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반 우리는 선우<4>-제주불교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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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반 우리는 선우<4>-제주불교산악회
  • 김현정 기자
  • 승인 2004.10.2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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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과 오름 處處가 淨土일세”

지난 2000년 10월 창립, 회원 50여 명 활동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정기산행·산상법회 열어



   
 
   
 


지난 24일 오전 9시. 한라산 성판악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제주불교산악회(회장 김만국) 회원들이었다. 이날은 산악회의 산상법회가 있는 날이었다. 이번 산행에는 산악회원뿐만이 아니라 태고종 제주불교대학 9기생들이 동참해 산을 매개로 뜻깊은 도반의 연을 맺기도 했다.

9시 30분쯤 인원 체크를 하고 선두그룹을 정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악회원들은 매달 셋째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오름이나 산을 오른다. 그러나 이번 달은 날씨 탓으로 한 주 뒤로 미뤄 마침 한라산 단풍 시기에 산을 찾게 됐다. 산악회원 대부분이 산이 좋고 맑은 공기 내음을 맡으며 불자로서 수양을 쌓을 수 있어 산을 찾는다고 했다. 회원들은 구름끼고 비가 막 쏟아질 것 같은 날씨가 염려스러웠지만 성판악 등산 입구에 발을 디딘 순간 걱정스럽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한라산이 뿜어대는 상쾌한 공기와 푸르름에서 주홍빛과 황금색으로 갈아입은 단풍을 보며 회원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도중에 제석사에 계신 정담스님과 뜻밖의 동행도 하며 등반객들과도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7.6㎞ 사라오름까지 와버렸다.

사라오름 안에서 흐트러졌던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산행의 목적인 산상법회를 봉행했다. 회원들의 불경소리는 메마른 화구호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산악회 회원들 가운데에는 자연스레 오름 박사가 돼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오경석 회원은 법회가 끝난 후 회원들에게 사라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라오름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제주군 남원읍 신예리에 속하지만, 남제주군 남원읍과 북제주군 조천읍의 군계(郡界)에 걸쳐져 있고, 제주도내 오름 중 제일 높은 위치에 산정화구호(山頂火口湖)를 갖고 있는 오름입니다. 한라산 백록담을 마주보고 있고 북으로 흙붉은오름, 동으로 성널오름과 논고악, 멀리 남쪽 서귀포 섶섬까지. 또 예로부터 제주도에는 6대 명혈이라 하여 소위 명당자리가 전해 오는데, 음택혈로 첫째로 꼽는 곳이 바로 사라오름입니다.”

조성춘 산행부장은 등산할 때나 하산할 때 회원들이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 때문에 항상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 낙오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산을 내려온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조성춘 산행부장이었다.

지난 2000년 10월에 창립된 제주불교산악회는 현재 50여 명의 정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불자이면 가입이 가능하고 매달 셋째주 일요일에 정기산행을 하며 산상법회를 갖고 있다. 산행이외에도 이웃돕기성금, 영세민들의 집을 찾아가 청소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매년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카페를 개설해 온·오프 라인(ON·OFF Line)을 통해 회원들간에 결속을 다지고 있다. 제주불교산악회 다음카페(http://cafe.daum.net/jjsabaha) 운영자이기도 한 양상배 홍보부장은 지난 3일 찍은 ‘만수가 된 사라악’ 사진을 카페에 올려놓고 “참으로 그 물이 맑고 고와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만국 회장은 “순수하게 산을 좋아해서 만들어진 제주지역 불자들의 모임인 제주불교산악회가 벌써 5주년을 맞아 다음달에 서귀포 칼호텔에서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또 그는 “지난 9월 약천사에서 열렸던 제7차 전국불교 산악인대회 및 문화행사를 주관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전국 각지의 불자산악인들을 제주에 모이게 한 것은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고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처님이 가피력으로 보살펴 주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제주불교산악회는 ‘순수 산행을 목적으로 수행을 쌓는 불자들의 모임’임을 강조하며 불자라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행단체 산하에 산악회가 많이 생겨났으면 합니다. 자연과 벗삼아 산행을 하고 산상법회를 통해 수행을 쌓으며 회원들간의 결속도 다지며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진 자는 산을 즐긴다’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사자성어를 좋아한다는 김 회장은 불교산악회 전용 버스에도 이 말을 새겨 놓을 정도로 산을 특별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것은 비단 김 회장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산을 통해 자신들의 신심을 키우고 도반들과 공덕을 쌓고 있는 산악회원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제주불교산악회는 높고 낮은 오름과 산을 오르내리며 나와 너가 아닌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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