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불자들<연꽃합창단 ‘장애인 한라산 등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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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불자들<연꽃합창단 ‘장애인 한라산 등반’ 현장>
  • 강승오 기자
  • 승인 2007.05.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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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 ‘아름다운 동행’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관장 김군택)으로 서귀포불교연합합창단 ‘연꽃’(단장 김계자·이하 연꽃합창단) 단원들이 하나둘 모였다. 저마다 형형색색의 등산화와 챙이 넓은 모자 등 산행 채비가 단단해 보인다.

이들은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 시설 이용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 위해 모인 것. 지난 2005년 장애인 동반 도내 관광길에 나선 연꽃합창단은 지난해부터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과 공동으로 시설 이용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산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윗세오름 등반이 예정돼 있었지만 비날씨로 인해 부득이하게 어승생악 등반으로 일정을 바꾼터라 이날 산행은 날씨가 좋아 꼭 윗세오름을 올라갈 수 있길 기원했다.

오전 9시 복지관을 출발한 버스는 한라산 윗세오름 등반을 위해 어리목코스로 향했다.

버스안에서 복지관 사회복지사로부터 같이 산행할 조가 꾸려지고 맨투맨으로 한명씩 전담했다. 인원배정이 끝나자 단원들과 장애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두 손을 맞잡는다.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한 이들은 각자의 배낭에 마실 물과 점심을 나눠 담고 산행을 시작했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 출발전 참가자들의 모습은 기대감에 한껏 취한 모습이었다.

이날 산행에 나선 이들은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과 제주특별자치도 농아인협회 서귀포시지부 소속 장애인을 비롯해 연꽃합창단원, 두 기관의 직원과 사회복지사 등 50여명의 대식구다.

   
 
   
 
장애인들과 연꽃합창단원들은 서로의 짝을 찾아 두손을 꼭 잡고 산행을 시작했으며, 맨앞과 뒤에는 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가 행여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무전기로 서로 연락을 취하며 행렬을 이끌었다.

어리목에서 한라산 윗세오름까지 총 거리는 4.7㎞. 어리목 광장에서 사제비동산까지의 약 2.4㎞구간은 간혹 가파른 경사로 이뤄진 난코스로 유명하다. 자칫 처음부터 자신의 체력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기에 연꽃합창단원들과 직원들은 장애인들의 안전에 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서로 용기를 북돋우며 한걸음 한걸음 자연에 순응해갔다. ‘너와 내가 손을 잡고 한걸음 더’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참가자들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서로 도우며 하나됨을 느꼈다.

졸참나무가 숲을 이루며 늘어선 어리목 계곡은 나뭇잎으로 그늘이 져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단원들은 복지관 직원들과 함께 장애인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산행을 계속했다.

장애인들과 함께 나선 연꽃합창단원들은 서로서로 격려하며 산을 오르다보니 어느덧 울창한 나무숲이 끝나고 넓은 한라산이 단원들을 품는다. 때마침 옅은 구름이 해를 가려주고 만세동산 너머 불어오는 바람은 약사여래의 손길처럼 지친몸에 다시금 힘을 불어넣는다. 사제비동산 용천수로 시원하게 목을 적시니 이곳이 극락이요, 그곳에서 보이는 제주 서부권의 오름군락은 불국토가 따로 없었다. 특히 등산로 주변에는 수줍게 홍조를 띤 철쭉과 산진달래가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이곳에서 윗세오름 휴게소까지는 완만한 경사로여서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지나는 산행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힘을 내니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랐다. 산행초반에 되돌아간 이들만 빼고는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관세음 보살의 가피였으리라.

참가자들 모두 한데 모여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고 산행의 또다른 묘미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단원들과 장애인들 모두 백록담을 배경으로 촬영을 마치고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어떤 산행이든지 올라갈 때보다는 내려올 때 특히 주의해야함은 당연한 것. 미끄러지거나 돌을 잘못 밟아 다리가 삐는 일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산을 내려왔다. 참가자들 모두 하산길에는 여유가 생긴 듯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이야기꽃이 만발하다. 올라갈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야생화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흉내내다보니 어느덧 출발지인 어리목 주차장에 도착했다.

연꽃합창단 김명희 단원은 “일반인들도 익숙치않으면 힘든 산행인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아무런 내색없이 오히려 비장애인들보다 더 빨리 걷는 것을 보며 장애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고 오히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 안영삼 사무국장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처럼 대자연의 숨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연꽃합창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장애란 단지 몸이 불편한 것일 뿐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으로서 이번 산행프로그램을 계기로 더욱더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사는 이들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년 중 하루였지만 장애인들과 이들과 함께 산에 오른 연꽃합창단 단원들에게는 자연의 숭고함과 아름다움,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터뷰-김계자 연꽃합창단장



“불음포교·나눔실천 위해 땀흘리는 합창단 될 것”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장애인들을 보며 내 자신을 참회하는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 됐습니다. 이번 장애인 동반 산행을 계기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음성공양 포교사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지난 28일 서귀포시 장애인 종합복지관 소속 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김계자 단장은 산행에 함께 나선 장애인들을 보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꽃합창단은 부처님의 말씀을 노래로서 전하는 음성포교사의 역할과 함께 비록 1년에 한번 이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밖에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다양한 방편으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김 단장 “소년소녀 가장 돕기와 서귀포시 노인복지회관에서의 점심 공양 등 나눔행도 펼쳐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최근들어 지역 사찰 합창단의 활동이 다소 적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며 “서귀포시 지역의 유일한 연합합창단으로서 지역내 불음포교 활성화를 위해 단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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