.

낙산대불은 당나라 시기였던 713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해통법사(解通法師)가 죽고 난 뒤인 803년 완성됐는데 약 90여년이 걸린 방대한 공사였다.

우리가 갔을 때 홍수가 난 듯 강물보다 물살이 세다. 작은 어선 한 척은 순식간에라도 집어 삼킬 듯 하다. 예로부터 낙산대불 부근 3강이 합류하는 곳은 소용돌이에 배가 침몰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해통법사는 이를 부처님의 힘으로 막아보려고 사람들에게 조금씩 돈을 모아 낙산대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해통법사가 전국을 떠돌며 대불을 만들기 위해 보시를 받았다고 한다. 도중에 한 지방 탐관오리가 보시 받은 재물을 탐내 그 일부를 뇌물로 요구하자 스님은 ‘내 눈에 칼이 들어와도 보시 받은 불재(佛財)를 내 줄 수 없다’고 하자 화가 난 관리는 당장 시험을 했다고 한다. 이에 스님은 바로 두 눈을 그릇에 담아 그에게 내어 준다. 이에 놀란 관리는 스님 앞에서 참회하고 불상을 세우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 소문을 들은 백성들도 스님의 정성에 감동하여 모두들 자기 일처럼 도왔다고 한다.

   
 
   
 
‘자목가 불재난득(自目可 佛財難得)-내 눈은 줄 수 있지만 부처님의 재물은 얻기 힘들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대불은 사람의 힘이 아닌 믿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 지역을 지켜준다는 절대적인 믿음은 이후 대불이 완성된 후 대불의 보살핌인지 사고가 없어졌다고 한다.

문득 가야산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떠오른다. 몽고군의 침입을 불교의 힘으로 막아보자는 의미지만 절박했던 그 당시 절대적인 신심이 없었다면 불가사의 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의 팔만대장경과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낙산대불은 모두 절대적인 믿음 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낙산대불 부근에는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는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끼는 일이 많다고 했는데 우리가 찾은 그날도 짙은 안개로 릉운산 전체를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 일행은 산에 올라서는 낙산대불의 전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강에서 배를 타고 보기로 했다.

   
 
   
 
‘불상 하나가 산이요, 산 하나가 불상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뛰어봐야 낙산대불 발등이다.

대불이 높이가 71m, 머리 높이가 14.7m, 귀 길이 6.72m, 코 길이 5.33m라니 가히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가히 상상이 가지 않는 거대함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에 의해 파괴된 바미얀 불상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석각불상으로 꼽힌다.

불상하나가 도시 하나를 만들었다고 한다. 낙산시는 사천의 교통요지로 낙산대불로 인해 유명해졌다.

외국인들도 부지기수다. 낙산대불을 찾는 관광객만 하루 1만명이라고 하니 부작용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부처님으로 장사를 한다. 우리를 태운 유람선이 낙산대불을 살짝 지나쳤다 다시 되돌아온다. 근데 어찌된 것이 낙산대불 정면 포토라인에 맞춰 유람선을 세우지 않는다.

낙산대불 정면 포토라인에는 개인 카메라를 들고 있는 관광객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정면 포토라인에서는 관리인이 관광객들에게 즉석카메라로 찍어주고 그 자리에서 우리돈으로 3천원을 받아 챙긴다. 가히 기가 막힌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텅 빈 듯 이내 배는 낙산대불에서 멀어져 간다.

멀어져 가는 낙산대불을 보며 세계최대의 불상 바미얀 석불을 생각한다.

찬란했던 불교문명 불교유적이지만 인류공동의 문화재였다. 중국을 통해 한반도와 일본으로 전해졌던 대승불교가 이곳을 통해서 전해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바미얀 석불은 파편만 남았지만 낙산대불에게 주는 교훈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가 이 대불을 관광지화 이전, 어떻게 보호하고 신앙의 대상으로 받들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성도로 돌아오면서 4박 6일 일정을 되새겨보니 즐겁기도 하고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뒷맛이 남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어디에서도 이런 느낌은 없었건만 무언가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듯 하다. 과연 그 아쉬움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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