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위봉사 제주도평포교소 설립인가…4·3당시 백인수 스님 희생·사찰 폐허
1952년 덕종화상 ‘흥룡사’ 개명 후 대웅전 중건…복덕행 보살 원세워 대웅보전 등 건립
산문에 이르자 호지문(護持門) 양 측면에 사천왕이 쉬이 들어가지 말고 마음을 맑고 가지런히 가지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호지문을 나서 본 흥룡사는 가희 장엄하고 아름다워 도량 앞에 숨을 죽인다. 흥룡사는 들어가는 산문에서 봤을 때 ‘⊃’ 모양의 형세를 띄고 있는데 왼쪽은 대나무들이 즐비하고, 맞은편을 전각들이 줄을 잇는다. 그리고 2층 대웅전이 도량을 내려다보는 형세다.
주변지형보다 낮은 흥룡사 도량은 기암괴석들로 병풍을 쳐 놓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사각사각 대나무 이파리들이 부딪히며 맑은 바람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들으니 세속의 근심이 잊혀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대웅보전으로 향하길 길목에 귤나무가 서너 그루 모여있다. 이 나무는 500여년정도 수령이 된 것이라 한다. 귤보다 작은데 한의학에서 진피(陳皮)라 하여 말린 껍질을 이용해서 오래 묵을 수록 약효가 좋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것이다.
126평 크기의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좌우 협시불로 문수·보현보살이 봉안돼 있다. 내외부의 조각과 불단위의 화려한 닫집 등은 세련미를 더해준다. 영정불단에는 빛바랜 사진이 보인다. 4·3으로 폐허가 된 사찰을 건립한 덕종 화상이 영정이 그윽한 눈으로 참배객을 감싸 안는다.
흥룡사 대웅전 앞에 있는 귤나무는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웅전 뒤편에는 억새밭을 이뤘고 그 앞으로 귤나무가 호지문 앞까지 귤나무밭을 이뤘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를 가늠케 한다.
지화스님은 흥룡사 불사계획도 밝혔다.
지화스님은 “우선 지금까지 흥룡사를 지켜온 복덕행 보살의 진정 부처님을 향한 원력을 이어나고 발전시키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며 흥룡사의 역사인 복덕행 보살의 뜻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화스님은 대웅보전 앞에 사리탑을 세워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도량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 자연암석에 꾸밈없이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새겨나갈 예정이다. 경주 남산처럼 천혜의 자연경관에 노천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마애불의 은근한 미소가 살아 숨쉬고 흥룡사 만이 색다른 매력을 주는 장엄한 도량이 되길 기대해 본다.
흥룡사 주지 지화스님
“중생제도 원력 잇는 여법 불도량 만들 것”
지난 2004년 주지로 부임한 지화스님은 사진, 대금, 서예, 범패 등 그야말로 천성적으로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듯 하다.
특히 스님은 오는 3월 17일부터 22일까지 도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불교의 상징 꽃인 ‘연꽃의 사계’란 주제로 사진 전시회를 갖는다.
대구사광회 사진클럽에서 활동해온 스님은 오늘에 이르러 사진을 통해 사바세계에 설법을 설하는 것이다. 수행자가 말하는 연꽃은 이런 모습이라고 말이다.
“흔히 일반인들은 연꽃의 아름답고 고귀한 모습만 찍으려고 합니다.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인고의 진정 아름다움은 배제 한 채 말입니다. 연꽃을 보면 생노병사가 모두 모여 있습니다. 모든 인생처럼 말입니다.”
이번 사진전에는 법화사 연꽃, 애월읍 하가리 연꽃 등 제주 도내 연지뿐만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연꽃 사진의 집합체다.
물 위에 시든 연, 잔잔한 수면에 비친 그 모습 위로 해가 뜨고 달이 뜬다. 수행자가 찾은 또 다른 연꽃의 매력은 뭘까. 이번 전시회에서 그 감동을 느껴보는 기회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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